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총선에서 24개 의석이 걸린 충청권(대전·충남·충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영호남권이 지역 성향을 드러낸 ‘역시나’ 투표 결과를 보인 데 반해, 충청권 표심은 여러 갈래로 갈렸기 때문이다(표 참조).
이회창 자유선진당 바람 거세게 불 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전국 득표율은 50%에 육박했지만, 충청권에선 40%에도 못 미치는 다소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충남에선 34%대를 기록하며 33%대인 이회창 후보와 ‘대동소이’했다.
전국 득표 2위였던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도 충북에서만 간신히 2위(정동영 23.79%, 이회창 23.38%)를 기록했으며, 대전과 충남에서는 아예 3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대선 성적표에는 충청권의 ‘독특한 정서’가 깔려 있다. 다름 아닌 ‘충청도 대통령’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망이다.
과거 대선 때마다 충청권의 임무는 영호남 대통령을 만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는 ‘캐스팅 보트’ 구실에 한정됐다. 그러나 이제 충청권 민심은 헌정 사상 전무했던 지역 출신 대통령 당선자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분위기다.
선거 막판 이회창 후보가 충청권을 기반으로 출범한 국민중심당과 연계해 선전(善戰)한 점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도 충청권 연합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될 경우 이 후보의 자유선진당(가칭)의 바람이 다시 거세게 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정치권에 그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월31일 신당 박상돈 의원(천안 을)이 탈당을 감행, 자유선진당에 합류하면서 신호탄을 쏴올렸다.
아직까지는 대다수 여당 충청권 의원들의 입장은 관망세. 신당 오제세 의원(청주 흥덕 갑)은 “민심이 대선에서 자유선진당 손을 들어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거취 문제는 아직 고민 중으로, 2월 입당 계획은 너무 빠르며 자유선진당 인사들과 접촉한 적도 없다”며 판단을 미뤘다.
신당 서재관 의원(제천·단양)은 “지역구를 다니면 ‘신당 가지곤 안 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서 “고민 중이지만 자유선진당과 접촉한 바는 없다”고 토로했다.
김종률 의원(증평·괴산·진천·음성)도 “자유선진당 김혁규 전 의원과 이 후보를 만났지만 정치적 입장은 다르다고 했다. 지역구에서 신당으로는 어렵다고들 말하지만 당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당 쇄신을 위한 고민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당 충청권 의원들의 언급과 달리, 자유선진당의 영입창구 구실을 맡고 있는 권선택 국민중심당 사무총장은 이들의 ‘합류설’에 무게를 실었다.
권 총장은 “충청권 의원 상당수와 접촉한 결과 시기와 상관없이 합류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새롭게 합류하려는 신당 의원들 사이에 합의가 잘 안 되는 모양인데, 그래도 (개인적 생각으로는) 의원 가운데 한 명이 물꼬를 트면 뒤이어 줄줄이 입당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양쪽 입장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신당의 저조한 지지율과 자유선진당의 바람몰이가 합쳐지면서 신당 현역들의 이탈이 가시화되리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당의 합당이 예상되는 2월12일을 전후해 충청권 신당 현역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편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한나라당 지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충청투데이’와 KM 조사연구소가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에서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충청권 19세 이상 1008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42.4%, 보수신당(자유선진당) 6.1%, 신당 5.9%, 지지 정당 없음 28.6%를 기록했다.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은 부동표가 많긴 했지만 그래도 한나라당은 50%대에 가까운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 후보의 선전이 두드러진 대선 성적표와 한나라당 우세로 나타난 신년 여론조사 결과가 각기 다른 지지율 흐름을 나타냄으로써, 오는 총선에서 충청권 자리를 놓고 당 간의 불꽃 튀는 백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절대강자가 없는 그야말로 권역별 난타전이 예상된다.
인물 대 인물, 당 대 당 백병전
이런 전망 속에서, 비록 대선에서 승리했으나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부여·청양을 지역구로 하는 3선의 김학원 최고위원은 대선 승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긴급 보좌관 회의를 소집했다. 전날 새벽까지 중계한 득표현황에서 자신의 지역구 성적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 열풍을 뚫고 유일하게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된 홍문표 의원(예산·홍성)도 지난 대선 당시 예산지역에서 이 후보의 표가 압도적으로 나와 골치가 아프다.
특히 이 지역에 이 후보의 출마 가능성뿐 아니라 조부영 전 국회 부의장의 자유선진당 소속 출마가 사실상 굳어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섣부른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러한 극한 경쟁 구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구는 청주 상당이다. 이 후보 출마설에, 한나라당 후보로 참여정부에서 산자부장관을 역임한 윤진식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부위원장의 출마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주 상당은 이 지역구에서 내리 두 번 당선한 홍재형 신당 의원의 텃밭이다. 홍 의원은 이번 총선에도 별 무리 없는 한 3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내로라하는 신구 권력 핵심들 간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전국적 관심을 끌어모을 전망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바람 거세게 불 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전국 득표율은 50%에 육박했지만, 충청권에선 40%에도 못 미치는 다소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충남에선 34%대를 기록하며 33%대인 이회창 후보와 ‘대동소이’했다.
