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첫 정규앨범, 발매 5일 만에 50만장 판매 돌파
팬미팅 영화 예매율 1위, 광고한 제품은 홈쇼핑 판매요율 2배 상승
공식 팬카페 회원 수, 임영웅 다음으로 많은 9만명 육박
9만 명에 육박하는 팬들을 몰고 다니는 트로트 스타 김호중.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지난 6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이너랩 모델로 기용된 김호중. [셀트리온스킨큐어 제공]
김호중을 광고 모델로 쓴 업체 관계자들은 김호중을 모델로 영입한 후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그 비결로 김호중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팬덤의 막강한 결집력을 첫손에 꼽았다.
‘덕질’ 마스터한 7080세대 어르신들
김호중의 팬덤 이름은 ‘아리스(Ariss)’다. 독일어로 서정곡을 뜻하는 단어 ‘아리(Arie)’에 스타(Star)를 더한 것으로 ‘트바로티 김호중의 노래를 사랑하는 아름다운 별들’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인터넷에는 아리스가 만든 김호중의 팬카페가 여럿 공존한다. 그 중에서도 ‘공식 팬카페’로 인정받는 ‘트바로티’는 회원수가 8월 29일 현재 8만6592명에 달한다. 이는 국내 공식 팬카페 사이트 중 임영웅의 ‘영웅시대’(13만 명) 다음으로 많은 인원이다. 회원 연령대는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고 다른 팬카페에 비해 여성 쏠림 현장이 덜한 것으로 조사됐다.트바로티 회원들은 대부분 ‘미스터트롯’이라는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김호중을 알게 됐고 그의 탁월한 가창력에 매료돼 ‘덕후’가 된 이들이다. 교육업에 종사한다는 회원 이모 씨는 “트로트가 그토록 품격 있는 노래일 수 있다는 것을 ‘별님(김호중의 애칭)’을 통해 알게 됐다”며 “나처럼 목소리와 노래에 빠져 팬이 된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트바로티 회원들은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는 등 남다른 가족사를 겪으며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으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음악 외길을 걸어온 그를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어하는 보호본능이 강하다. 팬카페 회원 김모 씨는 “김호중을 지원하기 위한 서포트 자금을 십시일반 모아 그 액수가 현재 3억~4억 원에 달한다”며 “그 돈으로 악기도 사주는 등 필요한 지원을 한다”고 전했다. 음반이나 굿즈 구매 등 개별적인 지원도 병행한다.
카페 회원들에 따르면 아리스는 김호중을 빛내기 위해 물적 지원뿐 아니라 시간과 노동력도 아끼지 않는다. 연예인 순위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앱)을 스마트폰에 깔아 매일 틈틈이 김호중에게 표를 던지고, 김호중의 음원과 영상을 ‘스밍’하고, 김호중 관련 기사를 찾아가 댓글을 쓰는 등 정성을 쏟는다. 디지털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 온 7080세대 회원들도 어린 세대에게 ‘덕질’ 기본기를 배워 동참한다. 트바로티 카페에서는 어르신들의 ‘덕질’을 돕기 위해 지역별로 스터디 그룹을 운영하기도 한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 사용법을 잘 아는 이가 같은 지역의 어르신에게 그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다.
9월 23일 발매된 김호중의 첫 정규앨범 ‘우리家’(왼쪽). 지난 8월 진행된 김호중의 팬미팅 현장.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9월 29일 전국 97개의 CGV 스크린X 상영관과 2D 일반상영관에서 동시 개봉된 영화 ‘그대, 고맙소’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월, 3일간 개최된 김호중의 팬미팅 현장을 무비 형식으로 엮은 이 작품은 9월 23일 사전예매 개시 4시간 만에 2만 명을 돌파하고, 이튿날인 24일에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예매순위 1위에 올랐다. 개봉 전날인 28일엔 예매인원 4만 명을 넘어서고, 개봉 당일인 29일에는 단체관람으로 전석이 매진되는 등 연일 진기록을 낳으며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역시 팬덤이 만들어낸 역사다. 개봉 기간 내내 극장으로 출근 도장을 찍으러가겠다는 열혈 주부 팬부터 개봉 당일 모든 좌석을 단체 관람으로 선점한 팬카페 회원들까지 궁극적인 목표는 ‘김호중을 빛내자’로 귀결된다.
“받은 만큼 베풀며 살겠다”
김호중을 영화로 만난 팬들은 “별님(팬들이 김호중을 부르는 애칭)을 만나서 가슴이 설레고 뭉클했으며 행복했다”며 벅찬 감흥을 숨기지 않았다. 한 주부 아리스는 “꼭 스크린X 상영관에서 보고 싶어서 관람이 가능한 타지에 갈 기차표까지 끊었다”며 “호중 님 볼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고 털어놨다.김호중은 군 입대를 앞둔 9월 5일 인스타그램을 팬들의 사랑과 응원에 화답했다. 첫 정규앨범의 선주문이 시작된 직후였다. 그는 이날 축하케이크 앞에서 활짝 웃는 사진과 함께 팬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과 다짐을 담은 글을 올렸다 ‘이 앨범이 나올 수 있기까지 너무 고마운 분들이 많다. 늘 열심히 노래하는 사람으로,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겠다. 받은 만큼 베풀며 살겠다’는 내용이었다.
첫 정규앨범 선주문이 시작된 9월 5일 김호중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의 한결같은 응원에 고마움을 표했다. [김호중 인스타그램]
김호중은 9월 10일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복지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시작했다. 팬들은 그가 보고 싶어도 행여나 그에게 누가 될까 싶어 근무지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기로 서로 약속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김호중을 아끼는 마음이 남다른 팬들을 위해 김호중은 매주 금요일 밤 팬카페를 방문해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한 관계자는 “김호중은 정에 굶주리며 외롭게 자랐고 상처를 많이 받아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해주는 팬들을 가족 이상으로 믿고 아낀다”며 “팬들을 ‘식구’라고 칭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호중은 솔로 가수로 데뷔한 후 군 입대, 폭행설, 도박 논란 등 여러 구설수에 휘말렸다. 그럼에도 그의 인기는 흔들림이 없다. 이에 대해 대중문화평론가들은 “현재 김호중의 인기를 지탱하는 팬들은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김호중의 모습에 방점을 두고 응원하는 ‘찐팬(진짜 팬)’들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젊은 세대는 작은 논란이 불거져도 ‘탈덕’하는 경향이 있지만 김호중의 팬들은 연령대가 있는 기성세대와 노년층이 많다 보니 크게 개의치 않고 변함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며 “현대사회에서는 팬이 많은 것보다 자신의 활동을 지지하는 마니아층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호중은 성악가 출신으로 트로트의 품격과 위상을 끌어올린 전무후무한 인물이라는 점만으로도 팬들이 자부심을 가질 것”이라며 “대중적으로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순 없을지라도 자기 관리에 충실하면서 음악활동에 매진한다면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호중은 대체 복무를 마치고 2022년 6월 9일 전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