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2’의 실제 전투 장면.
이런 스타크의 후속작 ‘스타크래프트 2’(이하 스타크 2)가 5월21일 세계 최초로 최신 버전 시연회를 서울에서 열었다. 2008년 3월 ‘저그’ 종족 일부를 공개하고 7월에 ‘테란’과 ‘프로토스’ 일부를 공개한 뒤 10개월 만에 테란, 프로토스, 저그 3종족을 모두 실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게이머들의 최대 관심사인 스타크 2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전작인 스타크가 2D 그래픽으로 이뤄진 데 비해 스타크 2는 3D로 제작돼 훨씬 세련되고 화사한 그래픽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우주괴물 종족 저그 진영은 더욱 괴물 같아졌다. 식물처럼 땅속으로 들어갔다 솟아나오는가 하면, 반딧불처럼 발광하는 녹색 액체를 뿜는 등 게이머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유닛 하나하나가 흡사 괴물영화에서 날뛰는 괴물을 보는 듯 생동감을 줬다.
3D 기술로 뛰어난 그래픽 자랑
5월21일 서울 청담동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2’최신 버전 시연회.
인간세계를 그린 테란 진영은 공격 유닛인 탱크나 비행기에서 더욱 강력한 느낌이 풍기는 그래픽을 선보였다. 탱크의 옆 부분이 개폐되면서 증기가 솟고 철컹거리며 바닥에 흡착기가 나오는 등 세밀하고 기계적인 동작이 연출됐다. 인간이 실제로 우주에 진출하면 이런 모습이겠거니 싶었다.
3D로 변했기 때문에 처음 플레이를 할 때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듯했지만, 눈에 익으니 전작보다 훨씬 부드럽고 만족스러웠다. 다만 유닛 사망 시 시체가 분리되고 피가 흘러나오는 등 잔인한 표현이 일부 있었다. 이 부분은 수정이 될지, 성인 버전과 청소년 버전의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올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많은 게이머가 “스타크 2에는 종족이 더 추가됐으면…” 하고 바랐지만, 결국 전작처럼 3종족으로 이뤄졌다. 이에 대해 개발사인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사장은 “물고 물리는 종족 간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스타크 2를 시연하다 보면 전작에서 익숙하던 전투 화면과 음악이 등장하고, 플레이 방식과 키보드로 명령하는 단축키 상용법도 닮았다. 그래픽 차이가 있긴 했지만, 자원을 얻는 기지를 짓는 법이나 공격 유닛을 생산하기 위해 건물을 짓는 법 등도 스타크를 기초로 했기에 마음이 편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익숙한 한글 음성도 들렸다. 테란의 경우 “못된 외계인 놈들,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라는 식의 음성이 나왔고, 다른 종족들도 특징적인 유닛이 나올 때 음성이 들렸다. 블리자드 측에서 한국 게이머를 위해 한글화 버전을 개발했기 때문인데, 덕분에 전작보다 쉽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스타크 2를 조금 더 진행해보니 ‘편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게임 조작의 편의성이 돋보였다. 우선 전작에서는 ‘부대 지정’이라는 시스템으로 최대 12마리의 유닛을 한데 묶어 한 마리처럼 간편하게 조종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24마리까지 묶을 수 있게 바뀌었다.
또 유닛의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버튼 하나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총 200개의 유닛을 한꺼번에 조종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따라서 손이 느린 게이머도 대규모 부대를 손쉽게 운영하거나 업그레이드해 전략적인 부분에 좀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전작의 경우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보석처럼 생긴 자원인 미네랄을 채취하기 위해 일꾼들을 하나씩 따로 마우스로 클릭해줘야 했는데, 이번 스타크 2에서는 전부를 마우스로 크게 범위를 설정한 뒤 한꺼번에 찍으면 일꾼들이 알아서 최적의 위치로 흩어졌다.
유닛 생산 방식도 개선됐다. 과거처럼 일일이 지정하는 게 아니라 건물 하나만 더블클릭하면 해당 지역 건물이 모두 선택되고 유닛들의 생산이나 예약도 가능했다. 또 하단 인터페이스 부분에서 각 건물에 예약된 유닛 개수도 확인할 수 있는 등 ‘불편했다’ 싶은 것은 거의 다 개선됐다.
전작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 중 하나가 길이 막히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바보 유닛’들이었는데, 이번에는 인공지능이 개선돼 아군 유닛이 길을 막으면 뒤쪽의 유닛이 이동할 때 알아서 비켜주는 등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조된 전략성, 많은 연구 해야
“단순 물량전(하나의 공격 유닛을 많이 뽑아 공격하는 것)으로는 승리할 수 없을 것 같다. 상성 관계가 강화돼 다양한 병력 조합이 필요하다.”
행사장에서 스타크 2를 플레이하던 전직 프로게이머의 말이다. 실제로 직접 플레이해보고 프로게이머들의 소감을 종합해보면 스타크 2는 단순히 많은 공격 유닛만 있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전작의 경우 화면을 가득 덮는 탱크나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전투함대가 모이면 이길 수 있었지만, 스타크 2는 각각의 기체가 가위바위보처럼 서로 간에 상성이 있어 그렇게 되지 않을 듯하다. 아무리 뛰어난 유닛이라도 ‘천적 유닛’이 상대편에 있기 때문에 그들의 진영을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우리 쪽 공격 유닛을 재정비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속도도 이전에 공개된 버전보다 빨라졌다. 지난해 스타크 2가 처음 공개됐을 때 3D 게임의 한계성 때문에 전작의 속도감을 따라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전작과 비교해도 1.5배 빠르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블리자드 측에서는 지속적인 테스트를 거쳐 최적의 속도를 찾아 발매한다고 한다.
또 프로토스는 ‘순간이동’ 기능이 추가돼 상대편의 허를 찌르기 쉽고, 저그는 자체적으로 폭탄을 만들어 자폭을 하는 등 동시다발적인 전투도 가능하게 됐다. 그래서 더욱 ‘정신없는’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스타크 2는 올여름 안에 시범 서비스(베타테스트)를 시작한다. 주요 관심사이던 출시일에 대해 블리자드 측은 여전히 확답을 하지 않았다. “조만간 시기와 방법을 공개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블리자드 코리아의 오진호 사장에 따르면 북미에서 먼저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이후 지역별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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