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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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죄 확정에도 복직 수상한 가설협회 한심한 고용부

한국가설협회 비리로 확정판결 받은 임원, 정관 바꿔 복귀시켜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08-28 17: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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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수수죄 확정에도 복직 수상한 가설협회 한심한 고용부
    7월 4일 충남 천안 동남구 문암로 백석문화대 외식산업관 신축 공사현장에서 임시가설물 해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비계가 무너지면서 20m 아래로 추락해 3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높은 위치의 건설현장에서 작업 인부의 무게를 지탱해주는 임시 가설기자재(가설재)인 비계는 문제가 발생하면 대형 안전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만약 정부가 인증하는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비계가 건설현장에서 사용된다면 그 결과는 인부의 생명과 직결된다.

    건설현장에서 쓰는 비계, 거푸집, 동바리 등 가설재의 안전을 인증하고 확인해줘야 할 법적 주체는 고용노동부(고용부). 하지만 고용부는 전문성 등을 이유로 근로자 생명과 직결된 가설재의 안전인증 업무를 비영리법인인 한국가설협회(가설협회)에 수탁했다. 그동안 가설협회의 주요 보직은 고용부 퇴직 관료들이 독차지하다시피 했다.(‘주간동아’ 960호, 984호 참조)

    고용부와 산하기관 출신들 협회 요직 차지

    이와 관련해 최근 가설협회에서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은 법원 판결로부터 시작됐다. 울산지방법원은 7월 6일 업무상 횡령, 뇌물수수,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가설협회 사무국장 A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500만 원,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전 시험연구소장 B씨에 대해선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00만 원, 사회봉사 120시간, 회장 C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50시간, 기획관리이사 D씨에게는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 등을 선고했다.

    이들은 2013년 5월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5사(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에서 추진하는 시스템 비계 국산화 연구개발비 15억7000만 원 중 4억4700만 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시스템 비계 국산화 연구는 잇따른 발전소 내 비계 붕괴사고로 현장 인부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친 후 고용부 지시로 이뤄졌다. A씨와 B씨는 가설협회의 안전인증을 받아야 하는 업체 대표로부터 2013년 8월쯤 중국 여행 경비 4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C씨와 D씨는 가설협회에 근무하지 않는 기술사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꾸미고 26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 횡령한 혐의다.



    이들은 모두 고용부와 깊은 인연이 있다. 회장 C씨는 고용부 서울고용노동청장 및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고용부 1급 관료 출신이고, 이사 D씨는 고용부 서울관악지청 산업안전과장으로 5급 사무관 출신이다. 사무국장 A씨는 고용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안전공단 과장, 전 시험연구소장 B씨는 한국산업안전공단 실장 1급 출신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A씨와 B씨는 발전 5사로부터 위탁받은 연구개발비를 횡령해 잦은 안전사고가 발생한 수입 비계를 국산화하고자 하는 연구개발 사업의 부실을 초래했고, 국민 안전에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어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양형이 가볍게 이뤄진 이유에 대해 ‘벌금형으로 1회 처벌받은 전력을 빼고는 범죄전력이 없는 A씨와 초범인 B씨가 사건 범행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고, 횡령 피해액이 실질적으로 회복됐으며, 뇌물로 수수한 금액을 추징보전액으로 전액 납부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C씨, D씨에 대해서도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 점과 피해액이 실질적으로 회복됐다는 점, 초범인 점’ 등이 고려됐다. 현재 B씨는 억울하다며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고, 울산지방검찰청도 같은 날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와 C씨, D씨는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된 상태. 다시 말해 이들은 자신이 지은 죄를 인정한 것이다.

    실형 선고돼도 버젓이 근무

    뇌물수수죄 확정에도 복직 수상한 가설협회 한심한 고용부
    충격적인 상황은 확정판결 이후 발생했다. 업무상 횡령과 뇌물수수, 국가기술자격법 위반죄 등으로 실형이 선고되고 유죄가 확정된 A씨가 고용부 산하기관인 가설협회에서 여전히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사실이 ‘주간동아’ 취재로 밝혀진 것. 법원은 이번 사건 판결문에서 A, B씨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안전인증, 안전인증확인 업무를 위탁받은 사단법인 한국가설협회 직원으로 산업안전기본법에 따라 뇌물죄의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사람’이라고 명시했다. 즉 재판부는 A씨에게 공무원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수수죄를 인정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 4항은 뇌물수수뿐 아니라 형법상의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법원이 A씨를 법상 공무원 지위를 가진 자로 인정했기 때문에 판결대로라면 A씨는 고용부로부터 안전인증 업무를 수탁한 가설협회에서 일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가설협회 자체 정관에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의 기간이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임원 자격을 상실한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가설협회는 어떤 근거로 A씨를 다시 일하게 한 것일까. 업계에서는 “가설협회 회원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죄를 받은 사람이 다시 가설협회에서 일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협회가 임시이사회까지 열어가며 그를 비호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다. 가설협회 관계자에게 A씨의 재직 여부를 확인하자 “(A씨가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인 게) 맞다”고 답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가설협회 정관과 내규상 근무가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사회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남의 자격증 빌려 부실 인증

