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지만 점심식사 후엔 반팔 차림이 어색하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나른한 오후가 되면 꾸벅꾸벅 조는 이가 하나둘 늘어나는 계절, 흔히 사람들은 이즈음이면 “왜 밥만 먹으면 이렇게 졸리지”라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은 “배가 고프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푸념한다. 그래서 저녁을 일찍 먹으면 꼭 야식을 먹어야 잠을 잘 잔다는 이도 있다. 이런 ‘야식족’ 중 십중팔구는 비만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왜 배가 부르면 잠이 오는 것일까. 이는 우리 몸의 소화과정과 뇌의 작용 기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위는 음식물이 들어오면 일단 위산을 분비하고 운동을 시작한다. 음식물을 죽 상태로 만들어 간에서 분해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때 영양분은 간으로 가고 나머지는 십이지장과 소장을 거쳐 대장으로 내려간다.
위장이 운동을 하려면 위장 벽에 붙은 근육이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이 운동은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뇌의 부교감신경이 알아서 하는 불수의적(不隨意的) 작용이다. 마치 심장이 혈액을 몸 전체 동맥으로 밀어내려고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펌핑작용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봄 환경에 적응하려는 신체 반응
그런데 소화기계통에 문제가 생기거나 평소와 다르게 많은 양의 음식물, 또는 소화하기 힘든 음식물이 몸에 들어오면 우리 몸은 위장 근육의 활동량을 폭발적으로 늘린다. 신체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지만 근육 활동량이 늘면 그곳으로 혈액이 많이 모인다. 근육이 움직이려면 영양분과 산소가 공급돼야 하는 까닭이다.
근육이 잘 발달한 사람의 동맥이나 정맥이 피부 위로 불쑥 솟은 것을 볼 수 있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다. 우리가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때 ‘핏대 섰다’고 하는 것도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경동맥으로 많은 양의 피가 몰리는 모양새를 빗댄 말이다. 우리 뇌도 혈액이 제때 알맞은 양이 공급되지 않으면 작동을 멈춰버린다. 실신하고 기절하며 끝내는 숨을 멈춘다. 뇌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장이 자의적으로 뛰는 시간을 흔히 ‘골든타임’이라고 하는데,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1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어쨌든 과식이나 또 다른 이유로 위장 근육에 혈액이 몰리면 뇌로 올라가는 혈액량이 줄면서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뇌는 혈액을 통해 신선한 산소를 공급받는데 혈중 산소 포화도가 낮아지면 뇌는 스스로 활동량을 줄이려고 한다. 바로 그 결과물이 졸음과 잠이다. 잠을 자게 함으로써 뇌보다는 다른 장기 쪽으로 혈류량을 높여주려는 것이다. 우리가 소화가 잘 안 될 때 한숨 자고 나면 소화가 잘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뇌로 갈 혈액을 위로 보다 많이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식하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잠이 오거나 집중력이 약해진다고 병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만약 과식하지 않았는데도 2~3주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자세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수면 무호흡증, 심한 코골이, 간염, 결핵 등 대낮에 잠이 오게 하는 다른 기저질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갑작스럽게 따뜻해지는 이 시기에 찾아오는 춘곤증(春困症)은 과식이나 소화불량에서 기인하는 일시적 졸음 현상과는 경우가 많이 다르다. 춘곤증은 피로를 특징으로 하는 신체의 일시적 환경 부적응 증상이기 때문이다. 춘곤증은 대개 1~3주 내 없어지는 자연적 신체반응이라 할 수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춘곤증의 원인은 명확지 않지만, 겨우내 움츠렸던 신체가 따뜻한 기온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진대사 활성화와 호르몬 분비 및 혈관 확장의 결과물로, 그때 나타나는 증상이 피로”라고 지적한다. 봄이 되면 밤 시간도 짧아지고 따스한 햇볕에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근육이 이완하고 나른한 느낌도 갖게 된다는 얘기다.
