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예전 같지 않다. 지구온난화 등의 여파로 날씨가 예측불가의 영역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미 봄 가을이 실종된 지도 오래고 폭염과 폭설, 가뭄, 최악의 황사 등 날씨가 이상해졌다. 지난해 우리는 극심한 가뭄과 폭설을 경험했다. 올 초에는 최악의 황사 때문에 고생을 하기도 했다. 급기야 올 여름에는 대형 수재가 남부지방을 휩쓸어 수많은 이재민을 만들었다.
이 같은 기상이변은 이제 주민의 피해만이 아니라 기업 경영에도 엄청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온도, 강수량, 강설량, 황사, 자외선 등 기상 변수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은 그동안 ‘주어진 조건’으로만 인식해 왔던 날씨가 이제는 금리, 환율, 주가, 물가 등 기업 경영의 리스크로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날씨가 기업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물론 수요 예측이다. 현재 기상 관련 위험을 회사 차원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관리하려는 회사 중 하나가 놀이공원인 롯데월드다. 롯데월드는 실외 시설도 있지만 대부분이 실내 시설이다. 그래서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삼성에버랜드나 서울랜드와 같은 옥외 놀이시설은 비가 오면 손님이 줄고 롯데월드 같은 실내 놀이시설은 비가 오면 사람이 많이 찾아오거나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단 비가 오면 사람들이 외출 자체를 꺼리기 때문에 롯데월드 입장객도 줄어 매출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폭설 내리면 외출 자제 스키장 매출 곤두박질
그래서 롯데월드는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기상 변화에 따른 입장객 수 예측 프 로그램을 가동시키려 하고 있다. 예컨대 운영팀에서 날씨에 기반한 입장객 수 예측을 바탕으로 운영계획, 인력배치 계획, 영업용품 조달계획 등을 수립하고 이 계획에 의거해 영업 운영을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식음료 업장과 상품업장에 대한 업장별 개점 시간과 폐점 시간을 결정하게 된다. 롯데월드는 이 같은 과학적 관리를 통해 지난해 매출이 21억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일조량과 온도 등을 감안해 돔의 개폐, 냉방 정도를 적절히 조정하고 있다. 롯데월드는 이 같은 과학적 관리 덕분에 지난해 에너지 비용만 19억원을 절감했다.
날씨에 민감한 레저업체 중 하나가 바로 스키장이다. 일반적으로 스키장은 눈이 많이 오면 인공눈을 안 만들어도 되니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일단 눈이 많이 오면 손님들이 스키장을 찾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매출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또 스키장 입구에서 스키장까지 오는 길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하기 때문에 이 비용이 인공눈을 만드는 비용을 초과하기도 한다. 눈을 만드는 비용은 그렇게 많지 않다. 또 설령 눈이 많이 오더라도 눈의 상태를 스키 타기 좋게 하기 위해 인공눈을 더 뿌려주어야 한다. 따라서 인공눈 제설비용은 눈이 오든 오지 않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차피 스키장 영업을 위해 불가피하게 들어가야 하는 비용이다.
이런 여러 가지 변수 중에서 영업에 가장 악영향을 주는 것은 역시 폭설이다. 용평스키장의 경우 폭설이 내렸던 2000년 겨울과 눈이 별로 오지 않았던 2001년 각각 지옥과 천당을 오간 적이 있다. 2000~2001년 겨울에 서울 주변의 모든 스키장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유독 시설이 좋기로 유명한 용평스키장의 매출만 거의 정체 상태였다. 매출 감소의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던 용평스키장은 기상컨설팅 전문업체에 의뢰해 원인 분석에 나섰다. 그 결과 금요일과 토요일에 대관령에 폭설경보(10cm 이상의 눈이 내릴 조짐이 보이면 기상청이 발령한다)가 내릴 때마다 입장객과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이 목격됐다. 주로 서울과 수도권 고객이 주를 이루는 용평스키장은 기상청이 주말쯤에 폭설주의보를 내리면 고객들이 아예 스키장행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일종의 ‘발표효과’(announcement effect)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다. 이렇게 원인을 찾아낸 용평스키장은 폭설주의보가 내리면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마케팅 방안을 검토중이다.
반면 용평스키장은 2001~2002년 겨울에는 거꾸로 홀로 독주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상난동을 겪으면서 서울 근교 스키장의 눈이 녹아내리는 사태가 발생했으나 추운 지역인 대관령만 눈이 녹아내리지 않아 고객이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이 경우 눈의 상태가 좋다는 광고를 해 고객들을 더 유치할 수 있었다.