    뇌물수수죄 확정에도 복직 수상한 가설협회 한심한 고용부
    해당 상황을 뒤늦게 인지한 고용부는 가설협회 측에 “(A씨의 재직이) 정당하지 않다”며 개선을 요구한 상태. 고용부 산업안전과 관계자는 “가설협회가 임시이사회를 열고 인사 규정을 개정해 A씨의 근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 규정을 개정했더라도 소급 적용은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9월 초 가설협회 개선사항 보고가 있는데,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개선되지 않았을 경우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고용부 장관은 업무위탁기관의 지정 등에 관한 고시 제5조(지정의 취소)에 따라 업무를 위탁받은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조 제2항 제1호의 요건(법 제65조 제2항 제3호에 따른 안전·보건평가:안전·보건진단기관 또는 작업환경측정기관)에 적합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지정에 붙인 조건에 위반한 경우 △지정목적 외 행위를 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을 받은 날부터 6월 이내에 업무를 개시하지 아니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사업실적이 없는 경우 시정을 명하거나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고용부는 가설협회의 가설재 안전인증 업무 수탁 해지 고려 여부에 대해선 답변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재판을 통해 드러난 또 다른 사실 가운데 하나는 회장 C씨와 이사 D씨가 고용부로부터 가설협회를 안전진단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 실제 근무하지도 않는 기술사 전문인력을 허위로 채용, 그 월급분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것. 가설협회는 2012년 3월~올해 2월까지 총 3명의 기술사로부터 각각 국가기술자격증을 대여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가설협회가 건설안전진단기관으로 선정되려면 건설안전산업기사 이상의 기술사 5명이 필요한데, 안전진단기관 선정 당시 가설협회에는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3명뿐이었다. 이에 C씨와 D씨는 기술사들로부터 자격증을 빌려 안전진단기관 선정에 필요한 기술사 수를 맞췄고, 가설협회는 건설안전진단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었다.

    당초 검찰은 기소 과정에서 “자격이 없는 직원이 안전 업무를 수행해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가설협회는 지난해 10월 인증 기준에 미달하는 가설재 9개 품목, 134건의 부적합 제품에 인증서를 발급해준 사실이 고용부에 적발돼 2개월(10월 6일~12월 5일)간 가설재 안전인증 업무를 정지당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가설협회는 전문인력이 아닌 사람에게 안전인증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고, 성능이 떨어지는 부적합 제품에 안전인증서를 발급해줬을 개연성이 크다는 말이 된다. 업계에서 “기술사를 허위로 채용한 기간에 가설협회로부터 인증받은 가설재의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소문이 흘러 다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업계 일각에선 “안전인증 업무를 수행하는 가설협회가 오히려 현장 안전을 저해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가설협회의 안전인증 업무를 또다시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가설협회의 안전인증업무는 9월 1일부터 정지되며 기간은 7.5개월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설협회 감독 결과 문제가 발견돼 안전인증 업무를 정지하기로 했다. 가설협회의 안전인증 업무 정지 기간에는 안전보건공단이 업무를 맡게 된다”고 말했다.

    뇌물수수죄 확정에도 복직 수상한 가설협회 한심한 고용부
    ▼중고 가설재, 허술한 검사에 안전 비상▼

    건설현장 “가설협회 ‘스티커’ 없으면 불법” vs 고용부 “안전인증 있으면 불법 아니야”


