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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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웅담 거래 합법화?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4-10-13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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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웅담 거래 합법화?
    “10살 이상 된 반달가슴곰 도살을 허용한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이 인공사육 중인 반달가슴곰 도살 기준 연령을 현행 24년에서 10년으로 대폭 낮추고 있어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녹색연합 이유진 간사는 “반달곰은 태어난 지 3∼4년만 지나면 육안으로는 몇 살 됐는지 판단하기 힘들다”며 “도살연도를 10년으로 낮추는 것은 사실상 웅담 거래를 합법화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반달가슴곰은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동물. 우리나라는 199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반달곰 도살연도를 24년 이상으로 제한했다. 반달곰 수명이 23∼25년인 점을 감안, 사실상 반달곰 도살을 금지한 것. 그러나 현행법으로는 어떤 소득도 올릴 수 없다는 곰 사육 농가들의 빗발치는 반발에 곰 도살연도가 대폭 낮춰진 것. 정부는 1981년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재수출용으로 곰 수입을 허가했으나 사육 곰을 수입하겠다는 국가가 없어 사실상 재수출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곰 사육 농가들은 “수출도 안 되고 도살도 사실상 금지한 현행법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며 소득보전 방안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곰 사육 농가에서 불법적인 도축이 이뤄져왔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 녹색연합이 전국 10개 곰 농장을 방문 조사한 결과 모든 곳에서 웅담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심지어 웅담 진위 여부를 확인시켜주기 위해 구매자가 참석한 가운데 곰을 도축하는 곳도 있었다. 이유진 간사는 “곰 사육이 적자사업이라면 사육 농가가 없어져야 하는 것이 시장원리인데도 사육 농가와 사육 곰 마릿수는 꾸준하게 증가해왔다”고 말했다.

    곰 사육 농가들 또한 환경부의 ‘10살’ 방침에 불만이 많다. 곰사육협회 조전호 총무는 “반달곰을 아예 가축으로 변경해주든지 아니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정부가 전량 수매해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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