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1일 오후 4시13분26초(한국시각) 미국 LA 서북쪽 240km에 위치한 반덴버그 공군기지.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가 발사되는 순간, 연구개발을 담당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소 류장수 박사(선임연구부장)의 입에서 “이제야 끝났구나”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소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의 연구진 121명이 2241억9000만원을 들여 3년여 동안 공들인 ‘아리랑 1호’가 궤도에 진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12분. 류박사팀은 이 12분을 위해 10개월을 마냥 기다려야 했다.
위성발사를 대행한 미국 오비탈사가 주 탑재체인 아리랑 1호의 스케줄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초소형 관측위성인 ‘아크림’ 위성의 발사 스케줄을 우선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오비탈사는 10개월 동안 5차례 이상 아무런 이유 없이 발사 예정일을 연기한다고 통보해 왔다. 국내에선 “위성 발사 날짜를 속였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렇게 무시당하면서 오비탈사에 지불한 발사 대행료는 통상 발사 비용의 30%를 차지하는 보험료를 제외하고도 208만7000달러나 됐다. 한국은 10개월간 ‘위성발사체 없는 나라’의 ‘설움’을 톡톡히 겪은 셈이었다.
위성을 개발해 스스로 우주에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나라는 국제사회의 국방 외교 경제 과학기술 분야에서 목청을 높일 수 있는 시대다. 더구나 북한은 지난 98년 이미 광명성 1호를 발사하기까지 했다. 한국의 발사체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정부는 고도 700∼900km의 지구 저궤도진입용 우주로켓을 2002년까지 독자 개발키로 결정했다. 이 로켓은 100kg의 탑재체를 실어 나르는 길이 13.5m, 총중량 14.7t 규모의 액체로켓형 3단 분리형이다. 최고 고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발사 후 2분5초 정도. 이를 위해 액체추진기관, 수직발사대 등 로켓 발사에 필요한 기술이 모두 개발된다. 정부는 2005년엔 4단형 우주로켓(KSLV-Ⅰ)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까지 로켓발사계획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문제는 바로 로켓을 쏘아 올릴 우주발사장을 어디에 두느냐는 데서 시작됐다.
우선 국방부 산하 미사일 시험발사장인 충남 태안 안흥발사장을 활용하긴 힘든 실정이다. 서해안을 향해 발사각을 조절할 경우 발사체가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영공을 비행해 분리체를 낙하시키게 된다. 정남향으로 발사할 경우에도 우리나라 내륙지역의 통과가 불가피해 안전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이곳은 군사시설이어서 장거리 미사일 개발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주변국으로부터 오해를 살 소지도 있다.
정부는 대안으로 1300억원을 투입, 2015년까지 모두 9기의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130만평 규모의 ‘우주센터’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 우주개발의 메카인 ‘케네디우주센터’처럼 이곳에서 로켓 발사와 통제, 운영 업무를 우리 스스로 한다는 것.
그러나 정부는 곧 ‘수학적 난관’에 직면하게 됐다. 중력탈출 속도인 초속 8km(시속 2만8800km)의 속도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1단 로켓의 경우 고도 40, 50km 지점에서 분리돼 발사지점으로부터 400, 500km 떨어진 지점에 낙하된다. 2단 로켓은 3000∼3500km 지점에 떨어진다. 따라서 안전한 발사를 보장하는 발사 가능 방위각이 클수록 발사체의 궤도에 여유가 많이 생기고 발사 성공률도 높아진다.
과학기술부가 항공우주연구소에 우주센터 후보지 용역조사를 의뢰해 국내 11개 후보지에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1후보지로 선정된 전남 고흥군 외나로의 방위각 각도는 15도, 제2후보지인 경남 남해군 상주면 일대는 고작 2도였다. 항공우주연구소 류장수 박사는 “한려해상공원 유인도의 안전을 고려하고 일본 제주를 피해 로켓을 날려보내려면 좌우 발사각이 10도를 넘기 힘들 것”으로 진단했다.
