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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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분석

포스코·KT· 우리은행… 그들이 수장을 연임시킨 속사정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7-02-10 17: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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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최근 잇따라 연임에 성공했다. 이 기업들은 표면적으로는 민간기업이지만 최고경영자(CEO) 임명 때나 정권교체기마다 ‘낙하산’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랫동안 정부 소유로 있다 민영화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국민연금, 예금보험공사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다 보니 CEO 임명 등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연임을 두고 업계 평가 또한 엇갈린다. 현 CEO에게 또 한 번 기회가 돌아간 것 자체를 외압이 없었다는 증거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중인 권력 공백기를 틈타 ‘어부지리’를 얻었다고 지적하는 이도 많다. 더욱이 포스코와 KT는 최순실 게이트 연루 혐의로 특검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수장의 연임을 위해 경영실적을 포장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먼저 권오준 회장은 최순실 관련 의혹이 불거진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특히 2013년 회장 임명 과정에서 후보추천위원회는 두 달 만에 후보를 선정해 심사를 마치고 권 회장을 선임했는데, 이 때문에 회장 임명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한 권 회장은 2015년 포스코가 진행한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매각과 관련해 최순실을 비롯한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 국정농단 핵심부의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무엇보다 포스코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49억 원을 출연하고 최순실 등 비선 실세의 압력으로 스포츠팀 창단을 준비했다는 점에서 권력형 비리의 일익을 맡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검 조사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순실로부터 46억 원이 드는 배드민턴팀 창단을 요구받았으나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배드민턴팀 대신 계열사인 포스코P&S를 통해 16억 원 규모의 펜싱팀을 창단하려다 그만뒀다.



    포스코 측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의혹은 모두 회사가 적합한 절차와 내부 논의를 거쳐 진행하거나 완강하게 거절한 만큼, 권 회장의 연임을 가로막을 걸림돌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가 권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이유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도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과 함께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체질 개선과 수익성 향상 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권 회장의 경영실적을 높게 샀다는 얘기다. 권 회장은 2014년 취임과 동시에 철강 본연의 경쟁력 확보를 천명하며 149건의 구조조정을 목표로 삼았는데, 현재까지 126건을 실행했으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도 2015년 962억 원 순손실에서 지난해에는 1조482억 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만 흑자일 뿐 실체를 들여다보면 부실한 흑자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해 1~3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조1493억 원이나 줄었다. 권 회장 취임 이후로 따지면 2014년 65조 원에서 2015년 58조2000억 원, 지난해 53조 원으로 점점 더 하락하고 있다. 그렇기에 재계에서는 포스코의 흑자 전환을 매출이 줄면서도 영업이익은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로 보고 있다. 매출 확대를 통한 성장보다 부실 계열사 정리 등을 통한 ‘마른 수건 쥐어짜기’ 식 결과라는 비판이다. 또 철강 본연의 경쟁력 역시 중국 대형 철강업체들의 구조조정과 감산에 따른 반사효과일 뿐, 포스코가 잘해서 얻은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포스코 내부에는 권 회장이 포스코 흑자 전환과 재무구조 개선에만 신경 쓴 나머지 비철강 계열사들이 방치됐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포스코 주요 계열사인 포스코대우,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의 실적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은 2013년 영업이익 4484억 원, 2014년 3230억 원, 2015년 2477억 원으로 수익성이 매년 1000억 원씩 하락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24% 하락하면서 적자로 전환됐다.

    포스코에너지 역시 최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말 NICE신용평가는 포스코에너지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한 단계 낮췄다. 연료전지 부문의 적자폭이 확대됐기 때문인데,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사업부는 2015년 약 9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 누적손실도 1016억 원에 달해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내부 불만으로 이어져 계열사 사장들의 항명사태까지 일어났다. 지난해 6월 전병일 포스코대우 사장은 권 회장과 미얀마 가스전 매각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고 항명으로 받아들인 포스코 수뇌부가 전 사장을 해임 처리했다.

    2월 8일 권 회장이 연임 후 첫 시행한 임원 인사와 관련해서도 말이 많다. 그룹 2인자이자 실세로 평가받는 황은연 경영지원본부장(사장)을 전무급이 맡던 포스코인재창조원장으로 내정한 것을 두고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공백 상황에서 연임한 권 회장이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회장직 교체 등 외부 압박이 있을 것에 대비해 일찌감치 경쟁자를 강등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포스코 관계자는 “그런 자의적 해석은 무리한 추측일 뿐이고, 당사자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미래 인재 육성에서 비중이 있는 분을 모신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건 과연 권 회장이 ‘정권교체기’라는 불확실성을 딛고 3년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여부다. 과거 연임한 포스코 회장 가운데 임기를 끝까지 마친 CEO는 한 명도 없다. 연임에 성공한 4대 김만제 회장과 5대 유상부 회장, 6대 이구택 회장, 7대 정준양 회장 등은 모두 연임 후 짧게는 1년 만에 중도 퇴진했다.

