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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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도 이상 출입 금지, 무증상 감염 불안은 여전

4번째 확진자 입원 분당서울대병원 가보니…철저한 선별진료, 원내 2차 감염 우려 차단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20-01-30 10: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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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1층 로비에서 직원들이 열 감지기를 설치해놓고 내원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1층 로비에서 직원들이 열 감지기를 설치해놓고 내원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잠깐 열 좀 재볼게요.” 

    1월 29일 오전 9시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지하주차장으로부터 병원 본관으로 연결되는 출입구에서 마스크를 쓴 직원이 기자의 목에 체온계를 갖다 댔다. 체온이 36도로 확인된 다음 통행이 허락됐다. 환자, 보호자, 직원 등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체온이 37.5도 이하인 것이 확인된 뒤에야 ‘원내 진입’이 가능했다. 

    1월 28일 질병관리본부가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비이러스감염증) 위기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하면서 전국 주요 병원들은 일제히 발열 증세가 있는 사람의 원내 진입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28일부터 1층 출입구에 열 감지기를, 지하주차장 출입구에 체온계를 비치하고 내원객을 대상으로 전수 체크에 나섰다. ‘빈틈’을 없애고자 지하주차장에서 병원으로 연결되는 출입구 일부는 폐쇄됐다. 입원환자 방문객도 보호자 1명을 제외하고는 전면 금지했다.

    확진환자는 별도 건물에…“상태 안정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4번째 확진환자가 입원해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제한되며 의료진은 방호복을 착용하고 출입한다. [지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4번째 확진환자가 입원해 있는 분당서울대병원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제한되며 의료진은 방호복을 착용하고 출입한다. [지호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4번째 확진환자가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하면서 경기지역 및 이 병원 내원객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186명의 확진환자 중 184명(99%)이 병원에서 감염됐다(표 참조). 특히 14번째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사흘간 체류하면서 85명을 감염시킨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1월 29일 분당서울대병원 1층 로비에서 만난 배모(66·여) 씨는 “일주일 후에 남편이 대장암 수술을 받기로 해 오늘로 잡힌 수술 전 진료를 취소할 수 없는 노릇이라 병원에 왔다”며 “혹시나 메르스 때처럼 병원에서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립샘암 수술 차 22일 입원한 환자 강모(54) 씨는 “우한폐렴 환자가 여기에 입원했다는 뉴스를 병실에서 보고 황망했다. 병문안을 오겠다던 이들이 ‘못 오겠다’고 하더라”며 “입원실 밖으로 나올 땐 마스크를 꼭 쓰고 손도 자주 씻으며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격리음압시스템이 갖춰진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 남부지역 감염병 환자는 이곳으로 이송돼 치료 받는다. 4번째 확진환자는 경기 평택시 거주자로, 1월 26일 평택지역 보건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이곳으로 이송돼 이튿날인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혹시 모를 ‘원내 감염’ 우려에 대해 이 병원 관계자는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을 일반 병동과 분리된 건물에 구축해놨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 가려면 2동 응급실 우측 오르막길로 200m가량 올라가야 해 일반 내원객과 물리적 동선이 구분된다. 4번째 확진환자는 응급차를 타고 바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됐다.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내 바이러스는 외부 유출이 전면 차단되며, 의료진은 방호복을 착용하고 해당 병동에 들어간다. 또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담당 의료진은 일반 병동에 출입하지 않는다. 

    1월 29일 현재 이곳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는 4번째 확진환자 외에도 네댓 명의 의심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의심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퇴원하게 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9일 오후 6시까지 유증상자 204명 중 164명이 음성 판정으로 격리가 해제됐고, 40명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27일 이후 추가 감염자는 나오지 않았다.

    의심 증세 있다면 1339 전화부터

    분당서울대병원 1층에 마련된 발열확인 데스크(왼쪽). 지하주차장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내원객은 체온계로 발열 여부를 검사받는다.

    분당서울대병원 1층에 마련된 발열확인 데스크(왼쪽). 지하주차장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내원객은 체온계로 발열 여부를 검사받는다.

    발열확인 데스크에 놓인 손소독제(왼쪽). 열 감지기가 놓인 1층 로비 앞으로 내원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다.

    발열확인 데스크에 놓인 손소독제(왼쪽). 열 감지기가 놓인 1층 로비 앞으로 내원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대표적 증세는 발열이다. 세계적인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실린 ‘201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감염력’ 논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환자 41명 중 대부분(98%)에게서 발열 증상이 나타났다. 이에 전국 병원들은 발열 증세가 있는 사람의 원내 진입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매뉴얼은 이렇다. 열 감지기에서 체온이 35도 이상으로 나온 내원객은 체온계로 다시 측정을 받는다. 여기서 37.5도 이상으로 나오면 1인용 가운을 입히고 마스크를 착용시켜 응급실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로 보낸다. 선별진료소는 응급실과 분리된 별도의 진료시설로, 감염병 의심환자가 일반환자와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1층 출입문 발열확인 데스크를 지키고 있던 한 직원은 “아직까지 37.5도 이상인 내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내원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발열체크 데스크에 비치된 손소독제를 양손에 듬뿍 바르고 병원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자주 눈에 띄었다. 열 감지기조차 설치되지 않았던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문제는 무증상 감염자다. 실제 4번째 확진환자도 20일 우한발(發) 직항편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의 발열 검사대를 그대로 통과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발열 증세가 없는 감염자를 찾아낼 방도가 현재로서는 그 어떤 의료기관에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퍼뜨릴까. 세계보건기구(WHO)는 1월 28일 “어느 수준의 증상이어야 바이러스가 전파하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며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중국에서 증상이 없는데도 주변 사람을 감염시킨 것으로 추측되는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무증상 감염자가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의심환자를 일반환자와 격리하기 위한 별도의 선별진료소가 마련돼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의심환자를 일반환자와 격리하기 위한 별도의 선별진료소가 마련돼 있다.

    만약의 불상사를 막으려면 시민 의식이 요구된다. 최근 중국에 다녀왔거나 의심 증세가 있다면 병원을 찾기에 앞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전문콜센터 1339에 전화해 상담하고, 선별진료소가 마련된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의료진에게는 반드시 해외여행 관련 사실을 알리도록 한다. 선별진료소가 마련된 전국 482개 의료기관 목록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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