한편 유통업체 역시 온도 강수 강설 황사 자외선 안개 등에 따라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백화점은 날이 좋으면 고객이 늘지만 날이 춥거나 덥고 또는 황사가 끼면 손님이 대폭 감소한다. 그러나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편의점은 온도 변화가 구매로 바로 연결되고 이에 따라 공급 체인을 적절히 관리해야 할 필요가 커진다. 화장품 회사는 자외선이 늘어나면 선탠크림 매출이 늘고, 황사가 불면 세정제 매출도 증가한다.
유통업체 종사자들은 어떤 이론보다 경험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날씨가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계량화해 보는 기업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대개 경험과 감에 의존해서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롯데월드의 경우도 정확한 계량화 작업을 하기 전에 ‘비가 오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비과학적인 발언을 하는 임원들이 있었다. 용평스키장의 경우도 담당 임원들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손님이 오지 않았을 것이란 어림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이를 계량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이를 주장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기상변화에 따른 전략적 운용방안이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계량화를 통해 기상 위험이 매출 및 운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가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기업은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일단 시스템적으로 기상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운영(operation) 차원의 대책이 있을 수 있다. 아예 기상 위험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다. 에어컨 업체들이 많이 쓰듯 여름에 날이 덥지 않으면 에어컨을 새로 산 고객에게 일정 금액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물론 이 경우 기업은 보험을 들어 이러한 이벤트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기상변화 계량화 위험회피 방안 ‘발등의 불’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상 위험을 가장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형태는 재무적 측면에서 위험을 헤지(hedge)하는 일이다. 기상예보는 어느 때라도 100% 들어맞을 수가 없다. 예보에 따라 운영 방침을 전하거나 예기치 않던 기상이변으로 피해를 볼 경우 이를 재무적으로 보상받는 방법이다. 날씨 피해는 현재 보험 가입이 잘되지 않는다. 날씨에 따른 기업의 피해를 계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회사들이 손해사정을 하더라도 기업과 분쟁의 소지가 항상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 일본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는 날씨 파생상품이 기업의 날씨 위험을 보상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날씨 파생상품은 보험과 성격이 거의 같다. 다만 보험이 실제 발생한 손실을 손해사정이라는 절차를 거쳐 보상하는 반면, 파생상품은 손해사정 절차 없이 미리 정해진 금액을 보상하는 지수기반(index-based) 상품 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됐든 공해의 증가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고 날씨가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시대를 맞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출현하는 새로운 위험을 관리하려는 신종 유통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기업들이 날씨에 따른 위험 요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이 같은 기상이변은 이제 주민의 피해만이 아니라 기업 경영에도 엄청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온도, 강수량, 강설량, 황사, 자외선 등 기상 변수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은 그동안 ‘주어진 조건’으로만 인식해 왔던 날씨가 이제는 금리, 환율, 주가, 물가 등 기업 경영의 리스크로 다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날씨가 기업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물론 수요 예측이다. 현재 기상 관련 위험을 회사 차원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관리하려는 회사 중 하나가 놀이공원인 롯데월드다. 롯데월드는 실외 시설도 있지만 대부분이 실내 시설이다. 그래서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삼성에버랜드나 서울랜드와 같은 옥외 놀이시설은 비가 오면 손님이 줄고 롯데월드 같은 실내 놀이시설은 비가 오면 사람이 많이 찾아오거나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단 비가 오면 사람들이 외출 자체를 꺼리기 때문에 롯데월드 입장객도 줄어 매출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폭설 내리면 외출 자제 스키장 매출 곤두박질
그래서 롯데월드는 전사적 자원관리(ERP)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기상 변화에 따른 입장객 수 예측 프 로그램을 가동시키려 하고 있다. 예컨대 운영팀에서 날씨에 기반한 입장객 수 예측을 바탕으로 운영계획, 인력배치 계획, 영업용품 조달계획 등을 수립하고 이 계획에 의거해 영업 운영을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식음료 업장과 상품업장에 대한 업장별 개점 시간과 폐점 시간을 결정하게 된다. 롯데월드는 이 같은 과학적 관리를 통해 지난해 매출이 21억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일조량과 온도 등을 감안해 돔의 개폐, 냉방 정도를 적절히 조정하고 있다. 롯데월드는 이 같은 과학적 관리 덕분에 지난해 에너지 비용만 19억원을 절감했다.
