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 모리코네
이 음악들의 공통점은 모두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그는 세계적인 영화음악의 거장이면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음악가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그는 60년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을 만나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등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서부영화)에서 음악을 맡으면서 영화음악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지금까지 40여 년의 세월 동안 400편이 넘는 스코어를 작곡하면서 거장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그동안 유럽의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으며 올 초에는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면서 유독 아카데미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아쉬움도 씻어냈다.
그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엔니오 모리코네는 한국 팬들에게 빚이 있다. 2005년 공연을 불과 이틀 앞두고 내한공연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가 마침내 빚을 갚으러 온다. 10월2일과 3일 이틀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 것. 공연을 마치고는 10월4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영화음악가의 공연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흔한 경우는 아니어서 왠지 낯설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100여 명의 로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오랜 시간 작업 파트너였던 피아니스트 길다 부타, 소프라노 수잔나 리가치와 함께 무대에 올라 지휘봉을 잡는다. 이들이 만들어낼 친숙하면서도 풍성한 선율은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직업상 사전정보 없이 음악을 듣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비토(Vito)의 음반은 그랬다. 다른 일을 하다 무심결에 듣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나는 일을 놓고 음악에 집중하고 있었다. 비토의 음악에는 신선한 끌림이 있었다.
비토의 데뷔앨범 ‘A present from heaven’은 그동안 시도돼온 대중음악과 국악, 월드뮤직의 결합을 신선하면서도 안정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꽹과리, 장구 등 국악기가 잘 녹아든 첫 곡 ‘Asia fantasy’의 배치는 탁월한 선택이다. 양방언의 음악과도 유사성이 발견되는 이 곡은 비토의 음악이 추구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이국적인 느낌의 ‘Into the blue’와 경쾌한 바이올린 선율이 인상적인 ‘Have a nice day’도 좋다.
참여한 면면을 보니 앨범의 색깔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드라마 ‘아일랜드’와 ‘궁’의 배경음악으로 알려진 두 번째 달의 박혜리, 드라마 ‘대장금’의 메인 테마를 연주한 얼후 연주가 김상은과 국악 뉴에이지계의 선두주자인 대금 연주가 한충은, 커먼 그라운드의 색소폰 연주자 김중우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