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기온차가 점점 커진다. 이맘때면 줄줄 흐르는 콧물과 자제할 수 없는 재채기로 일상생활에 곤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이른 아침 출근길부터 감당할 수 없는 콧물로 코끝이 술 취한 것처럼 붉게 변하고, 밤에는 반대로 코가 막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이들, 바로 비염 환자다. 특히 ‘면역의 반란’이라 불리며 난치성질환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가을이 오는 게 무서울 정도다.
양방에서 정의하는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물질(항원)에 대해 과민반응을 나타내 면역세포가 노출 부위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증상으로, 그 치료법은 집먼지 진드기와 꽃가루, 곰팡이 같은 항원을 알아내 아예 접촉을 원천적으로 피하는 회피 요법을 쓰거나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를 통해 면역 과민반응을 억제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들 치료법은 항원을 찾기가 힘들고 효과가 일시적인 데다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
임상시험 결과 한방 처방 치료율 74%
국내 최초로 한의학적 비염치료의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은 “현대의학이 외부 물질을 적으로 규정하고 반응성을 가라앉히는 위주로 치료하는 반면, 한의학은 환자의 신체 기능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몸의 면역을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치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알레르기는 결국 나 자신의 문제이지 꽃가루나 먼지 등 이물질 탓이 아니다”라는 게 이 원장의 주장이다.
2006년 대구한의대 교수(안이비인후과 과장)였던 이 원장은 자신의 한방 처방이 얼마나 많은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지를 일본 도야마대 의대 와타나베 유키오 교수팀과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해냈다. 한방 임상시험에 양의가 참가한 것도 최초의 일이었지만 난치성질환인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한방 치료효과를 서양의학의 잣대로 증명한 것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임상시험 결과는 놀라웠다. 대조군 약물이 있는 이중맹검(환자가 어떤 약물이 실험대상인지 모르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이 원장의 한방 처방을 받은 환자 74%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가 나타난 것. 이 임상시험은 정부에서 제공한 연구기금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는 이 원장의 알레르기 비염 치료 경험을 정부가 인정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교수 시절 한방과학화에 관한 양·한방 퓨전 연구 프로젝트로 보건복지부로부터 14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이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한의사들을 상대로 보수교육을 실시했고 한방 이비인후과의 진료 표준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원장은 실제 알레르기 비염에 어떤 치료법을 사용하고 있을까. 이 원장은 치료법을 알기 전 한방에서 말하는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인을 알아야 어떤 치료법을 쓸 것인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는 면역이 과민해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면역이 과민해지는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우선 체온조절 능력의 약화죠. ‘체온적응장애’라고도 하는데 한의학에선 ‘형한음랭(形寒飮冷)’이라 합니다. 위, 폐, 피부 등이 장애 현상과 관련 깊어요. 그중 코는 외부 공기가 들어오면 0.25초 만에 36도가 되도록 데워 심장과 폐에 그 열을 전달해야 하는데, 그 조절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온도 변화 자체를 적으로 간주해 방어기전을 작동합니다.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면서 ‘방출에 의한 방어’를 하는 겁니다.
두 번째 원인은 점액분비 능력의 약화입니다. 코안 점액은 보통 하루에 1.2ℓ 정도 분비돼야 정상인데 그 양이 줄어 콧속 ‘코팅’ 작용이 제대로 안 되면 재채기와 콧물, 가려움증 등이 나타납니다. 이때도 ‘방출에 의한 방어’를 하는 거죠.”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면 치료법도 분명해진다. 이 원장은 코의 체온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긴 환자에겐 마황이 주약재로 들어가는 소청룡탕(小靑龍湯) 위주로 처방하고, 코의 점액분비에 이상이 생긴 환자에겐 맥문동탕(麥門冬湯) 위주의 처방을 한다. 이외에도 갑산한의원에서 개발한 여러 약재를 함께 쓴다. 소청룡탕은 부비동에 있는 누런 코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하며, 맥문동탕은 점액분비를 활발하게 해 코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비염 잡는 외용 약물과 보사침법
이 원장은 이런 전통적 약물치료법 외에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한의원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외용 약물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중 계피, 오수유를 이용해 만든 고약인 ‘장원고’는 ‘하초’의 원기가 허해 배꼽 둘레가 차고 아픈 것을 치료하는 약물로, 면역을 정상적으로 되돌림으로써 코가 하는 체온조절 작용을 도와준다. 양기(陽氣)와 체온조절 경혈에 붙이는 온폐 파스는 가을 찬바람에도 폐가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다.
