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6

2024.02.02

대만 ‘호국신산’ TSMC 지렛대로 中 침공에 맞서는 라이칭더

TSMC 핵심 생산기지 ‘타이난시’가 정치적 고향… 세계 반도체 첨단 제조공정 점유율 80% 목표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4-02-13 14: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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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은 대만 정치지도자들 가운데 반도체에 대해 가장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생산 공장들이 가장 많이 자리 잡고 있는 곳 중 하나인 타이난시가 라이 당선인의 ‘정치적 고향’이기 때문이다.

    라이칭더, TSMC와 밀접 관계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월 13일 선거에서 승리한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월 13일 선거에서 승리한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시스]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남쪽으로 300㎞ 떨어진 타이난은 TSMC의 핵심 생산 기지다. TSMC는 2000년부터 타이난에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6을 비롯해 팹 14, 팹 16 등 반도체공장을 차례로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라이 당선인은 1998년 타이난시에서 입법위원(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처음 정계에 발을 들인 후 4선(1998~2010년)을 했으며, 타이난 시장직도 연임(2010~2017년)했다. 라이 당선인은 타이난에서 정치 활동을 해오면서 TSMC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타이난이 2017년 TSMC의 세계 최첨단 3나노 공정인 팹 18을 유치하는 데에도 라이 당시 타이난 시장의 역할이 컸었다. 그는 공장 부지는 물론 수도와 전력 등의 인프라·환경 관련 문제를 모두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라이 당선인은 정치 초년병 시절부터 대만 첨단 반도체 산업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온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라이 당선인은 지난 총통 선거 운동 때도 제1야당인 국민당이 제기한 ‘TSMC 껍데기론(論)’에 정면으로 맞서 설전을 벌였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그곳에서 최첨단 공정으로 칩을 생산하기로 하자, 국민당은 “민진당이 TSMC 알맹이를 미국에 넘기고 대만에는 껍데기만 남기고 있다”면서 여론전을 펼쳤다. 이에 대해 라이 당선인은 “TSMC가 미국 등 해외에 사업장을 설립하는 것은 대만의 경제력이 확장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첨단 공정이 대만에 남아 있기 때문에 TSMC의 기반은 대만에 있다”고 받아쳤다.

    라이 당선인은 5월 20일 총통 취임 이후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더욱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라이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대만 반도체 산업이 국제사회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며, 이는 다른 과학기술 및 전통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반도체의 완전한 공급망을 형성하기 위해 재료 및 장비 연구·개발(R&D), 집적회로(IC)의 설계·제조·패키징·테스트 분야 등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의 산업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라이 당선인이 반도체 산업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TSMC가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불릴 정도로 대만에서 반도체 산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반도체 산업은 15%를 차지한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5년 24.8%에서 2023년 38.4%로 늘었다. 대만은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칩의 63%, 첨단 칩의 73%를 공급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TSMC의 연평균 시가총액 성장률은 22.04%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대만 전체 GDP의 7.9%를 차지했다.

    라이 당선인은 그동안 반도체를 민주주의 국가 대만의 미래라고 간주해왔다. 그는 “반도체가 미래의 세계를 규정할 것”이라며 “반도체는 미래 국제정치의 형태를 결정하고 경제구조와 군사력의 균형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미래 인류의 삶에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대만판 실리콘밸리 계획

    TSMC가 대만 타이난에서 운영 중인 최첨단 반도체 생산공장 팹 18 전경. [TSMC 제공]

    TSMC가 대만 타이난에서 운영 중인 최첨단 반도체 생산공장 팹 18 전경. [TSMC 제공]