전국 득표 2위였던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도 충북에서만 간신히 2위(정동영 23.79%, 이회창 23.38%)를 기록했으며, 대전과 충남에서는 아예 3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대선 성적표에는 충청권의 ‘독특한 정서’가 깔려 있다. 다름 아닌 ‘충청도 대통령’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망이다.
과거 대선 때마다 충청권의 임무는 영호남 대통령을 만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는 ‘캐스팅 보트’ 구실에 한정됐다. 그러나 이제 충청권 민심은 헌정 사상 전무했던 지역 출신 대통령 당선자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분위기다.
선거 막판 이회창 후보가 충청권을 기반으로 출범한 국민중심당과 연계해 선전(善戰)한 점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도 충청권 연합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될 경우 이 후보의 자유선진당(가칭)의 바람이 다시 거세게 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정치권에 그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1월31일 신당 박상돈 의원(천안 을)이 탈당을 감행, 자유선진당에 합류하면서 신호탄을 쏴올렸다.
아직까지는 대다수 여당 충청권 의원들의 입장은 관망세. 신당 오제세 의원(청주 흥덕 갑)은 “민심이 대선에서 자유선진당 손을 들어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거취 문제는 아직 고민 중으로, 2월 입당 계획은 너무 빠르며 자유선진당 인사들과 접촉한 적도 없다”며 판단을 미뤘다.
신당 서재관 의원(제천·단양)은 “지역구를 다니면 ‘신당 가지곤 안 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서 “고민 중이지만 자유선진당과 접촉한 바는 없다”고 토로했다.
김종률 의원(증평·괴산·진천·음성)도 “자유선진당 김혁규 전 의원과 이 후보를 만났지만 정치적 입장은 다르다고 했다. 지역구에서 신당으로는 어렵다고들 말하지만 당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당 쇄신을 위한 고민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당 충청권 의원들의 언급과 달리, 자유선진당의 영입창구 구실을 맡고 있는 권선택 국민중심당 사무총장은 이들의 ‘합류설’에 무게를 실었다.
권 총장은 “충청권 의원 상당수와 접촉한 결과 시기와 상관없이 합류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새롭게 합류하려는 신당 의원들 사이에 합의가 잘 안 되는 모양인데, 그래도 (개인적 생각으로는) 의원 가운데 한 명이 물꼬를 트면 뒤이어 줄줄이 입당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양쪽 입장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신당의 저조한 지지율과 자유선진당의 바람몰이가 합쳐지면서 신당 현역들의 이탈이 가시화되리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당의 합당이 예상되는 2월12일을 전후해 충청권 신당 현역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편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한나라당 지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충청투데이’와 KM 조사연구소가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에서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충청권 19세 이상 1008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하겠다는 비율이 42.4%, 보수신당(자유선진당) 6.1%, 신당 5.9%, 지지 정당 없음 28.6%를 기록했다.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은 부동표가 많긴 했지만 그래도 한나라당은 50%대에 가까운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 후보의 선전이 두드러진 대선 성적표와 한나라당 우세로 나타난 신년 여론조사 결과가 각기 다른 지지율 흐름을 나타냄으로써, 오는 총선에서 충청권 자리를 놓고 당 간의 불꽃 튀는 백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절대강자가 없는 그야말로 권역별 난타전이 예상된다.
인물 대 인물, 당 대 당 백병전
이런 전망 속에서, 비록 대선에서 승리했으나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부여·청양을 지역구로 하는 3선의 김학원 최고위원은 대선 승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긴급 보좌관 회의를 소집했다. 전날 새벽까지 중계한 득표현황에서 자신의 지역구 성적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 열풍을 뚫고 유일하게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된 홍문표 의원(예산·홍성)도 지난 대선 당시 예산지역에서 이 후보의 표가 압도적으로 나와 골치가 아프다.
특히 이 지역에 이 후보의 출마 가능성뿐 아니라 조부영 전 국회 부의장의 자유선진당 소속 출마가 사실상 굳어졌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섣부른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이러한 극한 경쟁 구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구는 청주 상당이다. 이 후보 출마설에, 한나라당 후보로 참여정부에서 산자부장관을 역임한 윤진식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부위원장의 출마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주 상당은 이 지역구에서 내리 두 번 당선한 홍재형 신당 의원의 텃밭이다. 홍 의원은 이번 총선에도 별 무리 없는 한 3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내로라하는 신구 권력 핵심들 간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전국적 관심을 끌어모을 전망이다.
후보 / 지역 | 한나라당 이명박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 무소속 이회창 |
대전 | 36.28 | 23.55 | 28.90 |
충북 | 41.58 | 23.79 | 23.38 |
충남 | 34.26 | 21.08 | 33.23 |
전국 | 48.67 | 26.14 | 1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