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말머리성운의 일부. 말머리 부분이 실감나게 보인다(위), 4월25일 NASA가 공개한 ‘소용돌이 은하’ M51의 고해상도 사진. 허블우주망원경의 고성능카메라(ACS)로 찍어 은하 핵 둘레를 감싸는 나선팔의 구조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11.6t의 무게에 학교 버스보다 좀더 큰 허블은 천체를 관측하는 데 걸림돌인 대기를 피해 고도 560km가 넘는 우주공간으로 갔다. 마치 잠수하여 바깥쪽을 쳐다보면 뿌옇다가 물 밖으로 나오면 모든 사물이 또렷이 보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망원경을 우주에 띄우겠다는 기발한 생각은 이미 1920년대에 나왔지만 구체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90년 4월24일 NASA와 ESA가 합작해 만든 망원경이 우주로 발사됐다. 이 우주망원경에 20세기 초 우주 팽창을 발견한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이 붙여졌다.
안정된 상황서 관측 이름에 걸맞은 활약
지난 15년 동안 허블우주망원경은 이름에 걸맞은 활약을 해왔다. 태양계, 별 탄생, 블랙홀, 은하 형성, 감마선 폭발, 우주 팽창 등의 분야에서 놀라운 발견을 일궈냈다. 태양 근처에서 장렬하게 부서지는 혜성을 관측했고, 10억년 전에 폭발한 초신성을 포착했으며, 우주가 어렸을 때 존재했던 젊은 은하들의 놀라운 무리를 엿봤다.
허블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는 우주의 나이를 밝히는 것이었다. 허블이 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덕분에 우리는 우주의 현재 나이가 137억 살이라는 비교적 정확한 값을 얻었다. 또 허블은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에 힘을 실어주는 관측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우주를 밀어내는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알려준 결과였다.
허블우주망원경(왼쪽), 2004년 1월24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토성 오로라의 변화 모습. 토성 극지방에 달걀형 띠처럼 보이는 것이 오로라다.
특히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지역을 향해 총 11.3일간 노출해 1만개의 은하를 찍어내기도 했다. 일명 ‘허블 울트라 딥필드(Hubble Ultra Deep Field)’라고도 불리는 이곳에서 어떤 은하는 우주 탄생 후 10억년도 채 안 된 것으로 밝혀졌다.
4월25일 NASA가 공개한 독수리성운. 우주공간의 가스와 먼지가 커다란 기둥처럼 솟아 있는 모습이 무시무시하게 보인다.
그래서 허블우주망원경이 발사됐을 때 주경에서 발견된 결함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초점이 맺히지 않아 허블이 찍은 영상 속의 천체는 뿌옇게 보였다. 93년 우주인들이 시력 보정용 안경 같은 부가장치를 허블우주망원경에 설치해 시력을 회복시켰다.
수년 후엔 고철 … 2010년 차세대 망원경 등장 예상
2002년에는 우주인들이 허블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의 화물칸에 끌어들인 뒤 5일간의 수리 끝에 한 단계 발전시키기도 했다. 고성능카메라(ACS)가 새로 설치됐고, 태양전지판과 전력통제장치는 새것으로 교체됐다. 고성능카메라 덕분에 허블의 시력은 이전보다 10배 더 좋아졌다. 1.8m 정도 떨어져 있는 개똥벌레 두 마리가 서울에 있다면, 워싱턴에서 이들을 하나가 아닌 둘로 구별할 정도다.
그런데 2004년 1월 NASA의 숀 오키프 국장은 허블우주망원경의 유지·보수 및 개선을 위한 우주왕복선 계획은 더 이상 없다고 발표했다. 2002년 2월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발사고 이후 국제우주정거장을 제외한 곳으로 더는 우주왕복선을 보내지 않기로 한 조치에 따른 것.
원래 허블우주망원경은 우주왕복선을 통한 수리를 거쳐 차세대 우주망원경이 발사될 2011년까지 사용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허블은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수년 뒤면 고철이 되고 말 것으로 보인다.
허블의 배턴을 이어받을 차세대 우주망원경은 2010년대에 등장할 전망이다. 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구경 6m), ESA의 ‘허셜 우주망원경’(구경 3.5m), 일본의 적외선 우주망원경 ‘스피카’(구경 3.5m)가 대표적이다. 이 망원경들은 허블 못지않게 우주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