이는 발사 전면에 아무것도 없이 확 열려 있다시피 한 미국 케네디우주센터나 남미 쿠루기지에 비해선 엄청난 악조건이다. 그야말로 초정밀 발사기술이 없이는 궤도이탈의 후유증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일본이나 중국, 필리핀과의 외교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필리핀 동북부 해상의 남사군도는 한반도 남쪽해안에서 3단 로켓을 쏠 경우 2단 로켓의 분리가 예상되는 해상과 그리 멀지 않다. 결국 정확한 발사체 통제제어 기술이 중요하게 됐고 이 분야에서 앞서 있는 미국으로부터의 기술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면 기술 이전은 쉽게 될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주센터개발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관련 기술이 제대로 이전될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또 당장 2004년까지 발사체인 KSLV-Ⅰ을 발사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운반중량 500kg, 사정거리 300km로 제한하고 있는 한-미 미사일각서가 있다”며 재검토를 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우주발사장의 경우 중국 일본과 접해 있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통신위성과 같은 동서궤도의 정지위성 발사각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남북궤도 위성만을 위해 우주센터를 건설하는 것은 경제성을 확보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없는 마당에 건설 비용만 최소 2800억원이 들고 그 이후에는 수조원이 필요한 우주센터 건설보다는 현재처럼 외국에 계속 위탁 발사하자는 것이다. 대신 우주센터의 역할을 국립원격탐사시설로 선회하자는 얘기다.
해외발사장을 ‘임대’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항공우주연구소측은 “발사대, 조립타워, 연료공급 설비, 발사통제 장비, 조립 및 운반장비가 발사체에 따라 별도로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국내 건설과 맞먹는 예산이 소요된다. 또 위성발사시 200여명의 연구인력이 2개월 이상 발사장에 상주해야 한다”며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스스로 로켓발사체를 우주에 쏘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꿈인가. 전문가들은 “아직 희망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단, 이들은 “민감한 문제는 조용히 풀어가는 게 상책”이라고 제안한다. 우주센터건설 실무 책임자인 이상목 과학기술부 전략기술개발과장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우주센터 건설사업은 경제성이 아닌 국가의 ‘의지’에 달린 문제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소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의 연구진 121명이 2241억9000만원을 들여 3년여 동안 공들인 ‘아리랑 1호’가 궤도에 진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12분. 류박사팀은 이 12분을 위해 10개월을 마냥 기다려야 했다.
위성발사를 대행한 미국 오비탈사가 주 탑재체인 아리랑 1호의 스케줄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초소형 관측위성인 ‘아크림’ 위성의 발사 스케줄을 우선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오비탈사는 10개월 동안 5차례 이상 아무런 이유 없이 발사 예정일을 연기한다고 통보해 왔다. 국내에선 “위성 발사 날짜를 속였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렇게 무시당하면서 오비탈사에 지불한 발사 대행료는 통상 발사 비용의 30%를 차지하는 보험료를 제외하고도 208만7000달러나 됐다. 한국은 10개월간 ‘위성발사체 없는 나라’의 ‘설움’을 톡톡히 겪은 셈이었다.
위성을 개발해 스스로 우주에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나라는 국제사회의 국방 외교 경제 과학기술 분야에서 목청을 높일 수 있는 시대다. 더구나 북한은 지난 98년 이미 광명성 1호를 발사하기까지 했다. 한국의 발사체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정부는 고도 700∼900km의 지구 저궤도진입용 우주로켓을 2002년까지 독자 개발키로 결정했다. 이 로켓은 100kg의 탑재체를 실어 나르는 길이 13.5m, 총중량 14.7t 규모의 액체로켓형 3단 분리형이다. 최고 고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발사 후 2분5초 정도. 이를 위해 액체추진기관, 수직발사대 등 로켓 발사에 필요한 기술이 모두 개발된다. 정부는 2005년엔 4단형 우주로켓(KSLV-Ⅰ)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까지 로켓발사계획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문제는 바로 로켓을 쏘아 올릴 우주발사장을 어디에 두느냐는 데서 시작됐다.
