물놀이는 여름에만 하지만, 수상 레포츠는 그렇지 않다. 얼음장 아래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가을 단풍을 즐기기 위해 래프팅을 하고, 찬바람일지라도 세게 불기만 하면 윈드서핑을 한다. 계절별 옷도 따로 있다. 그런 수상 레포츠 중에서도 바람이나 수량에 구애받지 않고 사계절 가장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게 카약이다. 물 폭 60cm, 깊이 30cm만 확보되면 어디든 간다.
카약을 타기 위해 인제 내린천으로 갔다. 물이 맑고 급류가 많아 카약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다. 카약은 4인승까지 있지만 급류타기를 할 때는 주로 1인승을 탄다. 무동력이라서 혼자 힘으로 노를 저어서 가야 한다. 강을 훼손하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탈 수 있고, 좁고 가파른 강을 따라 깊은 계곡까지 다가갈 수 있어 자연친화적이다.
카약은 기능에 따라 생김새가 다르다. 강에서 여행하기 좋은 카약은 폭이 좁고 길이가 3m 가량 된다. 급류타기용은 회전력을 좋게 하기 위해 폭이 넓고 길이는 짧아 2~2.5m 가량 된다. 바다에서 타는 카약은 4.5m 가량 된다. 카약은 언뜻 보아 거인의 신발 같은데, 앞뒤가 대칭으로 뾰쪽하다.
노(패들)는 어깨보다 약간 넓게 잡고, 권투 선수처럼 두 팔을 쭉쭉 뻗으면서 젓는다. 허리에 입는 스프레이 스커트는 배 안으로 넘쳐드는 물을 막는 역할을 한다. 스커트 둘레에 탄력 있는 줄이 있어서, 배 입구 둘레에 패인 홈에 끼우게 되어 있다. 카약 안에 들어가려면, 평행봉에 매달려 두 다리를 나란히 들어올리듯이 하여 두 다리를 끼워넣는다. 발을 넣으면 발끝에 지지판이 걸리는데, 왼손으로 노를 저을 때는 왼발에 힘을 주고, 오른손으로 저을 때는 오른발에 힘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카약이 힘을 더 받아 앞으로 잘 나간다. 무릎은 약간 구부리는데, 무릎으로 배 안쪽의 벽을 지지한다. 엉덩이는 배에 꽉 끼다시피 하는데, 처음에는 불편해도 차츰 시간이 지나면 배와 내 몸이 일체가 되어 편해진다. 배에 앉은 모습은 완전히 ㄴ자 형상이다.
자연친화적 레포츠 인기만점
나는 카약에 몸을 끼우고 나서 노로 돌부리를 밀고, 엉덩이를 궁싯거려서 물 위로 나아갔다. 잔망스럽게 몸을 나대지만 않으면 배가 전복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왼손, 오른손 노를 저어 강심으로 나갔다. 그런데 배가 잠시 떠가는 듯하더니 빙글빙글 원을 그리기만 한다. 왼쪽으로 돌면 열심히 왼쪽 노를 젓고, 오른쪽으로 돌면 열심히 오른쪽 노를 저어보지만 그저 팽이처럼 돌기만 한다. 답답한 마음에 방향을 바꾸려고 힘껏 저으면, 이제는 반대방향으로 돌아버린다. 20m쯤 떨어진 강 안의 바위를 돌아오라고 했는데, 두 팔에 힘이 다 빠질 때까지 나는 맴만 돌고 있다. 그런 내 모습이 안돼 보였던지, 카약 온라인 동호회 ‘여울’의 한 회원이 “뱃머리에 시선을 두지 말고, 멀리 목표로 하는 방향을 보고 저으세요”라고 말했다. 그대로 하자 신통하게 배가 전진한다. 뱀처럼 구불구불 가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간다.
