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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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내각

  • 편집장 김진수

    입력2008-03-05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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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는 것 빼곤 다 있어요~.”

    시골 오일장이나 벼룩시장 같은 데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호객(呼客) 외침이지요. 그런데 애써 그런 곳을 찾지 않아도 ‘있을 것 다 있는’ 푸짐함(?)을 폐부 깊숙이 느끼게 해주는 생생한 현장이 있습니다.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일그러진 내각이 그렇습니다. 초대 각료 내정자들에 대한 의혹이 전방위적으로 넘쳐나 오죽하면 ‘의혹 내각’이란 별칭까지 붙었을까요.

    찬찬히 따져봅시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좌초한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를 필두로, 이념적 편향성 논란에다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 부인의 부동산 투기 등으로 구설에 오른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6년간 두 자녀 교육비 4800만원을 이중 공제받은 사실마저 드러나자 마침내 자진사퇴했습니다.

    이에 질세라 외지인이 구입할 수 없는 경기 김포의 절대농지를 사들여 시세차익을 누리고 편법증여 의혹까지 받아 만만치 않은 ‘동급’임을 보여준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도 결국 물러났습니다.



    취임도 하기 전 줄줄이 낙마한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논문 중복 게재, 공금 유용, 자녀 국적 상실 등 별의별 의혹에 휩싸인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는 5공 때 ‘정화사업 유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사실까지 드러나 망신살이 뻗치다 결국 “썩 잘한 일은 아니다”며 논문 표절을 시인했습니다.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의 논문 표절 의혹도 명확히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면 가히 ‘체험! 의혹 현장’입니다. 요직을 맡기로 돼 있던 이들에 대한 의혹은 물론 5000여 명의 인물이나 살폈다던 ‘실용정부’의 구멍 숭숭 뚫린, 무용(無用)한 공직 인사검증 시스템 탓입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론 당사자들의 도덕성에 일차적 책임이 있을 겝니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다.” 시장통에선 아무도 이런 과장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뻔한 거짓말임을 누구나 아는 ‘체험! 삶의 현장’이므로. 그 덕에 장보러 온 사람들의 마음은 되레 푸근해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새 정부의 내각에서라면 문제는 다릅니다. 의혹의 양산은 민심, 나아가 표심(票心)의 이탈로도 이어집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내각
    봄입니다. 기분도 꿀꿀할 텐데, ‘낙마자’끼리 손잡고 가까운 오일장이나 찾아 바람 좀 쐬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는 ‘화이트 라이(white lie·악의 없는 거짓말)’에서 배어나는 삶의 활기 좀 느껴보게….

    이번 호에는 유난히 각 나라 전현직 최고지도자들에 관한 기사가 많네요. 그러고 보면 ‘주간동아’ 역시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시사주간지인가 봅니다.^^;

    편집장 김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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