봄철 야외 활동이 늘면서 단백질,비타민,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신체 필요량은 증가하는 데 반해 겨우내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생겨난 영양 불균형이 춘곤증의 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 때문에 춘곤증은 겨우내 집 안에만 움츠려 있어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이나 피로가 쌓인 사람일수록 증세가 심하게 나타난다.
규칙적인 생활, 비타민C 도움
춘곤증의 주요 증상으로는 먼저 피로감과 졸음 외에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을 들 수 있다. 또는 갑자기 식욕과 기운이 없으며, 가슴이 뛰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등 갱년기 증상과 비슷한 신체적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피로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다른 질병의 징후인지를 알아보는 게 좋다. 피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는 심한 독감과 간염, 결핵, 갑상샘 질환, 당뇨, 빈혈, 심장 질환, 우울증, 자가 면역성 질환, 암 등 매우 다양하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이런 기저 질환이 있으면 자꾸 심해지는 피로가 수 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쉬어도 좋아지지 않는 특징이 있고, ‘몸무게가 급격히 줄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다’ 등 각 질환에 특징적인 증상이 동반된다. 그 밖에 특이한 음식이나 약물도 피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최근 복용을 시작한 것이 있다면 피로의 원인으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춘곤증을 털어버리고 활기차게 봄을 즐기려면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이 전제돼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강 교수는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같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과음이나 지나친 흡연을 삼가야 한다. 졸리다고 카페인이 든 믹스 커피나 음료수를 연속해서 마시거나 과음하면 몸의 피곤이 심해져 더 졸릴 수 있다. 그 안에 든 당분이 우리 몸 속 비타민을 빨리 소모되게 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아침식사를 꼭 챙겨 먹어 오전 동안 뇌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공급해주고 점심식사 때는 과식을 피해 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10~30분씩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 빨리 걷기 등이 좋지만 할 수 없다면 근육을 풀어주는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산책 등으로 몸의 근육만 부드럽게 해줘도 큰 도움이 된다.
피로 해소를 돕는 비타민B1, 비타민C가 풍부한 봄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것도 춘곤증 탈피에 좋다. 비타민B1이 많이 든 음식으로는 보리, 콩, 달걀, 시금치, 돼지고기, 깨소금, 붉은팥, 강낭콩, 땅콩, 잡곡밥이 있다. 비타민C가 많이 든 봄나물인 냉이, 달래, 미나리도 권해본다. 특히 흡연자는 봄철에 비타민C를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배가 부르면 잠이 오는 것일까. 이는 우리 몸의 소화과정과 뇌의 작용 기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위는 음식물이 들어오면 일단 위산을 분비하고 운동을 시작한다. 음식물을 죽 상태로 만들어 간에서 분해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때 영양분은 간으로 가고 나머지는 십이지장과 소장을 거쳐 대장으로 내려간다.
위장이 운동을 하려면 위장 벽에 붙은 근육이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이 운동은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뇌의 부교감신경이 알아서 하는 불수의적(不隨意的) 작용이다. 마치 심장이 혈액을 몸 전체 동맥으로 밀어내려고 우리 의지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펌핑작용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봄 환경에 적응하려는 신체 반응
그런데 소화기계통에 문제가 생기거나 평소와 다르게 많은 양의 음식물, 또는 소화하기 힘든 음식물이 몸에 들어오면 우리 몸은 위장 근육의 활동량을 폭발적으로 늘린다. 신체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지만 근육 활동량이 늘면 그곳으로 혈액이 많이 모인다. 근육이 움직이려면 영양분과 산소가 공급돼야 하는 까닭이다.
