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되는 ‘민단’과 ‘총련’](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9/05/200509050500033_2.jpg)
우선 재일본조선인 총연합회(총련)는 총련계 동포들의 고향(한국) 방문에 관한 남북 장관급회담 합의와 관련해 8월1일 도쿄 중앙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적극 지지-환영했다. 또 총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기 전에 이를 주일 한국특파원들에게도 알렸는데 총련이 중앙본부 기자회견장에 한국 기자들의 참석을 정식으로 요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일대한민국민단(민단) 또한 6월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련측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한 바 있다. 재일동포 사회의 경우 그동안 친한-친북으로 갈라져 반목해 왔기에 이와 같은 변화의 조짐은 더 극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앙본부 차원에서 밑(지역이나 직능별)으로 내려갈수록 변화의 바람은 더 거세다. 7월30일에는 민단과 총련 두 단체의 효고현 본부가 합동으로 ‘원 코리아 통일행진’을 벌였고, 유사한 지방 행사가 오사카(8월11일) 가와사키(8월26일)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민단(무궁화팀)과 총련(무지개팀)의 축구팀은 7월9일과 7월30일 두 번에 걸쳐 ‘축구 교류시합’을 갖고 불고기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민단신문’의 정진일씨에 따르면 양팀은 이번 시합을 계기로 축구를 통한 친선교류를 정례화하기로 해 오는 9월에도 시합을 갖기로 했다.
재일동포들이 가장 많이 사는 오사카에서는 7월23일 올해로 7회째를 맞이하는 ‘원 코리아 오사카 바둑대회’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민단-총련계 대국자 108명은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한반도 지도를 디자인한 깃발과 티셔츠를 나눠 가졌다. 흰색 바탕에 파란색 한반도 지도는 91년 지바현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남북 단일 응원팀의 깃발을 떠올리게 했다.
이 밖에도 6·15 공동선언 기념파티와 야유회 등 지역`-`직능별 공동행사는 정상회담 이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열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91년 지바에서 연출한 탁구 단일팀과 공동 응원단이 안겨준 감격 이후 재일동포 사회가 10년 만에 처음 겪는 감동의 물결이다. 민단의 한 관계자는 “민단과 총련의 ‘정상회담‘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전화접촉은 진행되고 있고 총련측이 ‘기다려 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재일동포 사회는 대체로 민단과 총련이 ‘하나’ 될 것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지방에서는 이미 민단 단장과 총련 위원장이 만나 다양한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 내년 오사카에서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는 다시 남북이 단일팀으로 출장하고 재일동포들이 공동응원단을 구성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마음이 벌써 9월의 고향 방문길과 공동응원을 펼칠 오사카 탁구대회장에 가 있는 재일동포 사회에서는 이미 ‘마음의 38선’이 지워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