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3

..

“4년8개월간의 세계일주 마쳤어요”

  • 강승연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sninoy@hotmail.com

    입력2008-02-11 14:3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4년8개월간의 세계일주 마쳤어요”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출입국자가 2700만명을 넘었을 만큼 해외여행이 흔해진 요즘이지만, 누구나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한 여행가가 있다. 4년8개월 동안 80여 개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온 이민호(36) 씨가 그 주인공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늘 바깥세상에 나가고 싶었어요. 열악한 환경을 견디며 긴 길을 걷는 여행을 하고 싶었죠.”

    2003년 3월, 2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러시아 자루비노행 배에 올랐을 때 그의 꿈은 현실이 됐다. 그리고 그 길로 중앙아시아, 동유럽, 북유럽,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를 여행했다. ‘볼 줄 아는 능력’이 생기니 여행은 배로 즐거웠고, 애초 3년 반이던 일정은 4년8개월로 늘어났다.

    그의 여행이 좀더 특별한 이유는 육로와 해로를 이용했다는 점 때문이다. 어쩔 수 없었던 세 번의 상황을 빼고 그는 비행기가 아닌, 대자연과 호흡하면서 땅 위를 걷고 배를 이용해 바다를 건넜다.

    현지 사정이 안 좋거나 좋은 곳을 추천받으면 일정을 바꿨던 탓에 지도에 그어놓은 선도 자꾸 수정됐다. 한 곳에 오래 머물기도 했다. 케냐에서는 40일간 병원과 빈민가를 방문하며 봉사활동을 했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남아메리카에서는 17개월이나 머물렀다. 여행보다 ‘방랑’을 했던 셈이다.



    그는 여행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먼저 세상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 현지인과 접촉하고 시간을 공유하다 보니 이제는 생소한 문화에도 당황하는 법이 없다. 어디서나 현지인들의 삶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법도 터득했다고 한다.

    “여행에서 많은 것을 얻고 싶다면 사전에 모든 걸 계획하지 마세요. 현지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용기를 배우세요.”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청년들에게 던지는 그의 조언이다. 이동수단이나 방문할 곳을 미리 다 정해놓으면 시간 쓰는 데는 유용할지 몰라도 여행지의 이모저모를 피부로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누군가 지나간 길을 걷다 문득 이 모든 것이 결국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좋은 사람들을 길에서 만난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기도 하죠. 이번 여행에 가지 못했던 서아프리카 지역을 언젠가 꼭 다녀오고 싶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