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공포물 작가로 확고한 명성을 얻은 스티븐 킹.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평가받는 킹은 전자출판 혹은 e북의 성패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인가, 아니면 지나친 기대와 업계의 과(過)투자를 부추기는 주범인가. 그의 잇단 e북 실험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 3월 그는 순도 100%의 e북 ‘라이딩 더 불릿’(Riding the Bullet)으로, 정말 ‘총알’처럼 e북 시장에 등장했다. 종이책이 아닌 디지털 파일 형태로만 올라온 ‘라이딩 더 불릿’은 아마존, 반스앤노블, 글래스북 등을 통해 개당 2달러~2달러50센트에 판매됐고, 불과 이틀 만에 무려 50여만명의 독자를 끌어들이는 폭발적 성공을 거두었다. 실로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총알처럼 맹렬하게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 것이다.
66쪽에 불과한 이 ‘짧은 중편소설’은 주인공의 기괴하고도 공포스러운 무임승차 경험을 다룬 것. 킹의 이야기꾼 기질이 유감없이 드러난 걸작으로 평가된다. ‘USA투데이’는 “공포 이상의 공포를 느끼게 한다”고 극찬했다(그런데 공포 이상의 공포란 대체 어떤 느낌일까).
지지부진하던 e북 시장에 돌연 활기가 돌았다. 로켓e북, 소프트북, 글래스북 등 e북 제조업체들은 뜻하지 않은 호재에 쾌재를 불렀다. “e북의 장래는 밝다”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국내 출판계에도 어느 날 갑자기 e북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e북이 종이책을 대체할 듯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e북의 미래에 대해 신중론을 펴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적어도 국내 출판계의 맹렬하고 갑작스러운 e북 유행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킹 자신만큼 ‘라이딩 더 불릿’의 엄청난 성공에 고무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는 곧바로 두 번째 실험을 발표했다. 7월24일 킹은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www. stephe-nsking.com)에 신작 소설 ‘플랜트’(The Plant)를 연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랜트’는 출판사를 습격하는 사악한 덩굴식물에 대한 이야기. 언뜻 보기에 e북 열풍에 쩔쩔매는 구식 출판사들을 패러디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킹의 단골 출판사인 사이먼&슈스터를 비롯한 여러 출판사들이 그의 ‘과격한’ 실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의 e북 연재에는 “소설을 다운로드받은 사람의 75% 이상이 책값(1달러)을 내지 않으면 중단할 것”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킹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의 홈페이지에 실린 정보에 따르면 7월31일 현재 15만2132명이 그의 소설을 다운로드받았으며, 이중 76.38%에 해당하는 11만6200명이 1달러씩을 지불했다. “‘USA투데이’와 ‘퍼블리셔스 위클리’에 쓴 광고료 등 웹 출판비용 12만4150달러를 만회했다”고 킹은 말했다. 당초 약속대로 그의 웹 소설 연재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8월과 9월, 소설의 2회와 3회분을 홈페이지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두번째 e북 실험도 보기 좋게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킹의 성공을 곧바로 e북 시장의 성공 가능성과 등치(等値)시켜도 괜찮을까.
그에 대한 반응은 두 갈래로 엇갈린다. 한쪽은 ‘그럴 수 없다’는 쪽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워튼경영대학원의 댄 헌터 교수는 “스티븐 킹이 아닌 다른 작가였다면 언론과 독자들로부터 그처럼 큰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겠는가”고 반문하면서, “킹의 실험이 흥미롭고 독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e북 전체로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제한적이고 특별한 사례라는 주장이다.
워튼경영대학원의 또 다른 교수인 스티븐 J. 코브린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종이책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책은 웹상에서 유통될 것이다. 많은 책이 종이와 디지털파일 두 형태로 나올 것이고, 여러분은 이를 집에서, 혹은 고속 프린터와 컴퓨터 스크린을 갖춘 서점에서 구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책의 한두 장(章)이나 몇 페이지만을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 법학대학원의 R. 폴크 와그너는 “출판계의 ‘판도라의 상자’를 킹이 열어제친 것”이라며 “저작권에 기대어 지속적인 이익을 얻어 왔던 출판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킹의 경우처럼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하지는 못할지라도 온라인 출판은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주요 출판사들이 앞다퉈 온라인으로 ‘전향’하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7월31일에는 미국 제2의 출판사인 랜덤하우스가 100% 디지털 서점인 ‘앳랜덤’(AtRandom)을 띄워 e북 물결에 동승했다. 독일의 복합 미디어그룹인 베르텔스만AG의 계열사 중 하나인 랜덤하우스는 “이미 e북으로 출판할 20여종의 목록을 작성했다”며 “2001년 1월경부터 본격적인 e북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여종의 목록에는 포 브론슨 같은 유명 작가, 금융 관련 필자인 도널드 카츠, 잡지 ‘하퍼스’의 편집자인 루이스 레이펌 등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 제1 출판사인 타임워너 북스는 랜덤하우스보다 며칠 앞서 e북 전문 출판사인 ‘아이퍼블리시’(iPublish. com)의 출범을 알렸다. 첫 e북 출간일도 몇 달 더 빠른 올 9월로 예정하고 있다. 문학계의 ‘신동’(Wunderkind)으로 통하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서스펜스물 작가인 데이비드 밸러치, 소설가 샌드라 브라운 같은 유명 필자가 여기에 가세했다. 타임워너 북스에 따르면 아이퍼블리시는 다양한 포맷의 e북을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리더, 젬스타의 로켓e북 등도 이에 포함된다.
