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인(印)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8월22일 인도를 찾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9월 12일 사의 표명)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정치·경제는 물론 안보 현황에 대해서도 다각적 논의를 펼쳤다. 싱 총리에 대한 아베 총리의 각별한 예우는 ‘인도를 전략적 산업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일본 정부의 구상이 본궤도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아베 총리는 또 미국 호주 인도 일본의 4개국 연대를 거듭 강조하는 등 양국간 우호 협력 분위기를 띄웠다.
아베 총리의 인도 방문에는 250여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도 함께해 일본의 대(對)인도 투자확대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이는 인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한국 대기업들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로 연결되는 대목이다.
對인도 투자 가시화 … 한국 기업 입지 위협
2006년 말 싱 총리의 일본 방문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조속한 체결, 양국이 공동 추진해온 델리-뭄바이 산업벨트 조성, 양국간 교역량 확대에 합의했다. 핵 협력 방안과 방위 문제 또한 논의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이다. 인도 의회에서 외국 정상이 연설하기는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 이후 두 번째. 아베 총리는 “일본이 인도를 파트너이자 친구로 재발견했다”고 강조하는 한편, 아시아 지역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미국 호주가 참여하는 4개국 연대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등 인도 끌어안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인도는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주요 파트너이자 ‘강한 일본’을 두둔하는 보기 드문 아시아 국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열린 도쿄 전범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분류된 일본 지도자들에 대해 ‘국제법상 침략전쟁의 범죄성이 확립될 수 없다’며 무죄 의견을 냈던 유일한 인물, 라다비노드 팔 판사의 조국이기도 하다. 수많은 아시아 국가의 분노를 샀던 팔 판사의 무죄 의견으로 아베 총리의 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처벌을 감면받았다. 이런 인연으로 아베 총리는 반대여론에도 인도 방문 이틀째인 8월23일 팔 판사 후손들과의 만남을 강행했다.
양국의 교역 규모는 80억 달러(약 7조5000억원, 2006년)로 일본의 전체 경제 규모에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양국은 2010년까지 교역 규모를 200억 달러로 증대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일본은 자국 기업들의 대인도 직접투자를 늘려 연 9%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유럽을 향한 수출 전진기지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태세다.
특히 일본은 양국간 경제협력을 통해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는 부수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인도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한 상태이고, 인도의 원전 개발에 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을 참여시켜 원전용 핵연료 개발에 협력할 뜻을 밝힌 바도 있다. 일본의 고급기술과 자금이 필요한 인도로서도 일본의 ‘구애’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역사적,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거의 없는 양국 관계, 그리고 중국을 대체할 신흥시장으로 주목받는 인도. 게다가 중국에 비해 오랜 민영기업 경험을 가진 인도는 일본의 매력적인 투자 파트너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1990년대 초반 인도에 합작투자 형식으로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스즈키, 혼다모터스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 결국 한국 기업들에 주도권을 내준 바 있다. LG전자보다 3년 먼저 인도에 진출한 소니의 경우 현지 생산을 중단하고 태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한 상태다.
델리 - 뭄바이 산업벨트 조성 일본 차관 제공 기대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인도 진출은 성공적이었다. 인도 남부 항구도시 첸나이에 현지 공장을 세운 현대자동차는 인도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고, LG전자는 1999년부터 인도 가전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포스코도 2005년 6월 인도 동부 오리사주에 대형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투자를 발표하면서 인도 내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과의 주도권 싸움은 지금부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번에 조성 계획이 발표된 델리-뭄바이 산업벨트는 과거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에 기여한 태평양산업벨트를 본뜬 것으로, 일본 경제산업성이 2006년 11월 인도 정부에 제안했다. 이 계획에 따라 총구간 1483km의 철도가 건설되고 고속 화물열차가 운행되는데, 이렇게 완성된 철로를 중심으로 반경 150km에 이르는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일본 국토만한 크기의 방대한 산업지대가 탄생하는 것이다. 2012년 완공 예정인 델리-뭄바이 산업벨트는 전체 공사비가 9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일본의 도움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이 계획을 위해 일본 정부의 차관 제공, 일본 기업들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꾸준히 인도를 지원해온 일본은 이번에도 마하슈트라주(州) 상하수도 정비에 차관을 제공하기로 약속하는 등 전방위적 지원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일본 기업들의 인도 진출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은 2009년부터 인도 국영 철도사와 함께 철도용 화물차량을 생산하기로 했고 고마쓰, 히타치 등도 빠르면 내년 중 인도에 현지공장을 신축해 건설장비 생산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 미쓰비시중공업 등도 발전 설비와 상하수도 설비 분야에 진출할 예정이다. 조강량 세계 2위인 신일본제철도 인도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미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하다. 스즈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자동차업체들은 인도 현지 생산량을 확대했다. 산요, 후지쓰, 히타치, 샤프, 파나소닉 등도 가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인도 시장에서의 한일(韓日) 후반전의 시작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아베 총리의 인도 방문에는 250여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도 함께해 일본의 대(對)인도 투자확대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이는 인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한국 대기업들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로 연결되는 대목이다.
