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민주당이 서울시장을 확보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레임덕 없는 첫 대통령으로 남게 될 수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대략 40% 중후반이다. 임기 4년차 2분기를 지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지지율이 가장 높다. 30∼50대에 탄탄한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어 급락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민주당이 패배하면 모든 것이 뒤바뀔 수 있다. 여야 정치권 차별화가 극심해지면서 자칫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국민의 관심도 대선주자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2022년 대선에서 무난한 연승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지도부는 재신임을 받게 되고 이낙연 대표는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이 대표 대선가도에도 파란불이 켜지게 되는 셈이다. 만약 패배한다면 어두운 대선전망에 지도부, 특히 이 대표 책임론이 확산할 수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친문과 거리를 두고 있는 새로운 주류가 부상할 수 있다.
국민의힘도 서울시장 결과에 따라 큰 변화가 예상된다. 승리한다면 김종인 비대위원장 임기연장, 대선역할론에 탄력이 더해질 수 있다. 대선전망도 한층 밝아질 것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당내외 대선주자들의 잠행이 길어질 수 있다. 패배한다면 김 위원장의 퇴진, 보수재편 등으로 이어지면서 4월 총선 패배 직후로 되돌아가게 된다. 한동안 리더십 공백과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샤이보수 가고, 샤이진보 왔다!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20대 총선을 계기로 정치 지형에 근본적인 변동이 일어났다. 세월호 침몰 두 달 후 치러진 2014년 지방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싹쓸이 분위기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8 대 9로 팽팽하게 나눠가졌다. 하지만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에선 새누리당이 크게 이겼다. ‘샤이보수’가 대거 투표장에 나온 결과다.2016년 총선은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총선 전 다수 여론조사기관, 언론에선 새누리당이 최소 150석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개표결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원내1당이 되고 새누리당은 2당으로 밀렸다. 국민의당은 39석을 얻어 2000년대 이후 첫 원내교섭단체 3당이 탄생했다. ‘샤이진보’가 대거 투표장에 나온 결과다.
2017년 대선은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승부가 판가름 났다. 촛불정국에서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대척점으로 자리 잡았고, 당내 경선, 본선에서 변수 없이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샤이보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샤이진보’가 출현하면서 보수 야당에 역대급 패배를 안겼다.
샤이보수, 샤이진보 논란은 정치지형과 연관되어 있다. 샤이보수는 여론조사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투표장을 찾는 보수성향 유권자를 이른다. 샤이진보는 진보성향 유권자다. 2014년 지방선거까지 50대 이상 유권자는 보수성향이 강했다. 이들은 2016년 총선부터 진보성향을 띄기 시작한다.
이제 보수 성향을 명확히 드러내는 세대는 60대 이상에 불과하다. 유권자 비중으론 28% 정도다. 샤이보수가 숨을 공간이 없게 된 것이다. 반면 50대까지 70%가 넘는 유권자는 진보성향이 강하다. 샤이진보의 기반이 넓어졌다.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지형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 전국 단위에서 샤이보수는 없다. 오히려 샤이진보가 폭넓게 분포한다.
서울시장-민주당, 부산시장-국민의힘 우세
서울시에서는 올해 4월 21대 총선에서 호남, 세종에 이어 민주당 지지성향이 높았다. 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여론, 자영업 고통 가중 등으로 미래통합당(통합당, 국민의힘 전신) 선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인천시, 경기도에 비해 통합당 지지율이 높게 형성되곤 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인천시, 경기도와 유사한 투표행태를 보인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선거에서 ‘샤이진보’가 종종 출현하는 지역이다.21대 총선 때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민주당 득표율은 49.9%, 통합당 41.5%였다. 서울시에선 격차가 더욱 커져 민주당 득표율 53.5%, 통합당 41.9%로 나타났다. 이는 인천시 민주당 득표율 52.9% 대 통합당 39.9%와 거의 같은 차이다. 경기도의 민주당 득표율은 53.9%, 통합당 41.1%로 나타나 서울시나 인천시와 비슷한 득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21대 총선을 7개월 앞둔 한국갤럽 2019년 ‘9월 월간 통합’ 민주당 지지율은 38%, 통합당 22%였다. 이보다 3개월 앞선 ‘6월 월간 통합’에서도 민주당 38%, 통합당 22%였다. 올해 4월 총선 득표율은 민주당 53.5%, 통합당 41.9%였다. 여론조사 결과에 비해 격차가 줄었지만 승패는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내년 4월 보궐선거를 7개월 남겨둔 한국갤럽 2020년 ‘9월 월간 통합’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2%, 국민의힘 20%이다. 이보다 2개월 앞선 ‘7월 월간 통합’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 38% 통합당은 19%이다. 21대 총선 7개월 전에 진행된 2019년 9월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 격차가 약간 줄었지만 승패가 달라지진 않았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러한 결과는 6개월 뒤인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우세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투표율은 변수다. 올해 4월 총선 서울 투표율은 68.1%로 전국 평균(66.2%)보다 상당히 높았다. 가장 낮은 충남(62.4%)에 비해선 5.7%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이러한 서울의 높은 투표율은 젊은층의 참여 때문으로 풀이된다. 젊은층 투표율은 2016년 촛불 이후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보궐선거는 관심도가 다소 떨어진다. 그러나 ‘거의 모든 정치가 걸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젊은층이 대거 기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1대 총선을 7개월 남겨둔 시점인 2019년 한국갤럽의 ‘9월 월간 통합’ 조사에서 부산(부산·울산·경남) 지지율은 민주당 34%, 통합당 30%였다. 이보다 3개월 앞선 ‘6월 월간 통합’조사에선 민주당 32%, 통합당 27%였다. 실제 21대 총선 득표율은 민주당 44.0%, 통합당 52.9%로 나타났다. 전국 또는 서울시와는 다르게 부산에서는 ‘샤이보수’가 대거 출현한 것이다. 부산시는 전국 또는 서울시와 상당히 다른 정치지형이 형성되어 있다. 지역적 요인에 따라 보수성향이 강하다. 호남과 수도권 진보성향 결집에 따른 역(逆)결집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지역에선 동년배라 하더라도 다른 특징을 가진 ‘세대 단위’가 등장한다. 이를테면 서울과 같은 30∼50대라도 좀 더 보수적 지역특성·보수성향이 강한 60대 이상 영향을 더 받게 된다. 부산도 투표율이 67.7%로 상당히 높았다. 21대 총선 막판에 통합당 지도부의 개헌저지선 읍소가 중고령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4월 보궐선거를 7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조사된 한국갤럽 2020년 ‘9월 월간 통합’에서 부산(부산·울산·경남) 지지율은 민주당 32%, 통합당 26%였다. 이보다 2개월 앞선 ‘7월 월간 통합’에선 민주당 32%, 통합당 29%였다. 부산 역시 총선 7개월 전과 비슷한 여론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내년 4월 보궐선거 득표율 역시 4월 총선과 크게 다르게 않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지형으로 볼 때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 우세가 예상된다.
서울시장 후보군은 아직은 정중동이다. 민주당은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장관, 추미애 법무부장관, 우상호 의원, 박주민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전 부총리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야권단일후보 추대 땐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시장 후보군은 주로 국민의힘 쪽에서 거론된다. 당내 경선이 곧 본선이란 얘기도 있다. 이언주 전 의원, 서병수 의원이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밖에 박형준 전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 이진복 전 의원, 장제원 의원도 거론된다. 차세대 기대주 김세연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