근육이 잘 발달한 사람의 동맥이나 정맥이 피부 위로 불쑥 솟은 것을 볼 수 있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다. 우리가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때 ‘핏대 섰다’고 하는 것도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경동맥으로 많은 양의 피가 몰리는 모양새를 빗댄 말이다. 우리 뇌도 혈액이 제때 알맞은 양이 공급되지 않으면 작동을 멈춰버린다. 실신하고 기절하며 끝내는 숨을 멈춘다. 뇌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장이 자의적으로 뛰는 시간을 흔히 ‘골든타임’이라고 하는데,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1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어쨌든 과식이나 또 다른 이유로 위장 근육에 혈액이 몰리면 뇌로 올라가는 혈액량이 줄면서 졸음이 오기 시작한다. 뇌는 혈액을 통해 신선한 산소를 공급받는데 혈중 산소 포화도가 낮아지면 뇌는 스스로 활동량을 줄이려고 한다. 바로 그 결과물이 졸음과 잠이다. 잠을 자게 함으로써 뇌보다는 다른 장기 쪽으로 혈류량을 높여주려는 것이다. 우리가 소화가 잘 안 될 때 한숨 자고 나면 소화가 잘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뇌로 갈 혈액을 위로 보다 많이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식하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잠이 오거나 집중력이 약해진다고 병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만약 과식하지 않았는데도 2~3주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자세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수면 무호흡증, 심한 코골이, 간염, 결핵 등 대낮에 잠이 오게 하는 다른 기저질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갑작스럽게 따뜻해지는 이 시기에 찾아오는 춘곤증(春困症)은 과식이나 소화불량에서 기인하는 일시적 졸음 현상과는 경우가 많이 다르다. 춘곤증은 피로를 특징으로 하는 신체의 일시적 환경 부적응 증상이기 때문이다. 춘곤증은 대개 1~3주 내 없어지는 자연적 신체반응이라 할 수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춘곤증의 원인은 명확지 않지만, 겨우내 움츠렸던 신체가 따뜻한 기온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진대사 활성화와 호르몬 분비 및 혈관 확장의 결과물로, 그때 나타나는 증상이 피로”라고 지적한다. 봄이 되면 밤 시간도 짧아지고 따스한 햇볕에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근육이 이완하고 나른한 느낌도 갖게 된다는 얘기다.
봄철 야외 활동이 늘면서 단백질,비타민,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의 신체 필요량은 증가하는 데 반해 겨우내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생겨난 영양 불균형이 춘곤증의 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 때문에 춘곤증은 겨우내 집 안에만 움츠려 있어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이나 피로가 쌓인 사람일수록 증세가 심하게 나타난다.
규칙적인 생활, 비타민C 도움
춘곤증을 이기는 데는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운동이 필수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이런 기저 질환이 있으면 자꾸 심해지는 피로가 수 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쉬어도 좋아지지 않는 특징이 있고, ‘몸무게가 급격히 줄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다’ 등 각 질환에 특징적인 증상이 동반된다. 그 밖에 특이한 음식이나 약물도 피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최근 복용을 시작한 것이 있다면 피로의 원인으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춘곤증을 털어버리고 활기차게 봄을 즐기려면 무엇보다 규칙적인 생활이 전제돼야 한다. 세브란스병원 강 교수는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같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과음이나 지나친 흡연을 삼가야 한다. 졸리다고 카페인이 든 믹스 커피나 음료수를 연속해서 마시거나 과음하면 몸의 피곤이 심해져 더 졸릴 수 있다. 그 안에 든 당분이 우리 몸 속 비타민을 빨리 소모되게 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아침식사를 꼭 챙겨 먹어 오전 동안 뇌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공급해주고 점심식사 때는 과식을 피해 위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10~30분씩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된다. 빨리 걷기 등이 좋지만 할 수 없다면 근육을 풀어주는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산책 등으로 몸의 근육만 부드럽게 해줘도 큰 도움이 된다.
피로 해소를 돕는 비타민B1, 비타민C가 풍부한 봄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것도 춘곤증 탈피에 좋다. 비타민B1이 많이 든 음식으로는 보리, 콩, 달걀, 시금치, 돼지고기, 깨소금, 붉은팥, 강낭콩, 땅콩, 잡곡밥이 있다. 비타민C가 많이 든 봄나물인 냉이, 달래, 미나리도 권해본다. 특히 흡연자는 봄철에 비타민C를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