對인도 투자 가시화 … 한국 기업 입지 위협
2006년 말 싱 총리의 일본 방문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의 조속한 체결, 양국이 공동 추진해온 델리-뭄바이 산업벨트 조성, 양국간 교역량 확대에 합의했다. 핵 협력 방안과 방위 문제 또한 논의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이다. 인도 의회에서 외국 정상이 연설하기는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 이후 두 번째. 아베 총리는 “일본이 인도를 파트너이자 친구로 재발견했다”고 강조하는 한편, 아시아 지역의 자유와 번영을 위해 미국 호주가 참여하는 4개국 연대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등 인도 끌어안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인도는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주요 파트너이자 ‘강한 일본’을 두둔하는 보기 드문 아시아 국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열린 도쿄 전범재판에서 A급 전범으로 분류된 일본 지도자들에 대해 ‘국제법상 침략전쟁의 범죄성이 확립될 수 없다’며 무죄 의견을 냈던 유일한 인물, 라다비노드 팔 판사의 조국이기도 하다. 수많은 아시아 국가의 분노를 샀던 팔 판사의 무죄 의견으로 아베 총리의 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처벌을 감면받았다. 이런 인연으로 아베 총리는 반대여론에도 인도 방문 이틀째인 8월23일 팔 판사 후손들과의 만남을 강행했다.
양국의 교역 규모는 80억 달러(약 7조5000억원, 2006년)로 일본의 전체 경제 규모에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양국은 2010년까지 교역 규모를 200억 달러로 증대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일본은 자국 기업들의 대인도 직접투자를 늘려 연 9%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유럽을 향한 수출 전진기지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태세다.
특히 일본은 양국간 경제협력을 통해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는 부수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인도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한 상태이고, 인도의 원전 개발에 도시바 등 일본 기업들을 참여시켜 원전용 핵연료 개발에 협력할 뜻을 밝힌 바도 있다. 일본의 고급기술과 자금이 필요한 인도로서도 일본의 ‘구애’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역사적,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거의 없는 양국 관계, 그리고 중국을 대체할 신흥시장으로 주목받는 인도. 게다가 중국에 비해 오랜 민영기업 경험을 가진 인도는 일본의 매력적인 투자 파트너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1990년대 초반 인도에 합작투자 형식으로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스즈키, 혼다모터스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 결국 한국 기업들에 주도권을 내준 바 있다. LG전자보다 3년 먼저 인도에 진출한 소니의 경우 현지 생산을 중단하고 태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한 상태다.
델리 - 뭄바이 산업벨트 조성 일본 차관 제공 기대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인도 진출은 성공적이었다. 인도 남부 항구도시 첸나이에 현지 공장을 세운 현대자동차는 인도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고, LG전자는 1999년부터 인도 가전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포스코도 2005년 6월 인도 동부 오리사주에 대형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투자를 발표하면서 인도 내 단일 프로젝트로는 최대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과의 주도권 싸움은 지금부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번에 조성 계획이 발표된 델리-뭄바이 산업벨트는 과거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에 기여한 태평양산업벨트를 본뜬 것으로, 일본 경제산업성이 2006년 11월 인도 정부에 제안했다. 이 계획에 따라 총구간 1483km의 철도가 건설되고 고속 화물열차가 운행되는데, 이렇게 완성된 철로를 중심으로 반경 150km에 이르는 산업단지가 조성된다.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일본 국토만한 크기의 방대한 산업지대가 탄생하는 것이다. 2012년 완공 예정인 델리-뭄바이 산업벨트는 전체 공사비가 9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일본의 도움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이 계획을 위해 일본 정부의 차관 제공, 일본 기업들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꾸준히 인도를 지원해온 일본은 이번에도 마하슈트라주(州) 상하수도 정비에 차관을 제공하기로 약속하는 등 전방위적 지원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일본 기업들의 인도 진출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은 2009년부터 인도 국영 철도사와 함께 철도용 화물차량을 생산하기로 했고 고마쓰, 히타치 등도 빠르면 내년 중 인도에 현지공장을 신축해 건설장비 생산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 미쓰비시중공업 등도 발전 설비와 상하수도 설비 분야에 진출할 예정이다. 조강량 세계 2위인 신일본제철도 인도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미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하다. 스즈키,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자동차업체들은 인도 현지 생산량을 확대했다. 산요, 후지쓰, 히타치, 샤프, 파나소닉 등도 가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인도 시장에서의 한일(韓日) 후반전의 시작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