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아의 작품 ‘선죽교’(북한 자수).
그가 10년 만에 개인전을 개최했다. 실로 오랜만에 여는 대규모 개인전이지만, 그만의 기발하고 깜짝 놀랄 만한 행보는 여전하다. 서울 마포 ‘쌈지스페이스’에서 1월24일부터 시작한 이번 전시는 크게 ‘도자기’ ‘자수’ ‘가방’ 작업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도자기 작업, 즉 ‘고백자 프로젝트’다.
함경아는 이천 도자기마을에서 권력과 폭력을 상징하는 권총, 기관총, 칼, 망치, 송곳 등 각종 무기를 백자로 만들었다. 사실 이런 무기들은 위협적이고 단단하지만, 백자로 빚었기에 다소 우스꽝스럽고 깨지기 쉬운 형태로 변환됐다. 그런데 훌륭한 도자기는 박물관 전시 케이스에 오랜 기간 보관된다. 비록 깨지기 쉽더라도 경우에 따라 더 잘 보존될 수 있다. 아마 이 무기들도 감히 부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도자기, 자수, 가방 작업 깜짝 놀랄 설치작품
함경아의 작품 ‘고백자 프로젝트’.
그리고 그들에게 이 밑그림에 자수를 놓게 했다. 자수를 완성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라 밖 소식을 제한적으로 접하는 북한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자수의 내용을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작가는 “북한에 그림과 글씨를 보낸다는 것은 거의 영화에 나오는 첩보활동에 맞먹는 과정이었다”라고 말한다. 실제 이는 공간적·이데올로기적 장벽을 뛰어넘는 엄청난 도전이다.
세 번째는 비행기 내 액체류반입금지령을 풍자한 여행용 가방 작업이다. 함경아는 이것을 테러에 대한 과잉된 대처로 간주하고, 오히려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천공항에 압수된 액체류를 기증받아 작품 소재로 활용하고자 미술계 인사들의 추천장과 기획서를 공항 측에 제출했지만 계속 거절당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3월9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