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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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법에 따라 찰떡궁합도 따로따로

전어와 화이트 와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5-08-31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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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법에 따라 찰떡궁합도 따로따로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시원해지는 9월 초, 전어철이 다가오는구나 싶어 벌써 마음이 설렌다. 구이, 무침, 회 등 어떻게 요리해 먹어도 맛있는 제철 전어는 와인을 곁들여 즐기기에 딱 좋은 초가을 별미다.

    생선요리에는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것이 공식처럼 알려져 있지만, 화이트 와인이 전어와 다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전어는 무게감이 가벼운 음식이기 때문에 향이 묵직한 화이트 와인은 균형이 맞지 않고, 오크향이 강한 것도 전어의 감칠맛과 고소함을 해친다. 의외로 전어회무침처럼 맵고 향이 강한 음식에는 레드 와인이 어울리기도 한다. 전어 먹는 방법에 따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은 따로 있다.

    뼈째 썬 전어회를 막장이나 초고추장에 푹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독일산 리슬링(Riesling)을 곁들여보자. 독일산 리슬링은 무게감과 단맛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는데, 무게감이 제일 가볍고 단맛이 가장 약한 카비넷(Kabinett)이 전어와 잘 맞는다. 리슬링 특유의 은은한 단맛과 꽃향, 꿀향이 막장의 짠맛과 감칠맛을 증폭해 초고추장의 매운맛을 가라앉혀준다.

    깻잎이나 상추 위에 막장이나 초고추장을 찍은 전어를 얹고 마늘과 청양고추를 한 조각씩 넣어 쌈으로 즐길 때는 뉴질랜드산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 가장 잘 어울린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새콤하면서도 강한 허브향이 청양고추, 깻잎, 상추의 풋풋한 향과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전어의 고소함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겨자간장만 살짝 찍어 먹을 때는 꽃향이나 과일향보다 미네랄향이 은은하게 나는 화이트 와인을 고르는 게 좋다. 프랑스산 샤블리(Chablis)나 상세르(Sancerre)가 대표적이다. 이 와인들은 전어구이에 곁들여도 좋다. 가벼우면서도 섬세한 와인향이 전어구이의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속살을 즐기는 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상큼한 산도가 입안을 개운하게 해 젓가락이 자꾸만 전어로 향하게 만든다.



    요리법에 따라 찰떡궁합도 따로따로
    오이, 미나리 등 갖은 채소에 초고추장을 듬뿍 넣어 전어와 함께 무쳐 내는 전어회무침은 전어요리 가운데 유일하게 레드 와인과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나 시라즈(Shiraz)처럼 묵직한 레드 와인은 전어회무침의 가벼움과 균형이 맞지 않고, 강한 타닌은 전어의 비린 맛을 강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피노 누아르(Pinot Noir)나 가메(Gamay)처럼 타닌이 약하고 산도가 좋으며 무게감이 가벼운 레드 와인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어회무침의 매운맛을 와인으로 씻어내고 싶다면 살짝 단맛을 띠는 로제나 스파클링 와인도 좋은 선택이다. 로제 와인으로는 캘리포니아산 화이트 진판델(White Zinfandel)이, 스파클링 와인으로는 세미세코 카바(Semi-Seco Cava)가 추천할 만하다.

    아직은 가볍고 상큼한 와인이 더 끌리는 초가을이다. 바람이 차가워져 묵직한 와인을 찾게 되기 전, 전어를 안주 삼아 화이트 와인이나 가벼운 레드 와인을 좀 더 즐겨보는 건 어떨까. 초가을밤 낭만적인 술자리에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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