    황창규 KT 회장의 연임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 18억 원을 출연했고 비선 실세의 인사 청탁을 수용하는 등 여러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인 KT는 2002년 민영화된 이후에도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해 이번 황 회장의 연임 또한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웠다고 보기 어렵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시점 또한 황 회장의 임기가 막바지로 향할 때였다는 점에서 황 회장이 연임을 의식해 정부가 원하는 단체에 후원금을 출연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KT새노조와 시민단체들은 황 회장의 연임 반대 집회를 하고 있고, KT 소액주주이자 KT노동인권센터 책임자인 조태욱, 황득주, 김태욱 등 3인은 2월 2일 황 회장 연임을 결정한 이사회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이사진이 타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단법인 미르 등에 억대 자금을 출연했다는 이유에서다. KT새노조 측은 “KT 규정에는 10억 원 이상 출연 또는 기부를 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치게 돼 있지만 그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사외이사제도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사단법인 미르에 11억 원 출연은 이사회에서 결정했고, K스포츠재단에 7억 원 출연은 10억 원 이하라 이사회가 아닌 경영위원회에서 결정했는데, 정확한 시기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KT는 정부가 인사권을 휘두르는 구조인 만큼 사외이사들이 CEO를 견제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황 회장 취임 이후 선임된 사외이사 5명 중에는 통신회사와 관련 없는 검찰 출신이 2명이나 있는데, 이 중 정동욱 사외이사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의 변호인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황 회장 연임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정 변호사라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1월 20일 정의당 윤소하·추혜선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 제보에 따르면 KT 사외이사인 정동욱 변호사가 박근혜 정권과 황 회장을 잇는 연결고리다. 공안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가 KT 사외이사와 한국VR산업협회 법률고문을 맡은 점이 매우 수상하다”고 밝혔다.

    또한 KT는 2015년 2월 최순실과 차은택이 추천한 L씨를 브랜드지원센터장 전무로, S씨를 상무보로 채용하는 등 인사 청탁을 수용했고, L씨와 S씨는 최순실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 원 규모의 광고를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취임 당시 “인사 청탁을 하면 처벌하겠다”고 밝힌 황 회장의 발언을 복기해볼 때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신경망이나 다름없는 통신을 책임지는 기업의 대표가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이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KT 이사회는 이 같은 문제를 회장 연임의 걸림돌로 판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황 회장이 이룬 조직 체질 개선 및 실적 향상을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착시 현상’이라는 비판이 있다. KT새노조 측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로 통신업계 전반의 이익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KT의 실적은  미미하다. 또한 이익 반전은 구조조정에 따른 인건비 감소일 뿐”이라고 말했다.

    KT 측은 황 회장의 대표적 경영실적으로 인건비 절감을 꼽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절감’이 아닌 ‘후려치기’ 수준이라고 비판한다.

    KT는 2014년 직원 9080명을 정리하면서 이들이 맡고 있던 업무를 모두 계열사로 넘겼다. KT의 개별 기준 매출액은 2014년 17조4358억 원, 2015년 16조9423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대규모 퇴직으로 퇴직금 1조2154억 원을 지급함에 따라 2014년 7194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듬해 다시 8638억 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지난해 역시 3분기 만에 영업이익 9123억 원을 기록해 전기 수준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해답은 바로 계열사 외주의 낮은 급여에 있다. KT로부터 현장 영업, 개통, 애프터서비스(AS), 플라자 업무(지사 영업창구 업무) 등을 떠맡은 계열사 KTCS 직원은 연봉이 KT 본사 직원의 28%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과 2015년 KT 평균 연봉은 각각 7000만 원, 7300만 원인 데 반해 KTCS는 같은 기간 1800만 원, 2100만 원에 불과했다. 결국 말만 계열사일 뿐 하청업체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KT 측은 황 회장 취임 이후 유무선 사업 경쟁력 회복, 비주력 부문 매각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강조한다. 홍보팀 관계자는 “인터넷 및 무선 사업은 시장점유율 변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2012년 24.7%에 불과하던 LTE(롱텀에볼루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9월 30.8%까지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또한 황 회장에 대한 KT새노조 측의 부정적 평가와 관련해서도 “KT노동조합은 1만8000여 조합원이 소속된 KT 내 교섭대표 노조인 반면, KT새노조는 전체 구성원의 0.2%밖에 되지 않아 대표성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우리은행도 1월 25일 이광구 행장을 연임했다. 이 행장의 가장 큰 공적은 단연 우리은행의 민영화 성공이다. 지난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06% 가운데 29%를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키움증권, 사모펀드 IMM PE 등 과점주주에 매각하면서 4전 5기 끝에 민영화에 성공했다. 이 행장 재임 기간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도 개선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2613억 원으로 2015년 1조592억 원보다 19% 증가했다. 또한 금융권 처음으로 모바일전문은행 ‘위비뱅크’와 모바일메신저 ‘위비톡’ 등을 내놓으면서 고객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지점도 국내 은행권 최대인 250개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 행장 역시 취임 초부터 ‘서금회’(서강대금융인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서금회는 박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으로, 이번 정부의 금융권 낙하산 논란의 진원지로 꼽혔다.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김병헌 KB손해보험 사장, 황영섭 전 신한캐피탈 사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김윤태 전 KDB산업은행 부행장, 정은상 전 GS자산운용 전무, 이현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이 서금회에 속해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측은 이 행장이 서금회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이번 연임 과정에서도 어떠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꾸리는 과정에서도 정치권 인사 개입을 철저히 막았을 뿐 아니라, 이사회에서 논의된 내용 모두를 언론에 공개했을 정도로 투명성을 확보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우리은행 경영에 정치권 개입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민영화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우리은행 자회사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부소장에 최광해 전 기획재정부 국장을 임명함으로써 또다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시장에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여전히 우리은행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낙하산 논란을 없애려면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확대해 CEO 임명 과정에서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현 CEO가 외풍을 타서 물러나고, 또 다른 낙하산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시스템에서는 절대로 건전한 지배구조를 만들 수 없다. 공기업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를 민영기업이 극복하지 못한다는 건 기업 경쟁력도 그만큼 죽어 있다는 얘기다.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CEO가 오로지 경영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연임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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