초보운전자가 차 앞만 보고 가면 반듯하게 가지 못하고, 멀리 바라볼 때에서야 비로소 반듯하게 나갈 수 있는 원리와 마찬가지였다. 그 원리는 인생에도 적용된다. 코앞의 일만 생각하면 그 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멀리 목표를 잡아 움직이면 작은 장애물은 대수롭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술, 배가 전복되었을 때 탈출하는 요령을 배웠다. 배가 뒤집히면 머리가 물 속으로 처박혀버린다. 이때 몸을 카약과 수평이 되도록 최대한 굽히고, 몸과 카약을 연결시켜 놓은 스커트 끈을 잡아당겨 벗겨낸다. 그리고 한 손으로 노를 쥔 채, 두 손으로 배를 밀면서 엉덩이부터 탈출한다. 엉덩이를 빼낸 다음 두 발을 동시에 빼내야지 한쪽 발부터 빼내려 들면 탈출이 어려워진다.
탈출 연습을 하고 나서, 우리 일행은 내린천을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잘 내려갈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지만 카약 동호회원도 있고, 국내 급류 카약의 1인자인 김명석씨가 이끌고 있으니 마음놓고 뒤따르기로 했다.
몸을 곧추 펴고 노를 젓는데, 잔잔한 물살이라 순조롭게 나아간다. 강물이 곧 포장된 길이나 다름없다. 나는 오리처럼 한가롭게 물 위를 떠간다. 작은 여울이 나왔다. 찰랑거리는 물살들이 물고기 비늘처럼 아름답게 빛났다. 작은 여울을 무사히 지나자 저절로 큰 숨이 쉬어졌다. 종이배에 실린 개미의 신세가 이럴까, 불안했지만 카약은 종이배처럼 내 몸을 거뜬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다시 잔잔한 물살이 이어졌다. 배가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뱅글뱅글 맴돌아서 탈이지, 흐르는 물에 실려 잘 나아갔다. 세 번째 급한 여울에서 마침내 사단이 벌어졌다. 뱃머리를 반듯이 하고 급류를 지나가야 하는데, 배가 옆으로 틀어지더니 작은 돌부리에 걸려 기우뚱 내 몸이 배와 함께 물에 처박히고 만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세상이 그냥 멈춰버린 것 같았다. 허둥거리며 배에서 몸을 빼내려는데, 엉덩이가 배에 걸려 빠져나오질 않았다. 그제서야 내 몸과 카약을 하나로 붙들고 있는 스커트 끈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가르침대로, 허리를 카약에 잔뜩 붙인 뒤 엉덩이를 들어올려 두 다리를 빼내려는데, 더 이상 숨을 참을 수가 없다. 고개를 물 밖으로 치켜드니, 균형을 잃어 다리는 더욱 빠져나오질 않는다. 영락없이 카약에 눌려 죽을 판이다. 두 팔을 휘저으며 허둥대는데, 손에 잡히는 게 있었다. 구세주 같은 김명석씨의 노였다. 그 노를 붙잡고 몸을 일으켜 세우고, 가쁜 숨을 돌리고 나서야 나머지 발 하나를 빼낼 수 있었다. 이래서 카약은 적어도 3척이 한 조가 되어서 타야 한다. 혼자 타지만, 협동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물가로 나와서 카약 안에 들어간 물을 빼낸 뒤 다시 몸을 끼워넣었다. 이젠 작은 여울이 나타나도 머리털이 곤두섰다. 종이배 위의 개미 처지가 아니라, 가랑잎 위의 개미 신세가 되었다. 고개 하나를 넘듯, 급한 여울을 하나씩 건넜다.
그런데 내게는 폭포나 다름없는 급한 여울에서, 김명석씨는 강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처럼 논다. 급류에서 온갖 묘기를 보이는 카약 로데오인데, 카약의 꽃이라고 부른다.
마지막 급류를 지나치고 나서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무사히 8km의 급류타기를 끝마친 것이다. 한 시간 연습하고 내린천을 탄 것이 무리였다. 하루종일 잔잔한 물 위에서 노젓기와 탈출 연습을 하고 난 뒤에 떠나왔어야 했다. 잔잔한 물 위에서 땀 흘린 만큼 급류에서의 안전이 보장된다.
