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의 ‘Tree #2’.
미술계는 여러모로 파격적인 인터알리아의 운영 방식이 “과연 가능할까?”라고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낙찰보증제만 해도 작품의 수준이 천차만별인데 일률적으로 보증금을 지급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활황기를 거쳐 조금씩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미술계는 이처럼 가라앉은 분위기에 인터알리아가 새바람을 불어넣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2월21일 개막한 인터알리아의 첫 전시 ‘일탈의 기술’은 인터알리아의 남다름을 상징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인터알리아가 표방하는 새로운 옥션 운영 방식이 곧 기존 미술계를 일탈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기라 김수영 김시연 김태중 이명호 이윤진 이종명 이중근 주상연 천성명 최승훈 박선민 등 참여 작가들은 대부분 1990년대와 2000년 초반에 대학을 졸업한 젊은 작가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국내뿐 아니라 영국 독일 등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종명의 ‘Stadttor’. 김기라의 ‘버드와이저 맥주가 있는 정물’(오른쪽).
인터알리아 측은 회화와 설치, 사진 등을 망라한 참여 작가들에 대해 “이들은 전시 경력을 위주로 활동해온 작가들이기 때문에 미술시장에서 아직 활발하게 프로모션되지 않았다. 또 부침이 심한 미술시장의 추세와 관련 없이 꾸준히 인정받는 작가들이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전시작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답게 통통 튀는 독창성을 보여준다. 또 ‘일상’의 주제들에 천착한 것도 전시작의 공통점이다. 맥도널드 햄버거나 코카콜라, 담배, 포장지 등을 회화와 사진으로 표현한 김기라, 르네 마그리트를 연상케 하는 이명호의 사진, 창틀과 건물을 통해 원근법의 원리를 무력하게 만든 김수영, 사진을 통해 공간의 작은 부분을 극대화한 이윤진, 송신탑에서 찍은 아스라한 도시 전경을 보여주는 이종명 등의 작품은 모두가 소소한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주는 일상은 조금씩 비틀리고 교묘하게 왜곡돼 있다.
인터알리아의 김인선 아트디렉터는 “이 작가들은 ‘그림이 어떠해야 하며, 사진이 어떠해야 한다’는 전통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전통과 기성 작가들이 다뤄온 형식을 탈피하고 새로운 미술 형식 기반을 다진다는 점에서 이들은 다음 세대에 블루칩으로 떠오를 작가들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젊은 작가들의 눈에 비친 일상의 균열, 재기발랄한 시각으로 포착한 일탈의 순간들이 펼쳐진 이번 전시는 3월20일까지 열린다. 문의 02-3479-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