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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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부러워 ‘대학 교직원’

칼퇴근, 정년 보장, 평균 수준 이상 급여 … 모집 공고에 전문직도 대거 지원 인기 실감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4-10-14 12: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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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럽다 부러워 ‘대학 교직원’
    외국계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S씨(27)의 최근 두 달간 MSN메신저 대화명은 ‘교직원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S씨는 대학 선배한테서 모교에 교직원 자리 하나가 비었는데 이직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던 것이다. 대학 졸업 뒤 학창시절부터 꿈꾸던 외국계 광고회사에 입사했지만, 부닥친 현실은 생각보다 팍팍했다. 엄청난 업무량과 잦은 야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여유 있는 생활’은 도저히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전모씨(25·여)는 서울 소재 중견기업에서 1년 가까이 근무하다 지난해 4년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계약직 교직원으로 연봉을 500만원 정도 낮춘 ‘하향 이직’이었지만 “선택을 아주 잘했다”고 자평한다. 오후 6시면 어김없이 퇴근할 수 있는 데다 학사 일정에 따라 업무가 반복되며, ‘주요 고객’도 교수와 학생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씨는 “방학 때는 단축근무를 하고, 휴가도 꼬박꼬박 챙겨 쓰는 분위기”라며 흡족해했다.

    되찾은 삶의 여유 끝내줍니다”

    대학을 떠난 졸업생들이 다시 대학으로 ‘U턴’하고 있다. 대학 교직원 모집 공고에 이미 다른 기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졸업생들이 ‘중고 신입사원’을 자처하며 입사원서를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고려대가 재무파트 교직원 선발 공고를 내자 한국도로공사, 코오롱건설, LG화학 직원들뿐 아니라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대거 지원했다. 7월 연세대는 신입 교직원 7명을 선발했는데 이중 4명이 포스코, 한화종합화학, 웅진닷컴, 한국마사회 등 ‘잘나가는’ 기업체에서 2∼3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칼퇴근, 정년 보장, 공짜 대학원, 그리고 대기업 수준의 급여’를 대학 교직원의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기업체 근무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다시 ‘신입’으로 돌아간다는 점에 대해서도 별반 개의치 않는다. 대기업에서 2년간 근무하다 모교에 입사한 박모씨(27)는 “이전 직장에서 매주 3∼4일씩 자정 넘게까지 일하며 받던 야근수당을 제외하면 급여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많아진 수준”이라며 “되찾은 삶의 여유는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10월 초 교직원 합격통보를 받은 H씨(24)는 모교 출근 날짜와 방송국 PD직 면접 날짜가 겹쳐 고민하다 결국 ‘모교 출근’을 택했다. 교양 PD는 어릴 적부터의 ‘장래희망’이었고,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에 매달려 필기시험까지 통과했는데도, 각종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학 교직원의 기회를 놓치기 싫었던 것. 김모씨(26)도 모교 교직원 선발에 합격하자 2개월째 근무하던 공기업을 미련 없이 그만두었다. 김씨는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좋아하는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게 교직원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대학도 ‘중고 신입사원’에 반색하고 있다. 연세대 김오성 인사과장은 “다른 회사 경력이 있는 신입 교직원들은 업무에 빨리 적응할 뿐 아니라 업무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 2~3년 경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또 “교직원의 전문성이 높아진다면 교수를 보조하던 업무에서 벗어나 대학 내 주요 기관이나 부서의 장도 맡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학으로 U턴한 이들에게 남는 마지막 과제는 비교적 ‘단조로운’ 업무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느냐다. 총장실에서 근무하는 한 신입 교직원은 “전화받거나 복사하는 게 주요 업무이기 때문에 따분한 건 사실”이라며 “인생의 보람을 일 이외의 것에서 찾을 생각”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연세대 관계자는 “다른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신입들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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