    차기 대만 정부는 반도체의 IC 설계 분야 점유율을 현 20%대에서 40%대로, 첨단 제조공정 점유율도 80%까지 높일 계획이며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3000억 대만달러(약 12조7000억 원)를 투입하려 한다. 특히 라이 당선인은 ‘타오위안·신주·먀오리 대(大)실리콘밸리’ 계획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만판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이 계획은 TSMC의 R&D센터,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이 있는 북부의 신주 지역을 보조할 수 있도록 타오위안과 먀오리 지역을 개발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는 지난해 신주과학단지의 생산액과 근로자 규모가 각각 1조6100억 대만달러(약 68조2300억 원), 17만6000명이었다면서 이 계획이 성사되면 향후 생산액이 최소 1조 대만달러(약 42조3800억 원) 이상 늘어나고 근로자가 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라이 당선인은 “소재, 장비, 연구개발, IC 설계, 제조, 웨이퍼 제조 및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산업을 지속 지원해 대만이 종합 클러스터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TSMC는 라이 당선인이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세계 최초의 최첨단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1나노 공정의 공장을 대만 남서부 자이현 타이바오의 과학 단지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나노 공장 건설에 1조 대만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타이바오 과학단지를 관할하는 관리국에 공장 용지를 요청했다. 대만 남부 가오슝에 2나노 공장 두 곳을 가동할 계획인 TSMC가 이번에 1나노 공장 건설 추진하는 것은 2나노 공장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4나노가 주력 최첨단 공정이다. 반도체는 공정이 미세할수록 성능이 높으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27년 1.4나노 공정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TSMC의 계획이 라이 당선인과 교감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 당선인의 의도는 TSMC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TSMC는 2월 2일 기준 전 세계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3위를 기록하면서 아시아 최고 기업으로 등극한 바 있다.

    TSMC는 일본에 연내 제2의 공장을 착공하기로 하는 등 해외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본거지인 대만에선 최첨단 칩의 R&D와 생산을 담당하고, 해외에서는 나머지 제품을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 전략도 라이 당선인의 구상과도 일맥상통한다. 라이 당선인은 “TSMC는 대만의 자랑이자 세계 공동의 자산”이라며 “반도체 산업은 고도로 분업화된 산업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협력이 필요하며 TSMC의 존재는 세계 문명의 진보와 미래 인류의 생활과 직결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TSMC가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의 제2 공장은 6~7나노 첨단 반도체 생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일본과 손잡은 TSMC

    TSMC의 일본 제1 공장은 12~28나노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제1 공장에는 일본 소니 그룹과 세계 2위 자동차 부품 기업 덴소가 합작사 형태로 참여했고, 일본 정부는 건설비의 41%에 해당하는 자금을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제1 공장은 10월 초도 물량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TSMC가 구마모토 제1·2 공장을 모두 가동할 경우 생산능력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10만 장에 달할 전망이다. 이 공장들은 HPC(고성능컴퓨팅), 산업 및 소비자용 칩, 차량용 반도체 등 산업 전반에 필요한 제품을 생산한다.

    TSMC는 구마모토 제1·2공장의 총 투자 규모는 일본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200억 달러(약 26조 5700억 원)를 초과할 것이며 생산능력 계획은 고객 요구에 따라 추가로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TSMC의 투자로 구마모토현의 경제효과는 10조5360억 엔(약 93조7600억 원)으로 구마모토현의 10년 예산보다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TSMC의 구마모토 투자는 일본과 대만이 협력을 심화해 경제 안보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라이 당선인은 그동안 대만과 일본이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TSMC의 해외 생산거점 확보 전략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진행 중이다. 미국 애리조나 제1 공장은 2025년 상반기 4나노 공정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유럽 첫 공장인 독일 드레스덴 공장은 올해 4분기 착공한다. 드레스덴 공장에서는 12~28나노 공정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일본과 미국, 독일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28년에 TSMC의 해외 공장 월간 생산량은 총 30만 개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TSMC의 월간 생산량(130만 개)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체 생산량의 20%를 해외 공장이 담당하게 된다. 라이 당선인의 의도는 TSMC를 지렛대로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침공 야욕에 대항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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