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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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발레의 틀 깬 ‘뉴 발레’ 창시자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입력2009-06-03 18: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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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발레의 틀 깬 ‘뉴 발레’ 창시자
    조기숙(50)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는 무용계에서 이색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일반 무용인들과 그를 차별화하는 결정적 요소는 발레를 대하는 남다른 의식이다. 보통 고전 발레는 곱고 가냘픈 진동의 흐름으로 표현된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순수성 훼손’을 이유로 ‘퓨전’이 허락되지 않았던 게 사실. 그러다 보니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틀’에 맞춰진 예술의 성격이 강하다. ‘이해하기 어렵다’ ‘고상하다 못해 난해하다’는 비판이 따라다닐 만했다. 조 교수는 발레의 이런 고정관념을 바꿔놓았다. 발레를 ‘열린 자유’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고전 발레는 왕족의 힘을 과시하고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표현한 것이에요. 이런 발레를 어떻게 진화시켜야 요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유하고 즐길 수 있을지를 고민했죠. 중요한 건 ‘세상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발레는 누구에게나 중립적이고 자유롭게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스스로 자신의 무용관을 뜯어고치고, 그것을 ‘뉴 발레’라 마음속에 새겼다. ‘최고의 발레는 발레를 해체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확고해졌다. 뒤이어 과감한 개혁과 파격이 시도됐다. 지난해 ‘백조의 호수-사랑에 반하다’는 뉴 발레의 신호탄. 이어 5월 ‘백조의 호수-사랑에 취하다’를 내놓으며 ‘백조의 호수’라는 기존 틀에 현대사회에서도 겪을 수 있는 ‘현실의 아픔’을 투영시켰다.

    ‘중립적이고 자유스럽다’는 조 교수의 스타일을 반영하듯 평소 친분이 있던 기업 CEO들도 무용복을 입고 당당히 무대에 올랐다. 힙합의 색도 가미했다. 발레는 ‘격의 없는 안무이고, 아마추어라는 게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예술’이라는 조 교수의 철학이 묻어나는 공연이었다.

    그렇다면 연약한 여인들을 상징하는 백조, 그리고 숭고한 사랑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여인 오데트와 지그프리드의 사랑, 이를 방해하는 마왕이 등장하는 전체 스토리에서 어떠한 ‘현실적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걸까.



    “탤런트 장자연 씨 사건과 같은 연예계의 현실을 생각했어요. 마왕이라는 돈, 권력, 허위 등 유혹의 상징 앞에 순수한 여인이 사랑을 잃고 죽어간다는 것입니다. 공연은 끝났지만 아직도 오데트의 아픔이 느껴져 힘이 드네요.”

    순수한 사랑의 의미와 이를 막는 현실의 높은 벽을 보여준 조 교수. 내년 6월에는 3탄인 ‘사랑에 망하다’로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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