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애덤슨 지음/ 강미경 옮김/ 두레 펴냄/ 720쪽/ 1만4800원
광활한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는 보통 한 번에 네 마리가량의 새끼를 낳는데, 한 마리는 낳자마자 죽고 또 한 마리는 경쟁에 밀려 서서히 도태돼 두 마리 정도만이 살아남는다. 그래서 보통 암사자 한 마리에 두 마리의 새끼가 따라다닌다. ‘야성의 엘자’는 사람에게 길들여진 동물이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인간과 동물이 나눈 감동적인 이야기다. 케냐 북부 국경지역에 살고 있던 조이와 조지 애덤슨 부부. 1956년 어느 날 식인 사자를 처리하기 위해 나갔던 남편 조지가 새끼 사자 세 마리를 데리고 오면서 이들 부부와 사자 엘자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눈앞에 죽은 사자가 보였다. 내가 어떻게 잡았느냐고 묻기도 전에 조지는 자동차 뒤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털 군데군데에 자잘한 점이 찍힌 새끼 사자 세 마리가 있었다. 잘 기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래도 녀석들은 도망쳐보겠다고 열심히 몸을 버둥거렸다.”
이틀이 지나서야 우유를 빨기 시작한 새끼 사자들은 며칠 뒤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애완동물로 자리잡는다. 생후 5개월이 지나면서 제법 맹수의 면모를 갖추며 무척 빠르게 성장한다. 하지만 녀석들을 계속 데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셋 중 길들이기 쉬울 것 같은 ‘엘자’만 남겨두고 빅원과 루스티카는 네덜란드 로테르담-블리도르프 동물원으로 보낸다.
“혼자 남은 엘자는 늘 장난기가 넘쳤다. 우리가 한눈을 팔고 있을 때면 물장구를 쳐서 놀라게 하기도 하고, 물속에 있다가 재빨리 뛰어나와 작은 몸으로 우리를 덮치곤 했다. 엘자는 앞발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으며 마치 유도 기술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우리에게 장난을 걸었다.”
27개월째, 애덤슨 부부는 야생적응 훈련을 모두 거친 엘자를 방사한다. 엘자에게 닥친 첫 번째 시련이지만 가능성을 확인한다. 두 번째 방사에서는 먹이를 지키고 사냥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런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야생으로 돌아간 엘자는 숫사자를 만나 1959년 새끼 세 마리를 낳는다. 두 달 후쯤 엘자는 새끼들을 데리고 애덤슨 부부를 찾아온다. 새끼들에게는 제스파, 고파, 리틀 엘자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밀림에는 엘자 식구들을 위협하는 각종 어려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엘자 식구들과 애덤슨 가족이 같이 뛰놀았던 야영지가 밀렵꾼들에 의해 불타는 일이 벌어진다. 또한 엘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지구 의회로부터 금렵구역에서 떠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추방 명령이 떨어지자 조이는 엘자네 가족의 새 서식지에 대한 정보와 필요한 장비를 알아보기 위해 야영지를 잠시 비운다. 그 사이 병에 걸려 있던 엘자는 세상을 떠난다.
엘자가 죽자 애덤슨 부부는 엘자 새끼들의 보호자로 나선다. 그러나 새끼들은 엘자와 달랐다. 야성의 본능이 강했던 새끼들은 사람들을 슬슬 피하고, 생존을 위해 마을을 습격한다. 결국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자 애덤슨 부부는 새끼들을 데리고 세렝게티 국립공원으로 옮겨가기로 한다. 새끼들은 세렝게티로 옮겨진 뒤 자리가 잡히자 행적을 감춘다. 애덤슨 부부가 애타게 찾아나서지만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엘자의 새끼들을 찾으면서 마주쳤던 모든 사자들에게서 엘자·제스파·고파·리틀 엘자의 고유한 본성, 즉 아프리카 사자들의 훌륭한 기개를 엿보았다. 녀석들의 왕국에 무한한 축복이 내리길 바란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야성의 엘자’는 책뿐만 아니라 66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40여년이 지났지만 아프리카 초원에서 펼쳐지는 생명의 드라마는 아직도 책 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 Tips
세렝게티 국립공원
탄자니아 중북부에 있는 최대의 국립공원으로 야생동물보호구역 이다. 누, 영양, 가젤, 얼룩말 등이 큰 무리를 지어 산다. 육상동물의 대대적인 이동을 관찰할 수 있는 세계적 관광명소다. 총면적은 약 1만4800㎢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