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 있는 한 명품 브랜드 숍에서 러시아 여성이 의상을 고르고 있다.
이들 이웃 나라의 호텔과 리조트들에서는 러시아 관광객 특수를 누리는 이번 겨울에도 러시아인 투숙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마케팅 룰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음주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러시아인의 습성 탓에 이런 룰마저 없으면 다른 나라 관광객들에게 항의를 받기 때문이다.
고유가 행진으로 임금 인상률이 매년 20%를 넘고, 주택비와 교육비 지원이 늘어남에 따라 러시아인의 소비지출은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경제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폭발에는 스트레스 해소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990년대 소련 붕괴에 이은 모라토리엄(대외부채 지불 유예)으로 러시아 경제와 소비는 밑바닥을 맴돌았다. 그런데 최근 소득이 증가하자 못살았던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가 러시아인들의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심리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소비자의 80%가량이 일상생활에서 불만족을 느낄 때 주로 쇼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시용 소비 만연 자동차·휴대전화 날개 돋친 듯 팔려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유행의 첨단을 걷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려는 과시용 소비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시용 소비용품의 대표적 품목으로는 자동차와 휴대전화가 꼽힌다.
러시아 자동차 딜러들은 성능에 관계없이 운전석 앞 대시보드가 화려한 자동차를 많이 주문한다. 러시아인들은 야간 주행 시 자동차 계기판이 반짝반짝 빛나는 모델을 선호한다는 것이 자동차 판매업체들의 설명이다. 연비가 그리 뛰어나지 않아도 외부 디자인이 멋있어 보이는 시트로앵, 미쓰비시 자동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잘 팔리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인구 1억4000만명의 러시아 시장에서 휴대전화 보급률은 2005년에 100%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지난해 휴대전화 판매 증가율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러시아의 최대 휴대전화 유통업체 예브로세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팔린 휴대전화는 무려 3245만대. 전년도에 비해 판매량이 11%나 늘었다. 휴대전화 한 대당 평균 가격도 193달러에서 210달러로 올랐음에도 말이다.
휴대전화 시장의 호황은 대체수요가 이끌었다. 낡은 모델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3, 4개월마다 바꾸는 사람들 때문에 지난해 대체수요는 전체 소비의 85%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애니콜 노키아 모토롤라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이 같은 과시용 소비를 제품 판매의 중요 변수로 여기고 있다. 과시용 소비 행태가 만연하면 러시아에서 새로운 소비 성향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