또한 코 내부의 건조함을 막는 외용 약물도 개발했다. 맥문동, 감국, 금은화 등으로 만든 ‘비염고’는 코의 점액분비를 촉진해 코안을 촉촉하게 만들고 과민성을 누그러뜨린다. 대나무고약은 차가운 코 점막을 따뜻하게 해주며, 향기 패치는 열을 내리는 성질의 약재가 내뿜는 향기로 코를 시원하게 해 가려움증과 과민성을 없애주는 기능을 한다.
갑산한의원에서 시행하는 알레르기 비염 치료의 또 다른 축은 이 원장이 400년 만에 복원한 허임 침법(보사침법)이다. 허임은 ‘침구경험방’을 쓴 조선 으뜸의 침의(鍼醫)이자 어의를 지낸 인물로, 그의 보사(補瀉)침법은 ‘조선 제일침’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난치성 이명 치료에 주로 쓰는 이 침법은 원래 이 원장이 알레르기 비염 치료 목적으로 각종 문헌과 구전을 종합하고 자신의 치료 경험을 더해 사장됐던 것을 복원해낸 것이다.
허임침법은 진료 현장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한 유명 프로야구 선수가 단 한 번 침 치료로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이 사라지는 효과를 보자 큰절을 하고 간 적도 있다. 이 원장은 “침을 통해 기를 넣고 빼는 과정, 즉 보사과정이 일어나는 곳이 폐의 영역이기 때문에 호흡기질환인 비염, 축농증, 기침, 천식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양방에서 정의하는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물질(항원)에 대해 과민반응을 나타내 면역세포가 노출 부위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증상으로, 그 치료법은 집먼지 진드기와 꽃가루, 곰팡이 같은 항원을 알아내 아예 접촉을 원천적으로 피하는 회피 요법을 쓰거나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를 통해 면역 과민반응을 억제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들 치료법은 항원을 찾기가 힘들고 효과가 일시적인 데다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
임상시험 결과 한방 처방 치료율 74%
국내 최초로 한의학적 비염치료의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은 “현대의학이 외부 물질을 적으로 규정하고 반응성을 가라앉히는 위주로 치료하는 반면, 한의학은 환자의 신체 기능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몸의 면역을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치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알레르기는 결국 나 자신의 문제이지 꽃가루나 먼지 등 이물질 탓이 아니다”라는 게 이 원장의 주장이다.
