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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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갉아먹는 ‘그놈’ 아십니까?

직장인 K씨 자동차로 월 100만 원 지출…‘청계천 뚜벅이’ 따라 하면 일석이조 효과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1-12-05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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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 갉아먹는 ‘그놈’ 아십니까?
    대기가 빠른 속도로 가열돼 지구가 온실로 변해간다. 온난화와 한통속인 산성비가 대지를 적신다. 선진국이 태우는 화석연료가 개발도상국이 소비하는 양의 11배.

    지구가 달궈지는 게 우리랑 뭔 상관이냐고? 우리도 인구 5000만 명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시민 아닌가. 중국과 인도가 오늘날의 미국처럼 소비하는 그날은? 악몽이거나 말거나 우리는 ‘오늘’을 살아야 한다.

    청심환처럼 응축된 심지로 환경보호를 외치거나 북극곰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도 ‘굿바이 자동차’를 외치기란? 어렵다! 어느 환경운동가가 이렇게 썼다.

    “환경운동 한다는 사람이 자동차를 두 대나 굴리는 게 말이 되는가 싶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30분 간격으로 아파트 앞을 지나는 버스는 내가 타지 않아도 운행되는 것이다. 환경운동이 별스러운 건 아닐 것이다.”

    환경을 보호한답시고 가방에 머그컵을 넣고 다니면서 배기량 큰 자동차 타는 ‘운동가’가 널렸다. 개가 코웃음 칠 일이다.



    전자레인지에서 팝콘 튀듯 늘어나는 ‘청계천 뚜벅이’라고 들어보셨는지? 청계천변을 걸어서 출퇴근하는 ‘건강한’ 이들을 가리키는 말. 우용득(48) 씨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성동구 하왕십리동까지 버스로 이동한 뒤 걸어서 중구 을지로의 회사로 출근한다.

    “해보세요. 좋아요. 자동차는 삶아 먹어버렸어요.”

    놀라지 마시라! 출퇴근 시간이 50분밖에 안 걸린단다. 뚜벅이들은 하나같이 낯빛이 맑다. 다들 똑같이 말한다. “좋다.” “해봐라.” 느긋하게 걷는 이들로 청계천변이 복닥복닥하다. 구두소리가 경쾌하다.

    청계천 뚜벅이는 그나마 운이 좋다. 청계천 외에 서울 도심은 걷기에 쾌적지 않다. 선진국 여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튼튼한 허벅지’를 가진 남자처럼 ‘나이키 쫄쫄이’ 입고 ‘아이폰’으로 음악 들으며 도심을 달리면-뛸 수도 없거니와-넋 나간 놈 소리 듣기 딱 좋다.

    “청계천변 걸어서 출근…자동차는 삶아 먹었다”

    월급 갉아먹는 ‘그놈’ 아십니까?
    도심의 보행자 환경이 엉망이거나 말거나 허리둘레를 걱정해야 할 만큼 먹고살 만해져 걷기가 패션(fashion)이 됐다(돈을 내고 헬스클럽에 가서 걷는다!). 아웃도어 업체의 뜨거운 마케팅 덕분에 (자동차를 타고 가서!) 둘레길이니 하는 곳을 둘러보는 ‘걷기 바람’도 불었다. 더 소개할 게 없는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이들)을 겨냥한 ‘핸들 바 장착용 크로스 백’ ‘안장형 가방’ ‘구두를 닮은 스니커즈’가 시크(chic)한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으니 자동차 걷어차기가 요즘 말로 올킬(all kill), 그러니까 대세는 아닐지언정 ‘트렌디한 짓’으로는 부상한 셈이다.

    트렌드를 좇아 청계천 뚜벅이를 딱 하루만 흉내 내보기로 했다. 눈을 뜨고 신선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미숫가루를 후루룩 삼키고 발코니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날씨를 살폈다. 댓바람부터 콧잔등이 시릴 만큼 추운 데다 산더미 같은 자료를 들고 온종일 쏘다닐 생각을 하니…. 너희나 해라!

    바닥을 긴 수은주 탓에 도로 위 자동차가 떼로 흘레붙는 잉어처럼 엉겼다. 날렵한 차선 바꾸기, 노란불에 교차로 질주하기를 거듭했는데도 신호등은 거북처럼 느리게 바뀌는 데다 내가 선 차선은 늘 꼴찌다. 회사까지 1시간 15분 걸렸다. 자동차에서 피운 담배만 3개비.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호모 워커스가 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굿바이 자동차’를 외쳐야만 할 현실적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수도권 위성도시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K씨는 “자동차가 월급 갉아먹는 주범”이라고 했다. K씨 사례를 살펴보자.

    ①주유비 : 자동차를 굴리는 데 들어가는 주유비(K씨 자동차는 LPG차량이라 가스 충전비)로 10월 한 달 10회 충전에 43만3958원을 지출했다.

    ②주차비 : 자동차는 가만히 세워두는 데도 만만찮은 비용이 나간다. 회사에 매달 5만원(저렴한 편이다)씩 주차비를 낸다. 외근 때 이따금 차를 끌고 나가면 적게는 1시간당 4000원, 많게는 6000원까지 낸다. 푼돈처럼 느껴지지만 월 평균 5만 원.