지난 3월 그는 순도 100%의 e북 ‘라이딩 더 불릿’(Riding the Bullet)으로, 정말 ‘총알’처럼 e북 시장에 등장했다. 종이책이 아닌 디지털 파일 형태로만 올라온 ‘라이딩 더 불릿’은 아마존, 반스앤노블, 글래스북 등을 통해 개당 2달러~2달러50센트에 판매됐고, 불과 이틀 만에 무려 50여만명의 독자를 끌어들이는 폭발적 성공을 거두었다. 실로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총알처럼 맹렬하게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 것이다.
66쪽에 불과한 이 ‘짧은 중편소설’은 주인공의 기괴하고도 공포스러운 무임승차 경험을 다룬 것. 킹의 이야기꾼 기질이 유감없이 드러난 걸작으로 평가된다. ‘USA투데이’는 “공포 이상의 공포를 느끼게 한다”고 극찬했다(그런데 공포 이상의 공포란 대체 어떤 느낌일까).
지지부진하던 e북 시장에 돌연 활기가 돌았다. 로켓e북, 소프트북, 글래스북 등 e북 제조업체들은 뜻하지 않은 호재에 쾌재를 불렀다. “e북의 장래는 밝다”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국내 출판계에도 어느 날 갑자기 e북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e북이 종이책을 대체할 듯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e북의 미래에 대해 신중론을 펴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적어도 국내 출판계의 맹렬하고 갑작스러운 e북 유행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킹 자신만큼 ‘라이딩 더 불릿’의 엄청난 성공에 고무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는 곧바로 두 번째 실험을 발표했다. 7월24일 킹은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www. stephe-nsking.com)에 신작 소설 ‘플랜트’(The Plant)를 연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랜트’는 출판사를 습격하는 사악한 덩굴식물에 대한 이야기. 언뜻 보기에 e북 열풍에 쩔쩔매는 구식 출판사들을 패러디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킹의 단골 출판사인 사이먼&슈스터를 비롯한 여러 출판사들이 그의 ‘과격한’ 실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의 e북 연재에는 “소설을 다운로드받은 사람의 75% 이상이 책값(1달러)을 내지 않으면 중단할 것”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킹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의 홈페이지에 실린 정보에 따르면 7월31일 현재 15만2132명이 그의 소설을 다운로드받았으며, 이중 76.38%에 해당하는 11만6200명이 1달러씩을 지불했다. “‘USA투데이’와 ‘퍼블리셔스 위클리’에 쓴 광고료 등 웹 출판비용 12만4150달러를 만회했다”고 킹은 말했다. 당초 약속대로 그의 웹 소설 연재는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8월과 9월, 소설의 2회와 3회분을 홈페이지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두번째 e북 실험도 보기 좋게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킹의 성공을 곧바로 e북 시장의 성공 가능성과 등치(等値)시켜도 괜찮을까.
그에 대한 반응은 두 갈래로 엇갈린다. 한쪽은 ‘그럴 수 없다’는 쪽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워튼경영대학원의 댄 헌터 교수는 “스티븐 킹이 아닌 다른 작가였다면 언론과 독자들로부터 그처럼 큰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겠는가”고 반문하면서, “킹의 실험이 흥미롭고 독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e북 전체로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제한적이고 특별한 사례라는 주장이다.
워튼경영대학원의 또 다른 교수인 스티븐 J. 코브린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종이책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책은 웹상에서 유통될 것이다. 많은 책이 종이와 디지털파일 두 형태로 나올 것이고, 여러분은 이를 집에서, 혹은 고속 프린터와 컴퓨터 스크린을 갖춘 서점에서 구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책의 한두 장(章)이나 몇 페이지만을 구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 법학대학원의 R. 폴크 와그너는 “출판계의 ‘판도라의 상자’를 킹이 열어제친 것”이라며 “저작권에 기대어 지속적인 이익을 얻어 왔던 출판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킹의 경우처럼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하지는 못할지라도 온라인 출판은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미국의 주요 출판사들이 앞다퉈 온라인으로 ‘전향’하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7월31일에는 미국 제2의 출판사인 랜덤하우스가 100% 디지털 서점인 ‘앳랜덤’(AtRandom)을 띄워 e북 물결에 동승했다. 독일의 복합 미디어그룹인 베르텔스만AG의 계열사 중 하나인 랜덤하우스는 “이미 e북으로 출판할 20여종의 목록을 작성했다”며 “2001년 1월경부터 본격적인 e북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20여종의 목록에는 포 브론슨 같은 유명 작가, 금융 관련 필자인 도널드 카츠, 잡지 ‘하퍼스’의 편집자인 루이스 레이펌 등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 제1 출판사인 타임워너 북스는 랜덤하우스보다 며칠 앞서 e북 전문 출판사인 ‘아이퍼블리시’(iPublish. com)의 출범을 알렸다. 첫 e북 출간일도 몇 달 더 빠른 올 9월로 예정하고 있다. 문학계의 ‘신동’(Wunderkind)으로 통하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서스펜스물 작가인 데이비드 밸러치, 소설가 샌드라 브라운 같은 유명 필자가 여기에 가세했다. 타임워너 북스에 따르면 아이퍼블리시는 다양한 포맷의 e북을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리더, 젬스타의 로켓e북 등도 이에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