    건설현장에서 쓰는 가설기자재(가설재)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중고 가설재(재사용 가설재)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재사용 가설재는 1회 이상 사용한 제품, 또는 신품이라도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가설재를 가리킨다. 재사용 가설재를 건설현장에 임대하는 업체들은 한국가설협회(가설협회)의 재사용 가설재 자율등록제를 두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말만 자율일 뿐 가설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제품은 쓸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재사용 가설재 자율등록제가 의무처럼 변했다는 점 때문이다. 이들은 안전이 의심되는 중고 가설재가 가설협회의 허술한 검사를 통과해 현장에서 버젓이 쓰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설협회는 고용노동부(고용부)의 지침을 받아 신품 가설재의 안전인증 업무 외에도 ‘재사용 가설재 자율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재사용 가설재 자율등록제란 가설협회가 중고 가설재의 품질 관리와 안전성 심사를 통해 일정 기준 이상의 제품을 현장에서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해당 제품에는 스티커를 부착하게 하는 제도다. 자율등록을 하려면 해당 업체는 재사용 가설재를 임대하거나 사용할 목적으로 보유하면서 품질 관리에 필요한 인력, 보관 장소, 수리 및 성능 유지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갖춰야 한다.

    의무안전인증 및 자율안전 확인 대상 가설재 품목 중 1회용품인 안전방망, 수직보호망, 수직형 추락방망을 제외한 비계 등 모든 중고 가설재가 등록 대상이 된다. 업체가 재사용 가설재 자율등록을 신청하면 가설협회는 현장검사와 표본검사를 통해 제품을 A~C등급으로 분류하고 스티커를 발급한다. A등급 제품은 현장에 납품할 수 있고, B등급 제품은 수리해서 재사용할 수 있으며, C등급 제품은 자율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신제품 가설재의 안전인증은 가설협회나 안전보건공단 어느 한쪽에서 받으면 되지만, 재사용 가설재 자율등록은 가설협회에서만 할 수 있다. 법적으로는 등록해야 할 의무가 없으며 패널티도 없다.

    가설협회의 심사를 통과해 스티커를 부착한 제품은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점검을 실시할 때 감독과 단속을 면제받는다. 7월 7일 고용부가 건설현장으로 보낸 단속지침을 보면 재사용 가설재 임대 및 사용업체가 보유한 재사용 가설재 가운데 스티커 부착 제품은 감독을 면제한다고 돼 있다. 재사용 가설재 임대업체에 대해서는 업체들이 실제 보유한 재사용 가설재 수량과 등록된 수량이 다를 경우 △등록하지 않은 수량에 대해 운영기관(가설협회)으로부터 안전성 심사를 받도록 시정 지시하고 △재사용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제품은 부착을 지시하라고 돼 있다. 현장 단속에서 스티커가 없는 제품이 (신제품)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것이 밝혀지면 범죄로 인지한다고도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이 말이 “건설현장에 재사용 가설재를 납품하려면 제품에 가설협회 스티커가 반드시 붙어 있어야 한다”로 통한다는 것. 한 재사용 가설재 임대업자는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안전인증을 받아 (안) 마크가 새겨진 가설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건설사에서 가설협회 스티커가 붙은 제품만 쓸 수 있다고 해 할 수 없이 280만 원을 주고 재사용 가설재 자율등록제 심사를 가설협회에 신청했다”며 가설협회의 부실한 현장검사와 표본검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장에 나온 가설협회 직원이 사무실을 잠깐 둘러보고는 ‘괜찮은 가설재 샘플 몇 개만 골라달라’고 했습니다. 업체가 주는 샘플을 받아가 조사하면 아마도 C등급을 받는 업체는 없지 않을까요? 스티커도 가설협회로부터 받아와 업체가 자체적으로 붙이기 때문에 마음먹고 제품의 질을 속이려면 속일 수도 있습니다. 건설현장에서는 가설협회 스티커가 있는 제품만 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한데 고용부가 이런 오해를 방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재사용 가설재 임대업자도 가설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와 동일한 내용을 질의했다. 가설협회는 이에 대해 “(안) 제품이라 해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47조에서 ‘제46조의 규정에 의한 방호장치가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상시 점검 및 정비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 상태로, 재사용 가설재에 대해 수리 및 선별을 통한 최소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모든 재사용 가설재는 가설협회로부터 안전성 심사를 받고 스티커를 부착해야만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걸까. 고용부 산업안전과 관계자는 또 다른 대답을 했다.

    “아닙니다. 가설협회나 안전보건공단 등으로부터 정상적인 안전인증을 받은 가설재라면 가설협회에서 발부한 스티커가 없어도 불법제품이 아닙니다. 다만 건설업체들은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정품(정상품)으로 볼 수 있어 선호하는 것이고, 저희(고용부)도 지방관서에서 단속할 때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정품으로 판단하라고 지시한 겁니다. 인증받지 않은 가설재가 불법제품이지, 스티커가 없는 재사용 가설재가 불법제품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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