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전환도 할 겸 산책을 가자고 합니다. 아이들도 울음을 그치고 따라나섭니다. 한참을 걷다 큰아이에게 다시 묻습니다. “너 동생 진짜 안 때렸어?” “응. 뛰다가 의자에 걸려 아파서 운 거야.” 큰아이가 대답합니다. 작은아이에게 묻습니다. “진짜 의자에 걸려 운 거야?” “응.” 큰아이에게 말합니다. “아까 얘기하지 그랬어.” “그때는 아빠가 내 얘기를 들으려고 안 했잖아.” 누명을 씌웠다는 생각에 큰아이에게 미안해집니다. 말없이 큰아이를 안아줍니다. ‘아빠가 죄 없는 너를 혼내서 미안하다’고 속으로 사과합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오해가 싹틉니다. 오해가 쌓이면 불신으로 이어지고, 심하면 상대를 혐오하게 됩니다. 오해 단계에서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이후 나라 전체가 갈등에 휩싸였습니다. 누가 뭐라 하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합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시위대는 시위대대로. 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을 연상시킵니다. 불신이 증폭되고 정부와 국민 간 갈등이 이어지는 사회를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