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선거(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지지율 상승세가 눈에 띈다. 두 사람은 10%대를 넘기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추격하는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황 대행과 안 지사의 대선 경쟁력을 살펴보고자 SWOT 분석을 시도했다. SWOT는 기업에서 내부 및 외부 환경 분석을 통해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소를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기법이다. 이를 대선에 응용하면 황 대행과 안 지사의 정치적 내부 및 외부 환경을 바탕으로 각 후보가 가진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 요소를 좀 더 뚜렷하게 살펴볼 수 있다.
황 대행의 강점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마땅한 지지 후보를 찾지 못한 보수 주류층 인사들 사이에서 훌륭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황 대행 지지율이 반 전 총장이 낙마한 이후 두 자릿수로 치고 올라선 것도 그 때문이다.
황, 원칙적이고 부지런하다
최정묵 공공의창 간사는 황 대행의 강점으로 △원칙적이고 부지런하다 △적응력이 뛰어나고 관대하다 △실용적이고 목표지향적이다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승원 시사칼럼니스트는 △공안검사 출신으로 보수층에게 어필할 수 있다 △의미 있는 지지율을 보이는 보수 유일 후보라는 점을 꼽았다.
황 대행의 약점으로는 정치 경험이 없는 검증되지 않은 후보라는 점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번 대선 출마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주로 꼽힌다. 그의 세부적 약점으로 최 간사는 △유연하지 못하고 독단적으로 비친다 △의식적으로 이미지를 조정하려는 듯 보인다는 점을 꼽았다. 이 시사칼럼니스트는 △정책과 대국민 메시지 등이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는 점을 지적했다.
황 대행에게 주어진 기회 요소로는 △보수 붕괴를 지탱할 후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보수층 결집을 기대할 수 있고 △야권이 분열돼 후보가 난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꼽혔다. 다만 황 대행이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과 총리를 지냈다는 점은 위협 요소다. 또한 최순실 게이트 이후 보수층이 위축돼 적극적인 투표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점은 실제 득표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협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바른정당의 출현으로 보수를 표방한 정당이 양분된 상황도 외부적 위협 요소다.
SWOT 분석은 각 특성을 조합해 최선의 대응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황 대행의 경우 자신의 국정운영 능력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곧 자신의 강점을 살려 기회 요소를 극대화하는 길일 수 있다. 보수층 결집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약점을 최소화하며 대선 출마 기회를 살리는 길이 된다. 보수 주류의 지지를 유지하면서 박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총리라는 비판을 비켜가려면 탈정치-비정치 행보를 유지하는 것이 해법이다. 만약 검증되지 않은 후보라는 비판과 박 대통령과의 연관성 등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황 대행에 대한 비난 여론이 증폭된다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중립적인 심판자로 빠져나가는 길이 있을 수 있다.
안, 개혁적이고 공정하다
반 전 총장이 낙마한 이후 핫한 정치인으로 떠오른 인물로 황 대행과 함께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꼽을 수 있다. 안 지사는 재선 충남도지사 출신으로 지방정부를 운영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민주당 내 주류세력인 친노무현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 될 수 있다. 최 간사는 △균형감과 안정감 △상대 존중 △개혁성과 공정성 등을 안 지사의 강점으로 꼽았다. 이 시사칼럼니스트는 △참신하고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잠재력이 그의 강점이라고 했다.
안 지사의 약점으로 최 간사는 △완고하다 △방어적이고 소극적이다 △비판적이고 엄격하다는 점을 지적했고, 이 칼럼니스트는 △추상적 언어가 ‘내용 없음’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 민주당내 비문재인계 대선주자의 연이은 불출마 선언은 안 지사에게 기회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또한 같은 충청 출신인 반 전 총장의 낙마도 그에게는 호재다. 반 전 총장에게 투영됐던 ‘충청대망론’이 안 지사에게 옮겨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지도가 약하고 조직력이 미흡하다는 점은 위협 요소로 꼽힌다. 당내 경선이라는 예선전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SWOT 분석을 바탕으로 안 지사가 취할 수 있는 대선전략은 무엇일까. 최 간사는 안 지사가 강점과 기회 요소를 결합하려면 ‘새로운 국정운영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고 봤다. 또한 약점을 보완하고 기회를 키우려면 ‘지속적으로 정책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정부 운영이란 강점으로 낮은 인지도와 조직력이라는 위협 요소를 상쇄하려면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이는 진보 지지계층을 결집’해야 하고, 약점과 위협 요소가 중첩됐을 때는 ‘중도층과 보수층으로 외연을 확대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안 지사가 처한 위협 요소로는 대선 시계가 꼽힌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 경우 지지율 상승을 견인해낼 적극적인 지지층을 결집할 만한 시간이 안 지사에게 부족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과거 방식의 경선에서는 인지도와 지지율을 끌어올릴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최근 빛의 속도로 형성되는 여론 흐름상 한 달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