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한국 무역 1조 달러 달성을 기원하는 ‘2011 무역센터 국화 페스티벌’에 어린이집 원생들과 무역협회, 코엑스 관련 직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국화 페스티벌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관세사 업무가 대폭 늘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 늘면서 HS코드 분류 외에도 무관세 특혜 적용을 위한 ‘원산지 표시 증명’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서 컨설팅 요청 쇄도
(주)케이엔텍(대표이사 임헌규)은 아로마-비타민 겔 필터를 내장한 기능성 샤워헤드를 생산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한동안 아세안에 샤워헤드를 수출했다. 그러다 태국의 한 바이어가 ‘원산지 표시 증명’을 요구했다. 바이어가 한-아세안 FTA에 따라 무관세로 수입하려 한 것. 그러나 당시까지 원산지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던 케이엔텍 측은 우왕좌왕했다. 완제품에 들어간 원자재의 원산지 증명 서류는 수출 담당 부서가 아닌 생산부서가 갖고 있었고, 구매 내역은 구매 담당자가 관리했다. 같은 회사라 하더라도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일이 있은 후 회사는 원산지 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관세사에게 경영컨설팅을 의뢰했다. 관세법인 청솔의 김현철 관세사가 그 일을 맡았다.
“여러 부서에 나뉜 서류를 한곳으로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원산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도왔습니다. 또 관련 부서 직원에 대한 교육도 병행했죠. 업무 시너지를 내려면 관련 부서 직원 간 협업이 꼭 필요합니다.”
컨설팅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정진희 케이엔텍 경영지원팀 대리는 “바이어가 원산지 증명서를 요청하면 이제는 실시간 처리가 가능하다”며 “요구에 즉각 응대할 수 있게 되면서 주문량도 늘어나, 올해 처음으로 100만 달러 수출탑도 받았다”고 말했다. 케이엔텍은 아세안 국가는 물론 독일, 아일랜드, 루마니아, 핀란드 등 유럽연합(EU) 국가로의 수출 비중이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한-칠레 이후 7개의 FTA가 발효됐고, 한미 FTA가 발효를 앞두고 있다. 수출 기업 처지에서는 FTA 체결국 확대에 따라 교역량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원산지 표시 증명’이 필수적이다.
대기업의 경우 수출입 업무에 필요한 원산지 증명 서류 작업에 직원을 별도로 배치, 처리하도록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전담 직원 채용을 엄두조차 낼 수 없다. 게다가 복잡한 절차가 많아 중소기업 자체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도 쉽지 않다. 이때 관세사가 구원투수로 나서서 돕는다. 7월 한-EU FTA가 발효된 데 이어 내년 초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원산지 증명 시스템 구축을 위한 수요가 대폭 늘어나면서 관세사들이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다.
강영덕 한국관세사회 부장은 “전통적으로 수입과 수출 등 통관절차에서 관세사 구실이 컸지만, 한-EU FTA 발효 이후 원산지 표시 증명이 필요해져 관세사의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오철환 해우관세사무소 관세사는 요즘 전국을 누빈다. FTA 발효국이 늘면서 중소기업의 강의 요청이 쇄도하기 때문. 인천에 사무실을 둔 그는 서울은 물론 전주, 부산으로도 강연을 다닌다.
“수출 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예전에는 하지 않아도 될 원산지 표시 증명을 새로 하려다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부담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김현철 관세사도 중소기업의 FTA 문의에 답변하느라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낸다.
FTA 체결국이 늘면서 ‘원산지 표시 증명’등 수출입 기업에 경영컨설팅을 하는 관세사들의 몸값이 높아졌다.
오철환 관세사는 “FTA 체결국은 수입할 때 대기업은 물론,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한 중소기업까지 원산지 표시 증명과 이에 따른 회계장부에 대한 전산관리를 요구한다”며 “해당 서류는 5년간 보관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회계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적게는 몇백만 원에서 많게는 몇천만 원까지 든다”고 말했다.
원산지 관리부터 무관세 조언까지
관세사들의 경영컨설팅 업무는 원산지 관리 시스템 구축에서부터 원자재 마련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한 예로, FTA 체결국에 수출하면서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원자재의 원산지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을 기록해야 한다. 한-아세안의 경우 한국산 원자재 비중이 40%를 넘으면 한국산으로 인정받는데, 한-EU는 품목에 따라 25~40%까지 다양하다. 이때 관세사는 원자재 수입 국가 변경을 유도해 한국산으로 인정받아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언한다.
“중국에서 들여온 원자재 비중이 높은 완제품의 경우, 같은 품질과 가격의 부품을 베트남 등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들여오면 미국이나 유럽으로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내산(FTA 체결국 간 거래) 재료도 한국산으로 인정받기 때문이죠. 이처럼 FTA 체결국이 늘면서 수입과 수출 기업이 무관세 혜택을 볼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습니다. 잘만 활용하면 우리 경제에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우리(관세사)는 중소기업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원산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FTA 체결국 간 거래를 활용해 기업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김현철 관세사의 말에서 자부심이 묻어난다.
국내 유명 회계법인의 한 임원은 “과거에는 수출 기업의 경우 원가 계산 비중이 높아 회계사에 대한 수요가 높았지만, 한-EU FTA 발효 이후에는 원산지 증빙 서류와 관련해 관세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며 달라진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한-EU FTA 발효에 이어 한미 FTA 비준까지 마친 현 시점에 관세사가 FTA 최대 수혜 업종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