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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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공개 확대는 두 번째 자살골?

프로축구 각 구단 올해는 ‘고액 선수 5’ 공개…몸값 거품 빼려다 그라운드 위축될 판

  •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입력2014-04-21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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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봉 공개 확대는 두 번째 자살골?

    지난해 공개한 구단별 선수 평균 연봉에서 1위를 차지한 수원 삼성. 올해는 각 구단 고액 연봉자 5명의 연봉까지 추가 공개할 예정이라 파장이 크다.

    한국 프로축구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프로연맹)이 야심차게 추진한 프로축구 선수 연봉 공개 때문이다. 지난해 프로연맹은 K리그 선수단 평균 연봉을 공개했다.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첫 시도였다. 올해는 각 구단 상위 18명의 연봉 평균치와 팀별 고액 연봉자 5명의 연봉까지 추가 공개할 계획이다. 구단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연봉 공개를 두고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맞섰다. 축구계는 거의 양분됐다. 소위 말하는 중도파는 없었다. 양자 간 갈등도 심했고,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물론 선수 연봉 공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에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와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연봉 공개가 전격적으로 이뤄졌을 때만 해도 축구인은 물론 미디어와 팬까지도 대부분 ‘찬성’ 태도를 보였다. 이렇듯 긍정의 시선을 던진 이유는 분명했다. 프로야구와 프로배구, 프로농구 등 다른 프로 종목이 이미 오래전부터 해온 이유도 있지만, 선수 몸값에 끼어 있는 거품을 줄이면 선수 이적시장이 더 활성화하고, 아낀 자금을 유소년 선수 육성이나 구단 마케팅에 활용하면 더 알찬 프로축구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도입 취지와 달랐던 현실

    프로연맹은 2012년 정기 이사회를 통해 구단 전체 연봉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순서와 범위도 정했다. 먼저 구단 평균 연봉을 공개한 뒤 선수 개인, 용병까지 밝히기로 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프로연맹 총재로 재임하던 시기였다. 그렇게 지난해 상반기 각 구단의 평균 연봉을 공개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깨졌다. 선수 이적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투명 경영도 이뤄지지 않았다. 만성적자 구조가 해소될 수 있다는 믿음도 사라졌다. 마케팅 활성화, 스포츠 산업과 유소년 선수 육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체질 개선 꿈도 사라졌다.

    일단 ‘프로 스포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또 핵심 요소로 볼 수 있는 ‘자금’이 돌지 않으면서 축구계에 큰 위기감이 엄습했다. 각 구단은 돈을 쓰는 데 주저했다. 좋은 선수, 혹은 괜찮은 선수를 영입해 꾸준히 전력 보강을 꾀했던 구단들이 오히려 허리띠를 졸라맸다.

    지난해 공개한 구단별 평균 연봉에서 1위를 차지한 수원 삼성은 그동안 선수 이적시장을 대표하는 ‘큰손’이었다. 그러나 수원은 지난해부터 정책을 바꿨다. 더는 선수를 사들이지 않았다. 키워서 쓰는 쪽으로 선회했다. 그나마 있는 고액 연봉자도 하나둘 내쳤다. 선수 운영 예산을 50억 원이나 삭감했다는 소문, 한 발 더 나아가 30억 원 가까이 추가 삭감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80억 원(일각에서는 100억 원대라고 한다)에 달하는 예산이 줄어들면서 몸을 사리는 건 당연했다.

    물론 불편한 건 수원만이 아니었다. 수원과 오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FC서울도 과거 맹활약을 펼쳤던 데얀 등 특급 용병을 내쳤다. 이들이 원하는 거액 연봉을 도저히 맞춰줄 수 없었다. 굴지의 모기업(포스코)이 운영하는 ‘디펜딩 챔피언’ 포항스틸러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 상반기까지 외국인 선수를 일절 영입하지 않았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선수단을 운영하는 건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정도였다.

    그러자 도시민구단의 기대도 꺾이고 말았다. ‘빅(Big)클럽’이 돈을 쓰지 않자 이들에게 자금 위기가 닥쳤다. 자신들이 힘겹게 키운 선수가 어디든 계약을 해야 새 시즌을 위한 합리적인 팀 경영을 할 수 있는데 그럴 수 없었다. 시장이 위축되면서 이도저도 아닌 상황을 맞았다. 도시민구단의 기본 생존전략이 엉켰으니, 긍정적인 분위기를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실 연봉을 공개한다고 했을 때 기업 구단보다 도시민구단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다. 연봉 공개를 찬성하는 쪽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옛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예상 밖 기류에 서서히 ‘(연봉 공개) 반대’에 줄을 서고 있다.

    많은 구단이 예나 지금이나 선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프로연맹이 주장하는 것처럼 선수단 인건비를 줄여 다른 데 투자하는 것은 힘들다는 뜻이다.

    연봉 공개 확대는 두 번째 자살골?

    1월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한축구협회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4년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정기총회 모습.

    연맹과 구단 진지한 소통 필요

    기업 구단은 구조상 모든 비용이 따로 책정된다. 마케팅은 마케팅, 연봉은 연봉, 용품은 용품, 유소년은 유소년 등 정확히 구분돼 있다. 모 기업 구단의 고위 관계자는 “몸값을 훨씬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해야 하는 건 누구나 이해한다. 그렇다고 연봉을 당장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낀 금액을 다른 곳으로 옮겨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선수단 인건비만 줄어들 뿐, 마케팅비나 유소년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는 건 절대 아니다. 이 점을 프로연맹이 간과했다”고 말한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세계 축구시장 모습도 연봉 공개 반대파에 힘을 실어준다.

    프로연맹은 대기업이 임원 연봉을 공개하는 상황에서, 또한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들이 일찌감치 연봉 공개를 시행해온 마당에 축구라고 비밀스럽게 할 필요는 없다는 처지다. 이에 일부 구단은 “꼭 선수 연봉을 공개해야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며 “축구를 중요시하지 않는 미국, 캐나다와 달리 유럽과 남미 국가 가운데 연봉을 공개하는 곳은 없다. 프로선수가 공인이라 해도 자기 수입을 알려야 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한다.

    몇몇 구단 관계자의 반응도 비슷하다.

    “처음 선수 연봉을 공개했을 때 프로연맹이 느꼈던 부분과 우리가 처한 현실을 놓고 한 번쯤은 서로가 고민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봤다. 그런데 전혀 없었다. 연봉 공개를 결정한 프로연맹 이사회가 K리그 구성원 모두를 대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밀어붙이기식 행정 처리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한편 한국 프로축구만 선수 연봉을 공개할 경우 외국인 선수는 그들 나름대로 한국행을 꺼리게 되고, 국내 선수는 팀 이동뿐 아니라 해외 진출을 할 때 더 많은 이적료와 급여를 받을 수 있음에도 그럴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선수 이적시장 위축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물론 외국인 선수가 국제축구연맹(FIFA) 등에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제소까지 하게 되면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 프로연맹과 K리그 구단들의 진지한 소통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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