우리 일행을 이끌었던 김명석씨는 나더러 아직 어머니 뱃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카약은 균형을 잃고 물 속으로 전복되었을 때, 엉덩이와 허리의 탄력만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왔다’ ‘카약을 탄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빨리 뱃속을 빠져나와, 카약을 타고 물고기처럼 먼 바다로 가고 싶다.
카약을 타기 위해 인제 내린천으로 갔다. 물이 맑고 급류가 많아 카약을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다. 카약은 4인승까지 있지만 급류타기를 할 때는 주로 1인승을 탄다. 무동력이라서 혼자 힘으로 노를 저어서 가야 한다. 강을 훼손하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탈 수 있고, 좁고 가파른 강을 따라 깊은 계곡까지 다가갈 수 있어 자연친화적이다.
카약은 기능에 따라 생김새가 다르다. 강에서 여행하기 좋은 카약은 폭이 좁고 길이가 3m 가량 된다. 급류타기용은 회전력을 좋게 하기 위해 폭이 넓고 길이는 짧아 2~2.5m 가량 된다. 바다에서 타는 카약은 4.5m 가량 된다. 카약은 언뜻 보아 거인의 신발 같은데, 앞뒤가 대칭으로 뾰쪽하다.
노(패들)는 어깨보다 약간 넓게 잡고, 권투 선수처럼 두 팔을 쭉쭉 뻗으면서 젓는다. 허리에 입는 스프레이 스커트는 배 안으로 넘쳐드는 물을 막는 역할을 한다. 스커트 둘레에 탄력 있는 줄이 있어서, 배 입구 둘레에 패인 홈에 끼우게 되어 있다. 카약 안에 들어가려면, 평행봉에 매달려 두 다리를 나란히 들어올리듯이 하여 두 다리를 끼워넣는다. 발을 넣으면 발끝에 지지판이 걸리는데, 왼손으로 노를 저을 때는 왼발에 힘을 주고, 오른손으로 저을 때는 오른발에 힘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카약이 힘을 더 받아 앞으로 잘 나간다. 무릎은 약간 구부리는데, 무릎으로 배 안쪽의 벽을 지지한다. 엉덩이는 배에 꽉 끼다시피 하는데, 처음에는 불편해도 차츰 시간이 지나면 배와 내 몸이 일체가 되어 편해진다. 배에 앉은 모습은 완전히 ㄴ자 형상이다.
자연친화적 레포츠 인기만점
나는 카약에 몸을 끼우고 나서 노로 돌부리를 밀고, 엉덩이를 궁싯거려서 물 위로 나아갔다. 잔망스럽게 몸을 나대지만 않으면 배가 전복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왼손, 오른손 노를 저어 강심으로 나갔다. 그런데 배가 잠시 떠가는 듯하더니 빙글빙글 원을 그리기만 한다. 왼쪽으로 돌면 열심히 왼쪽 노를 젓고, 오른쪽으로 돌면 열심히 오른쪽 노를 저어보지만 그저 팽이처럼 돌기만 한다. 답답한 마음에 방향을 바꾸려고 힘껏 저으면, 이제는 반대방향으로 돌아버린다. 20m쯤 떨어진 강 안의 바위를 돌아오라고 했는데, 두 팔에 힘이 다 빠질 때까지 나는 맴만 돌고 있다. 그런 내 모습이 안돼 보였던지, 카약 온라인 동호회 ‘여울’의 한 회원이 “뱃머리에 시선을 두지 말고, 멀리 목표로 하는 방향을 보고 저으세요”라고 말했다. 그대로 하자 신통하게 배가 전진한다. 뱀처럼 구불구불 가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간다.
초보운전자가 차 앞만 보고 가면 반듯하게 가지 못하고, 멀리 바라볼 때에서야 비로소 반듯하게 나갈 수 있는 원리와 마찬가지였다. 그 원리는 인생에도 적용된다. 코앞의 일만 생각하면 그 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멀리 목표를 잡아 움직이면 작은 장애물은 대수롭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술, 배가 전복되었을 때 탈출하는 요령을 배웠다. 배가 뒤집히면 머리가 물 속으로 처박혀버린다. 이때 몸을 카약과 수평이 되도록 최대한 굽히고, 몸과 카약을 연결시켜 놓은 스커트 끈을 잡아당겨 벗겨낸다. 그리고 한 손으로 노를 쥔 채, 두 손으로 배를 밀면서 엉덩이부터 탈출한다. 엉덩이를 빼낸 다음 두 발을 동시에 빼내야지 한쪽 발부터 빼내려 들면 탈출이 어려워진다.
