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지나면 어김없이 판매량이 늘어나는 약이 있다. 진통제와 파스다. 몸이 욱신욱신 쑤시고 근육이 결리면 으레 이 약들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런데 진통제는 약물 부작용 보고 건수 1위를 차지하는 약이다. 속 쓰림, 소화불량, 피부 발진 등 각종 부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파스 또한 피부 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강한 것을 찾다가는 피부가 벗겨지거나 변색되는 등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맞는 진통제는 무엇이고, 어떤 파스를 사용해야 할까.
먼저 진통제는 크게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로 나뉜다. 해열진통제는 타이레놀로 대표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약이다. 열을 내리고 통증을 가라앉혀 감기, 몸살 등에 주로 처방된다. 해열진통제의 장점은 위장 부담이 적어 식전, 식후에 관계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간독성이다. 음주 후 해열진통제를 복용하거나 한번에 고용량을 먹으면 간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사용량을 잘 지켜 복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서방정 (약물을 서서히 방출하게 설계해 약효가 오래 지속되는 제형) 형태의 ‘타이레놀ER’만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이 약이 빈번히 처방된다. 그러다 보니 잠시 스쳐 지나가는 통증에도 이를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서방정은 약 성분이 체내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하루 3회 이상 자주 복용하면 고용량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서방정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두통 같은 급성통증에는 적합하지 않다. 며칠 동안 지속되는 근육통, 관절통에 적합한 약이다.
소염진통제는 열을 내리고 통증을 완화하는 기능에 더해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까지 있는 진통제를 말한다.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등의 성분의 약이 이에 속한다. 감기로 목 안이 빨갛게 부어올랐을 때처럼 염증과 열감을 동반한 통증이 생겼을 때 사용하면 좋다. 하지만 속 쓰림 같은 위장 장애를 쉽게 유발하므로 반드시 음식과 함께 먹거나 식후에 복용해야 한다. 간혹 이 약을 복용하려고 ‘식후 30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소염진통제는 음식물이 위장에 있을 때 바로 먹어야 부담이 덜 하므로 ‘식후 즉시’ 복용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 근육통에 효과가 있는 나프록센 성분 소염진통제는 하루 2회, 즉 아침과 저녁 식후에 복용하는 게 원칙이다. 단, 65세 이상 노인이나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환자, 위염 또는 위궤양이 있는 환자는 소염진통제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또 천식이 있는 사람은 소염진통제로 알레르기성 호흡 곤란이 발생할 수 있으니 복용을 피하는 게 좋다.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 모두 복용 중 피부에 두드러기나 붉은 반점 등이 생기면 복용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먹는 진통제만으로 근육통이 완전히 가시지 않을 때는 이 약, 저 약을 섞어 먹기보다 파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부기를 동반한 통증이 발생하면 이틀 정도 ‘냉파스’를 붙여 혈관을 수축시키고 부기를 내린다. 이삼일 이어지는 지속적인 통증에는 ‘온파스’를 사용하면 된다. 단, 뜨거운 파스류는 피부 자극이 심할 수 있으니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
차갑거나 뜨거운 느낌 없이 진통 효과를 잘 내는 파스도 있다. 소염진통제를 함유한 파스인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붙이는 파스 가운데 케토프로펜 성분을 함유한 약품은 피부에 광과민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사용 후 1~2주가량 옷 등으로 피부를 가려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
피부가 약한 사람은 파스를 붙이면 피부 발진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때는 바르거나 뿌리는 파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파스류는 피부를 통해 약물을 체내로 전달하는 또 다른 형태의 ‘약’이므로 먹는 약과 마찬가지로 성분과 부작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