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고속도로는 화성·평택·당진 등 수많은 투자처를 탄생시켰다.
토지의 공급과 거래를 위한 규제 완화
토지시장의 빙하기는 2005년 8·31대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지거래허가제 및 의무이용 기간,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세 중과세 등으로 토지 투자의 매력은 상실됐다. 매매를 통한 양도보다 증여가 보편화됐고, 거래시장에서 우량 매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쭉정이 같은 매물만 거래돼 비정상적인 토지시장이 지속됐다.
최근 토지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수도권 규제 완화, 농지 및 산지 규제 완화, 토지 이용도 제고라는 공약을 내세운 MB정부의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도시용지 공급은 꾸준히 확대됐다. 저수지나 하천을 끼고 있어 그림 같은 풍경으로 투자자들의 설렘을 받는 농업보호구역(농업용수 등의 확보를 위해 현지 농민 이외에는 개발이 불가한 농지)의 일부 해제, 대체농지 조성의무 폐지, 한계농지의 거래·소유·개발 규제 완화, 비영농 농업법인의 농지소유 허용, 비농업인의 상속·이농 농지 무제한 허용 등의 방식으로 농지 및 산지 진입은 수월해지고 있다.
2008년 10월30일,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이 발표되면서 3%의 논란은 종식됐다. 개발가능 토지의 공급 능력을 확충하기로 하면서 향후 5년간 2232km2 이상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농업진흥지역 조정(650km2), 보전 산지를 준보전 산지로 조정(1000km2), 개발제한구역 조정(128km2, 2020년까지 최대 308km2),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및 완화(454km2)를 들 수 있다.
대규모 도시용지 공급과 맞물려 거래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한 시작은 2008년 9월29일, 사전 거주기간이 현행 허가신청일로부터 ‘1년 이상’에서 ‘6개월 이상’으로 완화되면서부터다. 2009년 1월30일에는 개발제한구역을 제외한 전국 1만 224.82km2 규모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면서 투자 상품으로 땅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부재지주 등 양도세 중과세 규정이 남아 있어 절반의 거래라고 불렸지만, 2009년 3월16일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세 폐지가 발표되면서 매물은 쏟아졌다. 그동안 재산권 형성에 억눌린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면서, 오히려 현지인의 피해가 양산돼 일시적인 지가 하락을 가져왔을 정도.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결국 4월30일에는 중과세 폐지가 결정돼 토지시장의 진입이 수월해졌다. 2010년 12월31일까지 토지를 매수하는 경우에는 언제 매도해도 일반세율이 적용되는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바쁘게 됐다.
30대 선도 프로젝트, 수도권 광역급행 철도 등 개발 호재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개발 호재도 풍성하다. 최근 땅 투자의 활성화는 우연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행복도시, 한반도 대운하 등 대형 호재의 부침을 보았기에 불확실성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도로의 개통은 연기될지언정 취소되는 사례는 없기에 신설되는 도로와 국책사업은 토지투자자의 마지막 결심을 앞당겨준다.
우선 2008년 하반기에 발표한 30대 선도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하남~용인~안성~행복도시를 연결하는 제2경부고속도로,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는 서해안고속도로의 대체 도로로 탄생할 제2서해안고속도로, 제2기 신도시를 연결하는 제2외곽순환도로, 강원권을 수도권화할 것으로 보이는 제2영동고속도로 등은 주목할 만한 신설 도로다. 30대 선도 프로젝트가 도로에 중점을 둔 것은 도심 간의 연결을 고려하지 않아 문제가 생긴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수도권 전역을 하나로 묶어 ‘수도권의 글로벌 도시’를 지향하는 수도권 광역급행 철도도 눈여겨볼 만한 대형 호재다. 고양시 킨텍스에서 동탄까지, 의정부에서 금정, 청량리에서 송도까지 연결하는 대심도 광역전철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자들은 그동안의 공간적 거리 개념에서 벗어나 시간적 거리 개념의 투자처에 주목해야 한다.
4대강(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정비사업의 수혜지로 떠오르는 김포, 하남, 여주, 충주 등도 주목할 만한 투자처다. 수도권과 세종시의 연결 고리인 음성·진천 역시 최근 급부상한 투자처라 할 수 있다. 과거와 다른 면이 있다면 택지개발 위주의 도심개발을 탈피해 도심 간 가교 구실을 하는 도로를 중심으로 하는 호재라는 것이다. 도로를 통한 개발 호재와 함께 국책사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필두로 하여 평택·당진 황해경제자유구역과 새만금을 예로 들 수 있다. 강원권에서는 호반의 도시 춘천, 기업도시와 혁신도시의 중첩 지역으로 강원권의 관문 구실을 하는 원주, 그리고 동계올림픽 재도전으로 다시 주목받는 평창이 있다.
부동산시장의 회복 조짐과 함께, 가치 투자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토지시장에 큰손들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분당신도시 150개에 해당하는 도시용지의 공급, 대폭적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의 해제 및 용이한 거래, 그리고 과거와 다른 개발 호재로 토지거래량은 3월 저점을 찍고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이다.
장기투자나 증여 목적으로 매입을 하는 ‘묻지 마’ 성격의 전통적인 투자자와 함께, 토지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리모델링이나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신흥 투자자들의 행보가 눈에 띈다. 지목변경이나 형질변경 등을 통한 리모델링 기법이나 창고나 물류부지, 휴게음식점 등 임대를 통한 수익 창출 기법이 조용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물론 유망 지역에 무조건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다른 부동산 상품과 달리 토지는 개별성이 강해 바로 옆의 땅과 동일한 대우를 받기가 어렵다. 도로 여부, 혐오시설 여부, 주요 인프라와의 접근성, 건축 가능한 건축물의 종류 등에 따라 땅값에 큰 차이가 생긴다. 토지이용계획확인원, 토지(임야)대장, 지적도(임야도) 등의 공부상 해석은 능하지만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기술은 부족한 투자자가 많다.
토지 투자의 함정이나 실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답사를 체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려한 개발계획을 토대로 하는 브리핑보다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고시·공고한 내용을 확인하고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야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