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버티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현대건설 유동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고강도 자구방안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정부의 ‘전방위 압박’은 성공할 수 있을까. 5월 말에 이어 7월 말에 또다시 불거진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이후 정부와 현대가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8월7일 단행된 개각으로 현대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현대 고위관계자는 8월7일 “정부나 채권단이 요구한 자동차 계열 분리와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한 광범위한 자구계획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시장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새 경제팀 및 채권단과의 조율을 거쳐 이번 주(8월7일~12일) 안에 끝낸다는 방침이지만 다음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밝혀 8월10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자구계획 발표를 개각 이후로 미뤄온 현대의 ‘시간 끌기’가 일단 성공한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등 이헌재 경제팀에서 현대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인사들이 모두 퇴진했기 때문이다(전윤철 위원장은 현대 문제와 상관없는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이동).
이용근 전 금감위원장은 막판까지 현대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 전 위원장은 최근 들어 “자리를 걸고 현대문제를 이번에 해결할 것”이라며 “현대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나라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지게 된다”고 강조해왔다. 현대측은 그동안 이 전 위원장이 △현대건설 부채를 3조원 이상 줄이는 자구방안 마련 △문제경영진 퇴진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현대자동차 계열 분리 등을 요구하자 내심 당혹감을 떨치지 못했으나 이 전 위원장의 교체로 한숨 돌리는 분위기.
물론 새 경제팀의 수장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이 개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과거 경제기획원 기획라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현대 문제 해결에 원칙적인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기대되긴 한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정부와 현대가 힘겨루기를 하는 시점에서 한쪽 당사자인 이헌재 장관이나 이용근 위원장을 빼버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현대가 시간을 벌게 됐고, 이는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정부 일각에서는 현대가 이헌재 경제팀의 전방위 압박에 대해 두 가지 전략으로 대응해 왔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이헌재 경제팀을 겨냥한 매터도(흑색선전)를 퍼뜨리면서 이헌재 경제팀을 흔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압박에 ‘저항’한다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이 있다는 게 이헌재 경제팀의 인식이었다.
현대 관계자들도 이익치 회장이 이헌재 경제팀을 흔들고 다녔다는 점은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민주당 쪽에서도 “이익치 회장이 여권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이헌재 경제팀을 흔들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현대 관계자는 “이헌재 경제팀이 먼저 이회장에게 사감을 가졌기 때문에 이회장도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어쩔 수 없었다”면서 “8·7 개각을 통해 이익치 회장에 사감을 가졌던 사람들이 모두 퇴진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현대는 정부와 채권단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 요구에 시간을 끌면서 ‘저항’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었다. 금감위 관계자들은 8월4일 현대가 외환은행에 자구방안을 제출한 것도 시간 끌기 차원으로 해석한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현대의 자구방안에는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아 현대가 자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모양새만 갖추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의 행태도 현대 안팎에서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7월 초 일본으로 출국했던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이 차일피일 미루다 8월7일에야 귀국한 것을 두고 정부와 힘겨루기 차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대 내부에서는 다른 차원에서 비판을 제기한다. 한 임원은 “정몽헌 의장의 최근 행태는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위’만 쳐다보는 2세 경영인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현대측은 이에 대해 정몽헌 의장이 5월31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3부자 동반 퇴진’ 선언 이후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직을 제외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현대건설 유동성 문제 해결을 주도할 입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자동차 계열 분리를 위한 필요조건인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지분 6.1% 처리문제도 정 전 명예회장이 결심해야 할 일이지 정몽헌 의장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현대는 또 그동안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문제경영진 퇴진도 수용할 수 없다고 ‘저항’해왔다. 현대 관계자는 “경영진 퇴진 문제는 해당 기업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이지 정부가 간여할 일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정부와 채권단이 문제경영진으로 지목한 인사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비롯해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 등 이른바 ‘가신 3인방’.
정부와 채권단은 이들이 현대 부실을 초래하고 계열 분리를 혼란에 빠지게 한 장본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그들이 언제 이사회에서 임명됐느냐”고 반문하면서 “오너에 의해 임명된 마당에 필요할 때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들먹이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현대 내부에서도 이익치 회장의 ‘독주’를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임원들이 있다. 한 임원은 “박세용 구조조정위원장이 올 초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계열인 인천제철로 전보되면서 정몽헌 의장 계열에서 이익치 회장을 견제할 사람이 없어졌다”면서 “이회장의 독주가 현대 문제를 꼬이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채권단은 이익치 회장이 현대 구조조정본부를 제쳐놓은 채 현대건설 유동성 문제 해결을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측도 마찬가지다. 몽구 회장측 인사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현대 유동성 문제 해결 방안으로 ‘3부자 동반 퇴진’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이회장이 꺼져가는 ‘3부자 퇴진’ 불씨를 되살림으로써 자신에게 향하는 여론의 화살을 오너 일가에게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또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현대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이헌재 경제팀을 초조하게 만들었던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건강문제가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현대 문제 조기 해결을 재촉하고 있다.
그동안 이헌재 팀이 전에 없이 고강도로 현대를 압박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 전 명예회장 건강 악화 징후였다. 정 전 명예회장 생전에 계열 분리 등 현대 문제를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 물론 현대측은 정 전 명예회장의 건강 상태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최근 정 전 명예회장의 잦아진 병원 출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진념 경제팀과 현대의 한판 승부가 주목된다.