날씨에 민감한 레저업체 중 하나가 바로 스키장이다. 일반적으로 스키장은 눈이 많이 오면 인공눈을 안 만들어도 되니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일단 눈이 많이 오면 손님들이 스키장을 찾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매출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또 스키장 입구에서 스키장까지 오는 길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하기 때문에 이 비용이 인공눈을 만드는 비용을 초과하기도 한다. 눈을 만드는 비용은 그렇게 많지 않다. 또 설령 눈이 많이 오더라도 눈의 상태를 스키 타기 좋게 하기 위해 인공눈을 더 뿌려주어야 한다. 따라서 인공눈 제설비용은 눈이 오든 오지 않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차피 스키장 영업을 위해 불가피하게 들어가야 하는 비용이다.
이런 여러 가지 변수 중에서 영업에 가장 악영향을 주는 것은 역시 폭설이다. 용평스키장의 경우 폭설이 내렸던 2000년 겨울과 눈이 별로 오지 않았던 2001년 각각 지옥과 천당을 오간 적이 있다. 2000~2001년 겨울에 서울 주변의 모든 스키장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유독 시설이 좋기로 유명한 용평스키장의 매출만 거의 정체 상태였다. 매출 감소의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던 용평스키장은 기상컨설팅 전문업체에 의뢰해 원인 분석에 나섰다. 그 결과 금요일과 토요일에 대관령에 폭설경보(10cm 이상의 눈이 내릴 조짐이 보이면 기상청이 발령한다)가 내릴 때마다 입장객과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이 목격됐다. 주로 서울과 수도권 고객이 주를 이루는 용평스키장은 기상청이 주말쯤에 폭설주의보를 내리면 고객들이 아예 스키장행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일종의 ‘발표효과’(announcement effect)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다. 이렇게 원인을 찾아낸 용평스키장은 폭설주의보가 내리면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마케팅 방안을 검토중이다.
반면 용평스키장은 2001~2002년 겨울에는 거꾸로 홀로 독주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상난동을 겪으면서 서울 근교 스키장의 눈이 녹아내리는 사태가 발생했으나 추운 지역인 대관령만 눈이 녹아내리지 않아 고객이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이 경우 눈의 상태가 좋다는 광고를 해 고객들을 더 유치할 수 있었다.
한편 유통업체 역시 온도 강수 강설 황사 자외선 안개 등에 따라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백화점은 날이 좋으면 고객이 늘지만 날이 춥거나 덥고 또는 황사가 끼면 손님이 대폭 감소한다. 그러나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편의점은 온도 변화가 구매로 바로 연결되고 이에 따라 공급 체인을 적절히 관리해야 할 필요가 커진다. 화장품 회사는 자외선이 늘어나면 선탠크림 매출이 늘고, 황사가 불면 세정제 매출도 증가한다.
유통업체 종사자들은 어떤 이론보다 경험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날씨가 매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계량화해 보는 기업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대개 경험과 감에 의존해서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롯데월드의 경우도 정확한 계량화 작업을 하기 전에 ‘비가 오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비과학적인 발언을 하는 임원들이 있었다. 용평스키장의 경우도 담당 임원들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손님이 오지 않았을 것이란 어림짐작을 하고 있었지만 이를 계량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이를 주장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기상변화에 따른 전략적 운용방안이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계량화를 통해 기상 위험이 매출 및 운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가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기업은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일단 시스템적으로 기상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운영(operation) 차원의 대책이 있을 수 있다. 아예 기상 위험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다. 에어컨 업체들이 많이 쓰듯 여름에 날이 덥지 않으면 에어컨을 새로 산 고객에게 일정 금액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물론 이 경우 기업은 보험을 들어 이러한 이벤트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기상변화 계량화 위험회피 방안 ‘발등의 불’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상 위험을 가장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형태는 재무적 측면에서 위험을 헤지(hedge)하는 일이다. 기상예보는 어느 때라도 100% 들어맞을 수가 없다. 예보에 따라 운영 방침을 전하거나 예기치 않던 기상이변으로 피해를 볼 경우 이를 재무적으로 보상받는 방법이다. 날씨 피해는 현재 보험 가입이 잘되지 않는다. 날씨에 따른 기업의 피해를 계량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회사들이 손해사정을 하더라도 기업과 분쟁의 소지가 항상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 일본 유럽에서 유행하고 있는 날씨 파생상품이 기업의 날씨 위험을 보상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날씨 파생상품은 보험과 성격이 거의 같다. 다만 보험이 실제 발생한 손실을 손해사정이라는 절차를 거쳐 보상하는 반면, 파생상품은 손해사정 절차 없이 미리 정해진 금액을 보상하는 지수기반(index-based) 상품 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됐든 공해의 증가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고 날씨가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시대를 맞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출현하는 새로운 위험을 관리하려는 신종 유통업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기업들이 날씨에 따른 위험 요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