    ③관리비 : 5000km를 주행할 때마다 교체하는 엔진오일 교체비용이 만만찮다. 5년 단골인 정비소에서 예전엔 3만5000원을 받았는데, 9월부터 물가상승분을 반영한다며 4만 원으로 올렸다. 에어컨, 온풍기를 사용하는 여름과 겨울을 앞둔 때는 공기클리너(2만5000원)를 교환해야 한다. 또한 3년에 한 번 부동액(5만 원)과 브레이크 패드(6만 원)를 바꿔야 한다. 정비소는 한 번 들르면 기본 5만 원, 보통 10만 원, 많을 땐 15만 원까지 비용이 나온다. 하지만 어쩌랴. 안전과 청결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데.

    ④보험료 : 1년에 한 번 내는 보험료도 부담스럽다. 보험 만기 한 달 전부터 각종 보험사로부터 보험 가입 권유 전화가 쇄도한다. 이러저러한 감언이설에 속지 않고자 견적서를 서너 개 받아본 뒤 비슷한 조건에서 가장 가격이 저렴한 보험사를 선택했다. 72만3490원이 나왔다(자기차량손실분 포함).

    ⑤자동차세 :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자동차세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2000cc급에 비교적 신차라 연간 40만 원가량을 세금으로 낸다.

    ⑥감가상각비 : 사람들이 빠뜨리기 쉬운 게 감가상각비다. 새 차를 뽑는 순간부터 돈이 빠져나간다고 보면 된다. 2007년 11월 취득세와 등록세를 제외하고 차량가액으로 1950만 원에 지금의 차를 뽑았다. 차종은 뉴카렌스 2.0 LPI GLX 최고급형. 2011년 11월 22일 기준으로 중고자동차 전문 인터텟사이트 거래가가 1000만 원이다. 4년 만에 950만 원의 감가상각이 일어난 것이다. 감가상각으로만 한 해 평균 237만5000원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⑦추가 비용 : 자동차운전자보험에 가입하면 별도의 보험료가 든다. 저녁 술자리 이후 필수인 대리운전비도 가계를 휘게 하는 요인이다. 매주 1회씩 이용하면 월 10만 원 가까운 돈이 든다.

    K씨가 한 달 자동차에 쓰는 돈(①~⑦)은 얼마일까? 생각보다 많다! 102만 원(가스충전비 43만3958원 포함). K씨 아내는 자동차를 따로 굴린다. K씨 가족이 자동차 1대를 걷어차고 절약한 돈의 일부를 이용해 연금저축에 매달 33만3000원(연 4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는 절세상품이다)씩 20년 동안 불입하면? 은퇴 후 20년 동안 매달 175만 원씩 연금을 받는다(연 5% 수익률 기준)!

    월급 갉아먹는 ‘그놈’ 아십니까?

    경차는 기름통을 가득 채우는 데 5~6만 원이 든다.

    경차 이용하면서 스마트한 자동차 이용을

    월급봉투처럼 매달 받는 연금이 탐은 나지만 21세기 메트로폴리탄 서울에서 자동차 없이 살기란…,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일본말을 빌리면 간지(感じ)가 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선 H씨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H씨는 2008년 2년 경차 모닝을 구입했다. 1000만 원 남짓 돈을 냈다(세금 포함). 날마다 자동차를 운전해 출근하지 않는다. 퇴근이 늦어질 게 분명한 날이나 비가 오거나 날이 덥거나 반대로 춥거나 할 때만 자동차를 이용해 출근한다. 물론 주말의 마트 방문과 외식, 나들이, 가족행사, 지방여행에 나설 때는 자동차를 굴린다. 경차인 덕분에 기름통을 가득 채우는 데 5만~6만 원밖에 안 든다(게다가 경차인지라 ℓ당 250원의 유류세를 환급받는다!). 1년 연료비가 60만 원 안팎인 셈. 회사 주차 요금은 차를 가지고 간 날만 직원할인을 받아 내는데 1년에 20만 원이 넘지 않는다. 경차는 유료도로 통행료, 각종 주차장 이용료도 절반을 할인 받는다. 1000cc 미만 경차에 붙는 세금은 한 해 13만 원. 자동차보험은 40만 원가량을 납부했다. 주차위반과 과속 탓에 낸 과태료가 한 해 10만 원 내외. 별도로 비용이 들어간 수리는 아직 없었다. 중고차 시세는 700만 원 안팎으로 3년 동안 1년에 100만 원씩 감가상각됐다.

    H씨가 1년 동안 자동차를 굴리는 데 지불한 돈은 260만 원 안팎. 월 22만 원 수준이다. 그렇다. 자동차를 꼭 내다버릴 필요는 없다. H씨처럼 경차를 이용하면서 자동차를 스마트하게 굴리면 된다. 그것에 ‘걷기’를 덧붙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서울은 대중교통을 잘 정비한 것으로 소문난 도시다. 청계천 뚜벅이처럼 대중교통과 걷기를 엮어 출퇴근하는 일만 꾸준히 해도 몸이 좋아지고, 지갑이 두둑해진다.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일조하는 건 덤이다. 기름 먹는 하마 녀석에게 말한다.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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