현대 고위관계자는 8월7일 “정부나 채권단이 요구한 자동차 계열 분리와 지배구조 개선을 포함한 광범위한 자구계획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시장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새 경제팀 및 채권단과의 조율을 거쳐 이번 주(8월7일~12일) 안에 끝낸다는 방침이지만 다음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밝혀 8월10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자구계획 발표를 개각 이후로 미뤄온 현대의 ‘시간 끌기’가 일단 성공한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등 이헌재 경제팀에서 현대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인사들이 모두 퇴진했기 때문이다(전윤철 위원장은 현대 문제와 상관없는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이동).
이용근 전 금감위원장은 막판까지 현대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 전 위원장은 최근 들어 “자리를 걸고 현대문제를 이번에 해결할 것”이라며 “현대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나라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지게 된다”고 강조해왔다. 현대측은 그동안 이 전 위원장이 △현대건설 부채를 3조원 이상 줄이는 자구방안 마련 △문제경영진 퇴진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현대자동차 계열 분리 등을 요구하자 내심 당혹감을 떨치지 못했으나 이 전 위원장의 교체로 한숨 돌리는 분위기.
물론 새 경제팀의 수장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이 개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과거 경제기획원 기획라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현대 문제 해결에 원칙적인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기대되긴 한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정부와 현대가 힘겨루기를 하는 시점에서 한쪽 당사자인 이헌재 장관이나 이용근 위원장을 빼버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현대가 시간을 벌게 됐고, 이는 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정부 일각에서는 현대가 이헌재 경제팀의 전방위 압박에 대해 두 가지 전략으로 대응해 왔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이헌재 경제팀을 겨냥한 매터도(흑색선전)를 퍼뜨리면서 이헌재 경제팀을 흔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압박에 ‘저항’한다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이 있다는 게 이헌재 경제팀의 인식이었다.
현대 관계자들도 이익치 회장이 이헌재 경제팀을 흔들고 다녔다는 점은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민주당 쪽에서도 “이익치 회장이 여권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면서 이헌재 경제팀을 흔들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현대 관계자는 “이헌재 경제팀이 먼저 이회장에게 사감을 가졌기 때문에 이회장도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어쩔 수 없었다”면서 “8·7 개각을 통해 이익치 회장에 사감을 가졌던 사람들이 모두 퇴진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현대는 정부와 채권단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 요구에 시간을 끌면서 ‘저항’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었다. 금감위 관계자들은 8월4일 현대가 외환은행에 자구방안을 제출한 것도 시간 끌기 차원으로 해석한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현대의 자구방안에는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아 현대가 자구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모양새만 갖추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의 행태도 현대 안팎에서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7월 초 일본으로 출국했던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이 차일피일 미루다 8월7일에야 귀국한 것을 두고 정부와 힘겨루기 차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대 내부에서는 다른 차원에서 비판을 제기한다. 한 임원은 “정몽헌 의장의 최근 행태는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위’만 쳐다보는 2세 경영인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현대측은 이에 대해 정몽헌 의장이 5월31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3부자 동반 퇴진’ 선언 이후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직을 제외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현대건설 유동성 문제 해결을 주도할 입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대자동차 계열 분리를 위한 필요조건인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지분 6.1% 처리문제도 정 전 명예회장이 결심해야 할 일이지 정몽헌 의장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현대는 또 그동안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한 문제경영진 퇴진도 수용할 수 없다고 ‘저항’해왔다. 현대 관계자는 “경영진 퇴진 문제는 해당 기업 이사회가 결정할 사안이지 정부가 간여할 일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정부와 채권단이 문제경영진으로 지목한 인사는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을 비롯해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김재수 구조조정본부장 등 이른바 ‘가신 3인방’.
정부와 채권단은 이들이 현대 부실을 초래하고 계열 분리를 혼란에 빠지게 한 장본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금감위의 한 관계자는 “그들이 언제 이사회에서 임명됐느냐”고 반문하면서 “오너에 의해 임명된 마당에 필요할 때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들먹이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현대 내부에서도 이익치 회장의 ‘독주’를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임원들이 있다. 한 임원은 “박세용 구조조정위원장이 올 초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계열인 인천제철로 전보되면서 정몽헌 의장 계열에서 이익치 회장을 견제할 사람이 없어졌다”면서 “이회장의 독주가 현대 문제를 꼬이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채권단은 이익치 회장이 현대 구조조정본부를 제쳐놓은 채 현대건설 유동성 문제 해결을 주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측도 마찬가지다. 몽구 회장측 인사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현대 유동성 문제 해결 방안으로 ‘3부자 동반 퇴진’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이회장이 꺼져가는 ‘3부자 퇴진’ 불씨를 되살림으로써 자신에게 향하는 여론의 화살을 오너 일가에게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또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현대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이헌재 경제팀을 초조하게 만들었던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건강문제가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현대 문제 조기 해결을 재촉하고 있다.
그동안 이헌재 팀이 전에 없이 고강도로 현대를 압박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 전 명예회장 건강 악화 징후였다. 정 전 명예회장 생전에 계열 분리 등 현대 문제를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 물론 현대측은 정 전 명예회장의 건강 상태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최근 정 전 명예회장의 잦아진 병원 출입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진념 경제팀과 현대의 한판 승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