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왼쪽)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허가 받지 않은 거래는 ‘무효’
주택거래허가제는 말 그대로 주택을 거래할 때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처음 검토된 때는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토지공개념 도입 방침을 밝히며 주택거래허가제 초안을 마련한 적이 있다. 해당 초안은 허가제 적용 대상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 ▲당해 지역 특성상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는 지역 ▲현재 주택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며 투기가 더욱 극심해질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한정했다.무주택자와 1가구 1주택자(6개월 이내 기존주택을 매각할 계획이 있는 경우에 한해)는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아 주택을 거래할 수 있다.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는 거래가 아예 불가능하다. 처벌 규정도 있었다. 1가구 1주택자가 계획대로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주택가격의 3%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는다. 허가 구역 내에서 허가 없이 체결한 주택거래 계약은 무효로 한다.
이러한 주택거래허가제의 뿌리는 ‘토지거래허가제’라 할 수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토지 소유의 편중 및 무절제한 사용을 시정하고, 투기로 인한 비합리적인 지가 형성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1978년 국토이용관리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토지거래허가제가 도입됐을 때도 찬반 논쟁이 거셌다. 그러나 1989년 헌법재판소는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며,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보충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토지거래허가제를 배경으로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했던 2003년 상황을 되짚어보자. 당시는 IMF 사태를 극복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정부로서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강력한 규제 정책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부가 사유재산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주택거래허가제를 백지화하고 대신 현재 시행 중인 주택거래신고제를 도입했다.
‘15개 증빙서류’로 변형된 허가제 가능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급급매’, ‘초급매’ 매물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 투기적 거래는 엄청난 불로소득을 가져와 정의롭지 못한 부의 축적과 퇴폐 향락성 과소비로 연결되기 쉽고, 물가상승의 원인이 되며, 국민의 건전한 근로 의욕을 저해하고 계층간 불화와 갈등을 심화시키므로 규제해야 한다.
- 토지 투기는 국민의 자율 규제로 억제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 시책에 의한 규제가 불가피한 것으로, 이 같은 측면에서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재산권의 부정이 아니고 제한일뿐이다. (1989년 12월 토지거래 허가제 위헌 법률 심판 사건 헌법재판소 판결문 중에서)
반대 논리 역시 둘로 요약된다. 첫째, 토지와 주택은 기본적인 성격이 다르다. 토지는 유한한 자원이기에 정부 통제에 당위성이 부과될 수 있지만, 주택은 건축물로서 자원의 성격이 토지와 본질적으로 같지 않다. 둘째, 주택거래허가제가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해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와 다름이 없게 되며 이는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된다. ‘사유재산’. 이 짧은 단어가 자본주의의 핵심인데, 주택거래허가제는 이를 부정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주택거래허가제는 그 위력이 상당하고 ‘대한민국은 사회주의 국가인가’ 하는 논쟁을 촉발할 상징성도 띤다. 정부 입장에서 추진하기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를 증명하듯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강기정 수석의 발언 이튿날 “‘부동산 매매 허가제’는 검토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찬반 논란의 불씨를 없애기 위한 조치다. 이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도 주택거래허가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예상컨대 정부는 정식으로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하진 않을 것이다. 이미 2003년에 위헌 가능성을 예상하고 추진을 포기한 바도 있다. 다만 변형된 형태의 주택거래허가제가 시행될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는 있다.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주택자금 취득 조달 계획서’를 통한 규제가 바로 그것이다.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련한 법률 시행령 등과 관련해 발표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앞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은 3단계(자금조달계획·입주계획·조달자금지급계획)에 걸쳐 최대 15가지의 증빙서류를 준비해 제출해야 한다. 부동산 거래 자체를 규제하진 않지만, 부동산 자금의 미심쩍은 부분에 대해 세무조사, 자금출처조사 등을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매입 수요자에게 압박을 가하는 무기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거래허가제를 직접 실시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문재인표 강력 규제 거둬내겠다”
최근 일반 분양을 진행한 서울 강남구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 견본주택에서 분양 희망자들이 아파트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2020년 4월의 총선, 2022년 3월의 대선은 부동산 정책의 커다란 분수령이 될 것이다. 다만 대선까지 정부는 ‘부동산 거래 안정화’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규제와 통제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 및 양도세 중과가 계속 되고, 부동산 취득 자금 추적도 새롭게 도입될 것이다.
주택거래허가제는 가능한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위헌 가능성까지 감수한다면, 토지거래허가제 논리를 그대로 주택거래허가제로 옮겨와 추진할 수는 있다. 반대하는 쪽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론이 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므로 그때까지는 실제 시행할 수도 있다. 물론 공산주의화에 대한 우려, 찬반 논쟁의 후폭풍은 정부가 감당할 몫이다.
우용표 한강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서강대 경영대학에서 경제학을,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에서 부동산을 배우고 ‘한강부동산경제연구소’를 운영하며 부동산 관련 강의 및 투자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월급쟁이 재테크 상식사전’, ‘부동산 그래서 지금 사야 하나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