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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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세 도입 말잔치 언제까지?

여야 다양한 부자증세 방안 제기…효과 예측 엇갈리면서 다른 대안도 주목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12-05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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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핏세 도입 말잔치 언제까지?

    11월 28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이명박 대통령에게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부 일각에서 (부자증세를) 반대하지만 법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인 만큼 당 정책위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하기 바란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1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자증세, 일명 ‘버핏세(Buffet Tax)’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 검토를 지시했다. 이틀 전 한 강연에서 부자증세 필요성을 역설한 후 전광석화같이 밀어붙인 것이다. 이어 27일 홍 대표는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이 중심이 돼 제기해온 부자증세 논의에 당 지도부가 힘을 실으면서 버핏세 도입을 위한 공론화가 본격화됐다.

    현재 소득세율 과세표준 구간은 4단계다. 과세표준 1200만 원 이하 소득자는 세율 6%, 1200만 원 초과~4600만 원 이하 15%, 4600만 원 초과~8800만 원 이하 24%, 8800만 원 초과는 35%다. 지금 정치권에서 이뤄지는 버핏세 관련 논의는 여기에 최고세율 구간을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압축된다. 8000만 원 초과 과세자가 1996년 7000명에서 2009년 10만 명으로 증가한 만큼 ‘8800만 원 초과’가 더는 고소득자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와 부장이 같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이 옳다고 보느냐”고 말했다.

    실제 도입까지 순탄치 않아

    버핏세가 공식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각 당과 정파가 백가쟁명식으로 다양한 방안을 쏟아내는 중이다. 먼저 한나라당에서는 5억 원 이상 고소득자 1만여 명에게 40%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4단계 과세구간 체계가 정해진 1996년 당시에 8000만 원 이상 소득자가 1만 명 정도였기 때문에 신설 최고구간 대상자도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방안으로 정부가 추가로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는 한 해 8000여억 원으로 추산된다. 홍 대표가 11월 2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대상자를 1만 명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이 안에 힘을 실었다.



    반면,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민본21’은 ‘과세표준 1억5000만 원 혹은 2억 원 초과구간 신설에 최고세율 38~40%’ 방안을 주장한다. 민본21 안에 따르면, 4만4000~7만7000여 명이 과세 대상이 되며, 향후 5년간 매해 세수 증대 효과는 약 1조1000억~1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역시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1억5000만 원 초과 구간에 대한 40% 세율’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해 일찌감치 최고소득 구간 신설을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냈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 소득 1억2000만 원 이상 국민에게 40% 세율을 적용한다. 12만4000여 명이 과세 대상이 되며, 추가 세수 효과는 1조8000억여 원으로 추산된다.

    정치권이 여러 방안을 제시했지만 실제 버핏세를 도입하기까지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정부에선 버핏세 도입에 난색을 표했다. 소수에게 너무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고세율을 40%로 올리면 지방세,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험료 등을 합한 납세자의 실질 세 부담이 절반 가까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세원 넓히고 세율 낮추기가 최선”

    버핏세 도입 말잔치 언제까지?

    10월 15일 금융권의 탐욕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금융감독원 앞에 모여 1% 부유 층의 부의 독점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 고 있다(위). 11월 16일 백만장자 20여 명 이 미국 워싱턴 의회에 찾아와 세금 인상 요구안을 전달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 웨이 회장(원 안).

    더욱이 정부가 부자감세를 중단한다는 의미에서 소득세 인하 방안을 철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최고소득세 구간을 신설해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것은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수에도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다. 최고구간 감세를 철회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다시 증세로 가는 것은 너무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증세로 과연 세수 마련이라는 소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앞에서 언급했듯, 정치권에서는 소득 구간 신설로 8000억~1조8000억 원가량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일각에선 그 근거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견해를 든다. 크루그먼 교수는 저서 ‘미래를 말하다’에서 “뉴딜정책 기간에 감세가 아닌 증세정책을 펴서 극소수 최고 부자 비율을 낮췄고 세수는 오히려 증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상위 소득자가 많은 세금을 내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세금 부담을 지우는 것은 탈세나 조세 회피를 부추겨 세수 증가 효과가 미미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굴스비의 역설’이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대 교수의 ‘부자에게 과세를 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What Happens When You Tax the Rich?)란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의 과세소득은 한계세율이 증가할 때마다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채권이나 임대료 수입에 대한 소득세가 높아지면 그걸 팔고 부동산을 소유하는 식이다. 심지어 세율이 낮은 외국으로 재산을 옮기기도 한다. 그 결과 세수는 오히려 감소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선 정말 세수 증가를 목적으로 한다면 고소득층에 대한 감면 혜택 축소, 주식양도소득세 도입, 서화·골동품 양도소득세 신설 등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소득세 최고세율(35%)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5.5%)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님에도 전체 세수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이유는 비과세나 공제가 많아 면세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2009년 근로소득세 납세의무자 1429만5000명 가운데 면세자 비율은 40.3%에 달했다.

    특히 한나라당 내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도 부자증세 도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친박근혜)계 최경환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능력 있는 부자에게 세금을 좀 더 걷어야 한다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있는 세금도 제대로 못 걷으면서 세율을 더 올린다고 세수가 늘어날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데다, 자본소득이 문제인데 근로소득만 타깃이 돼버리는 문제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의 얘기처럼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부분이 버핏세의 핵심이건만, 국내에선 일률적인 부자증세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 실제 워런 버핏은 금융자산에서 천문학적인 소득을 올리는 자신이 비서나 청소부 등 근로소득세를 내는 일반소득자보다 낮은 세율을 받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버핏 룰’은 미국인 가운데 0.3%에 해당하는 백만장자를 증세 대상으로 하면서도 이미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사람은 제외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제도가 없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 원을 초과하면 그 초과분에 근로, 사업, 부동산임대 소득을 합산해 6~35%의 소득세를 부과한다.

    많은 조세 전문가가 “세원은 넓히고 세율을 낮추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한다. 조세 저항을 줄이면서도 세금 부담의 형평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정부도 그동안 1977년 16단계에 이르던 과세구간을 8단계(1989년), 6단계(1993년), 4단계(1996년)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세원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부자증세로 촉발된 소득세 구간 조정 논의가 어떤 식으로 결론 날지, 정치권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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