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을 담당하게 된 안선영 변호사(오른쪽)와 정미화 변호사가 소장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담배피해배상 소송의 쟁점은 위법성 및 흡연과 암 발병 간 인과관계다. 담배회사는 흡연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으니 회사는 위법성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담배회사가 소비자에게 제공한 정보에 문제가 있고, 특히 담배에 상당한 정도의 중독 성분이 첨가돼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약에 빗대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간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담배가 안전성에 결함이 없고 담배회사가 위해성에 관한 정보를 은폐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즉 흡연을 개인이 취향에 따라 선택한 결과로 본 것이다. 또한 “흡연과 질병 사이에 개별적 인과관계는 없다”고도 판단했다.
일견 상식과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흡연과 암 발생 간에는 통계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늘 들어왔고, 학문적으로도 입증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통계에 근거를 둔 ‘역학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연령과 면역체계 등 개인별 신체 특성까지 고려한 ‘개별적 인과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기한 소송은 개인이 패소한 지난 소송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 46개 주정부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수백조 원대를 받기로 한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담배회사는 매년 이 금액을 분할해 주정부 재정을 보탠다. 그 결과 담배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담배회사들이 의존증 높은 담배를 제조하려고 유해한 첨가제를 넣어 니코틴 함량을 조작해왔다는 사실, 담배의 유해성과 관련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허위로 게시한 사실, 세계보건기구로부터 협조받은 자료와 수년간 축적해둔 자료 등 소위 위법성을 인정받을 빅데이터를 갖고 있다면서 승소를 자신한다. 특히 이번에 피고로 삼은 필립모리스 등 외국계 담배회사 경우, 미국 내 소송에서 니코틴 중독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한 문건 등이 공개된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기한 소송이 개인 소송과 또 다른 점은 인과관계 내용이 개별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통계적 인과관계로도 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송의 경우 특정인이 흡연으로 암에 걸렸다는 점을 문제 삼지 않고, 30년 넘게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발병한 소세포암 등 특정 암 치료를 위해 지급한 의료비를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이러한 집단을 구성하는 사람의 흡연 사실과 이들의 암 치료비로 의료수가가 증가했다는 사실 간 인과관계는 통계적 수치로 입증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
4월 10일 흡연자와 가족 등이 KT&G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가 확정된 뒤 KT&G 측 대리인 박교선 변호사가 “이번 판결로 담배 피해에 대한 논란이 끝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