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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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이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 입력2004-10-08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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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책이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본 대로, 들은 대로, 한 대로 쓰게 하는 글쓰기 교육’에 평생을 바친 이오덕 선생이 상업주의에 물든 어린이 문학에 회초리를 들었다. ‘문학의 길 교육의 길’ ‘어린이 책 이야기’(소년한길 펴냄)라는 두 권의 평론집은 두툼한 책의 무게만큼이나 치열한 비평이 담겨 있다. 어른들의 문학판이 평론가들의 알맹이 없는 ‘주례사 비평’으로 혼탁해졌다면 어린이 문학의 형편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첫째 권 ‘문학의 길 교육의 길’에는 작가 김이구씨의 글 ‘아동문학을 보는 시각’에 대한 반론과 어린이문학 평론가 원종찬씨의 ‘아동문학과 비평정신’에 나오는 ‘속류사회학주의’라는 용어가 일으킨 혼란, 그리고 황선미씨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일본어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드러난 어린이 문학 번역논쟁을 소개하고 저자의 입장을 밝혔다. 둘째 권 ‘어린이 책 이야기’는 본격 비평서다. ‘가난과 꿈을 이야기한 책’ ‘사람과 자연, 현실과 초현실’ ‘번역 동화, 그 밖’ 등 3부로 나누어 13권의 어린이 책을 꼼꼼히 읽었다.

    사실 첫째 권에 실린 ‘일하는 아이들은 버려야 할 관념인가’는 4년 전 김이구씨가 계간 ‘아침햇살’에 실었던 글에 대한 반론이다. “왜 이제 와서?”라는 의문도 생기지만 책 한 권 분량에 이르는 논쟁의 진행과정과 반론을 읽다 보면, 지금 이 땅에서 어린이 문학을 한다는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는 오류가 훤히 보인다.

    “아이들 책이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김이구씨의 글은 1978년 이오덕 선생이 농촌아이들의 시를 모아 펴낸 ‘일하는 아이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 시집은 정직한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준 아동문학의 고전이다. 그러나 김이구씨는 ‘일하는 아이들’이라는 개념이 어른들의 그릇된 기대가 만들어낸 ‘동심주의’로부터 벗어나게 했지만 이제 ‘일하는 아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논리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지난해 원종찬씨가 꺼낸 ‘속류사회학주의’로 이어진다. 이오덕 선생은 어린이 문학을 한다는 이들이 ‘가슴에서, 온몸에서, 저절로 터져나오는 말’로 쓴 작품과 그것을 흉내내어 쓴 글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다.

    둘째 권 ‘어린이 책 이야기’는 방송 ‘느낌표!’의 독서캠페인으로 화제가 됐던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등 평론가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은 책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짧은 안목으로 칭찬하고 섣불리 추천한 책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동화 읽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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