우선 국방부 산하 미사일 시험발사장인 충남 태안 안흥발사장을 활용하긴 힘든 실정이다. 서해안을 향해 발사각을 조절할 경우 발사체가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영공을 비행해 분리체를 낙하시키게 된다. 정남향으로 발사할 경우에도 우리나라 내륙지역의 통과가 불가피해 안전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이곳은 군사시설이어서 장거리 미사일 개발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주변국으로부터 오해를 살 소지도 있다.
정부는 대안으로 1300억원을 투입, 2015년까지 모두 9기의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130만평 규모의 ‘우주센터’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 우주개발의 메카인 ‘케네디우주센터’처럼 이곳에서 로켓 발사와 통제, 운영 업무를 우리 스스로 한다는 것.
그러나 정부는 곧 ‘수학적 난관’에 직면하게 됐다. 중력탈출 속도인 초속 8km(시속 2만8800km)의 속도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1단 로켓의 경우 고도 40, 50km 지점에서 분리돼 발사지점으로부터 400, 500km 떨어진 지점에 낙하된다. 2단 로켓은 3000∼3500km 지점에 떨어진다. 따라서 안전한 발사를 보장하는 발사 가능 방위각이 클수록 발사체의 궤도에 여유가 많이 생기고 발사 성공률도 높아진다.
과학기술부가 항공우주연구소에 우주센터 후보지 용역조사를 의뢰해 국내 11개 후보지에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1후보지로 선정된 전남 고흥군 외나로의 방위각 각도는 15도, 제2후보지인 경남 남해군 상주면 일대는 고작 2도였다. 항공우주연구소 류장수 박사는 “한려해상공원 유인도의 안전을 고려하고 일본 제주를 피해 로켓을 날려보내려면 좌우 발사각이 10도를 넘기 힘들 것”으로 진단했다.
이는 발사 전면에 아무것도 없이 확 열려 있다시피 한 미국 케네디우주센터나 남미 쿠루기지에 비해선 엄청난 악조건이다. 그야말로 초정밀 발사기술이 없이는 궤도이탈의 후유증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일본이나 중국, 필리핀과의 외교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필리핀 동북부 해상의 남사군도는 한반도 남쪽해안에서 3단 로켓을 쏠 경우 2단 로켓의 분리가 예상되는 해상과 그리 멀지 않다. 결국 정확한 발사체 통제제어 기술이 중요하게 됐고 이 분야에서 앞서 있는 미국으로부터의 기술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면 기술 이전은 쉽게 될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주센터개발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관련 기술이 제대로 이전될지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또 당장 2004년까지 발사체인 KSLV-Ⅰ을 발사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운반중량 500kg, 사정거리 300km로 제한하고 있는 한-미 미사일각서가 있다”며 재검토를 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우주발사장의 경우 중국 일본과 접해 있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통신위성과 같은 동서궤도의 정지위성 발사각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남북궤도 위성만을 위해 우주센터를 건설하는 것은 경제성을 확보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없는 마당에 건설 비용만 최소 2800억원이 들고 그 이후에는 수조원이 필요한 우주센터 건설보다는 현재처럼 외국에 계속 위탁 발사하자는 것이다. 대신 우주센터의 역할을 국립원격탐사시설로 선회하자는 얘기다.
해외발사장을 ‘임대’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항공우주연구소측은 “발사대, 조립타워, 연료공급 설비, 발사통제 장비, 조립 및 운반장비가 발사체에 따라 별도로 갖춰져야 하기 때문에 국내 건설과 맞먹는 예산이 소요된다. 또 위성발사시 200여명의 연구인력이 2개월 이상 발사장에 상주해야 한다”며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스스로 로켓발사체를 우주에 쏘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꿈인가. 전문가들은 “아직 희망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단, 이들은 “민감한 문제는 조용히 풀어가는 게 상책”이라고 제안한다. 우주센터건설 실무 책임자인 이상목 과학기술부 전략기술개발과장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우주센터 건설사업은 경제성이 아닌 국가의 ‘의지’에 달린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