탈출 연습을 하고 나서, 우리 일행은 내린천을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잘 내려갈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지만 카약 동호회원도 있고, 국내 급류 카약의 1인자인 김명석씨가 이끌고 있으니 마음놓고 뒤따르기로 했다.
몸을 곧추 펴고 노를 젓는데, 잔잔한 물살이라 순조롭게 나아간다. 강물이 곧 포장된 길이나 다름없다. 나는 오리처럼 한가롭게 물 위를 떠간다. 작은 여울이 나왔다. 찰랑거리는 물살들이 물고기 비늘처럼 아름답게 빛났다. 작은 여울을 무사히 지나자 저절로 큰 숨이 쉬어졌다. 종이배에 실린 개미의 신세가 이럴까, 불안했지만 카약은 종이배처럼 내 몸을 거뜬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다시 잔잔한 물살이 이어졌다. 배가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뱅글뱅글 맴돌아서 탈이지, 흐르는 물에 실려 잘 나아갔다. 세 번째 급한 여울에서 마침내 사단이 벌어졌다. 뱃머리를 반듯이 하고 급류를 지나가야 하는데, 배가 옆으로 틀어지더니 작은 돌부리에 걸려 기우뚱 내 몸이 배와 함께 물에 처박히고 만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세상이 그냥 멈춰버린 것 같았다. 허둥거리며 배에서 몸을 빼내려는데, 엉덩이가 배에 걸려 빠져나오질 않았다. 그제서야 내 몸과 카약을 하나로 붙들고 있는 스커트 끈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가르침대로, 허리를 카약에 잔뜩 붙인 뒤 엉덩이를 들어올려 두 다리를 빼내려는데, 더 이상 숨을 참을 수가 없다. 고개를 물 밖으로 치켜드니, 균형을 잃어 다리는 더욱 빠져나오질 않는다. 영락없이 카약에 눌려 죽을 판이다. 두 팔을 휘저으며 허둥대는데, 손에 잡히는 게 있었다. 구세주 같은 김명석씨의 노였다. 그 노를 붙잡고 몸을 일으켜 세우고, 가쁜 숨을 돌리고 나서야 나머지 발 하나를 빼낼 수 있었다. 이래서 카약은 적어도 3척이 한 조가 되어서 타야 한다. 혼자 타지만, 협동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물가로 나와서 카약 안에 들어간 물을 빼낸 뒤 다시 몸을 끼워넣었다. 이젠 작은 여울이 나타나도 머리털이 곤두섰다. 종이배 위의 개미 처지가 아니라, 가랑잎 위의 개미 신세가 되었다. 고개 하나를 넘듯, 급한 여울을 하나씩 건넜다.
그런데 내게는 폭포나 다름없는 급한 여울에서, 김명석씨는 강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처럼 논다. 급류에서 온갖 묘기를 보이는 카약 로데오인데, 카약의 꽃이라고 부른다.
마지막 급류를 지나치고 나서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무사히 8km의 급류타기를 끝마친 것이다. 한 시간 연습하고 내린천을 탄 것이 무리였다. 하루종일 잔잔한 물 위에서 노젓기와 탈출 연습을 하고 난 뒤에 떠나왔어야 했다. 잔잔한 물 위에서 땀 흘린 만큼 급류에서의 안전이 보장된다.
우리 일행을 이끌었던 김명석씨는 나더러 아직 어머니 뱃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카약은 균형을 잃고 물 속으로 전복되었을 때, 엉덩이와 허리의 탄력만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왔다’ ‘카약을 탄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빨리 뱃속을 빠져나와, 카약을 타고 물고기처럼 먼 바다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