2006년 대구한의대 교수(안이비인후과 과장)였던 이 원장은 자신의 한방 처방이 얼마나 많은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지를 일본 도야마대 의대 와타나베 유키오 교수팀과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해냈다. 한방 임상시험에 양의가 참가한 것도 최초의 일이었지만 난치성질환인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한방 치료효과를 서양의학의 잣대로 증명한 것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임상시험 결과는 놀라웠다. 대조군 약물이 있는 이중맹검(환자가 어떤 약물이 실험대상인지 모르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이 원장의 한방 처방을 받은 환자 74%에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가 나타난 것. 이 임상시험은 정부에서 제공한 연구기금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는 이 원장의 알레르기 비염 치료 경험을 정부가 인정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교수 시절 한방과학화에 관한 양·한방 퓨전 연구 프로젝트로 보건복지부로부터 14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이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한의사들을 상대로 보수교육을 실시했고 한방 이비인후과의 진료 표준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원장은 실제 알레르기 비염에 어떤 치료법을 사용하고 있을까. 이 원장은 치료법을 알기 전 한방에서 말하는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인을 알아야 어떤 치료법을 쓸 것인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는 면역이 과민해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면역이 과민해지는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있는데 우선 체온조절 능력의 약화죠. ‘체온적응장애’라고도 하는데 한의학에선 ‘형한음랭(形寒飮冷)’이라 합니다. 위, 폐, 피부 등이 장애 현상과 관련 깊어요. 그중 코는 외부 공기가 들어오면 0.25초 만에 36도가 되도록 데워 심장과 폐에 그 열을 전달해야 하는데, 그 조절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온도 변화 자체를 적으로 간주해 방어기전을 작동합니다.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면서 ‘방출에 의한 방어’를 하는 겁니다.
두 번째 원인은 점액분비 능력의 약화입니다. 코안 점액은 보통 하루에 1.2ℓ 정도 분비돼야 정상인데 그 양이 줄어 콧속 ‘코팅’ 작용이 제대로 안 되면 재채기와 콧물, 가려움증 등이 나타납니다. 이때도 ‘방출에 의한 방어’를 하는 거죠.”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면 치료법도 분명해진다. 이 원장은 코의 체온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긴 환자에겐 마황이 주약재로 들어가는 소청룡탕(小靑龍湯) 위주로 처방하고, 코의 점액분비에 이상이 생긴 환자에겐 맥문동탕(麥門冬湯) 위주의 처방을 한다. 이외에도 갑산한의원에서 개발한 여러 약재를 함께 쓴다. 소청룡탕은 부비동에 있는 누런 코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을 하며, 맥문동탕은 점액분비를 활발하게 해 코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비염 잡는 외용 약물과 보사침법
이 원장은 이런 전통적 약물치료법 외에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한의원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외용 약물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중 계피, 오수유를 이용해 만든 고약인 ‘장원고’는 ‘하초’의 원기가 허해 배꼽 둘레가 차고 아픈 것을 치료하는 약물로, 면역을 정상적으로 되돌림으로써 코가 하는 체온조절 작용을 도와준다. 양기(陽氣)와 체온조절 경혈에 붙이는 온폐 파스는 가을 찬바람에도 폐가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다.
또한 코 내부의 건조함을 막는 외용 약물도 개발했다. 맥문동, 감국, 금은화 등으로 만든 ‘비염고’는 코의 점액분비를 촉진해 코안을 촉촉하게 만들고 과민성을 누그러뜨린다. 대나무고약은 차가운 코 점막을 따뜻하게 해주며, 향기 패치는 열을 내리는 성질의 약재가 내뿜는 향기로 코를 시원하게 해 가려움증과 과민성을 없애주는 기능을 한다.
갑산한의원에서 시행하는 알레르기 비염 치료의 또 다른 축은 이 원장이 400년 만에 복원한 허임 침법(보사침법)이다. 허임은 ‘침구경험방’을 쓴 조선 으뜸의 침의(鍼醫)이자 어의를 지낸 인물로, 그의 보사(補瀉)침법은 ‘조선 제일침’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난치성 이명 치료에 주로 쓰는 이 침법은 원래 이 원장이 알레르기 비염 치료 목적으로 각종 문헌과 구전을 종합하고 자신의 치료 경험을 더해 사장됐던 것을 복원해낸 것이다.
허임침법은 진료 현장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한 유명 프로야구 선수가 단 한 번 침 치료로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이 사라지는 효과를 보자 큰절을 하고 간 적도 있다. 이 원장은 “침을 통해 기를 넣고 빼는 과정, 즉 보사과정이 일어나는 곳이 폐의 영역이기 때문에 호흡기질환인 비염, 축농증, 기침, 천식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