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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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中, 단둥 불법체류 북 노동자 송환은 김정은의 뜻?

단둥서 들어오는 언로 차단  …  합법 인력 파견으로 돈벌이도 짭짤

  • | 김승재 YTN 기자  ·  전 베이징 특파원 phantom386@daum.net

    입력2018-08-28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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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단둥철교. [shutterstock]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단둥철교. [shutterstock]

    중국 당국이 ‘북한 노동자 불법체류’와 ‘북·중 밀수’를 전면 금지하며 대북 압박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당국은 랴오닝성 단둥 일대에서 밀수 현장을 급습해 물품을 압류하고 업자를 검거하는 등 강력하게 응징하고 있다. 하지만 목숨을 건 밀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필자는 ‘주간동아’(1148, 1149호)를 통해 북·중 밀월 와중에 중국이 돌연 대북 압박 조치를 강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대북 압박 조치는 크게 2가지다. 6월 하순 중국은 불법체류 북한 노동자를 고용 중인 공장들에게 “지난해 8월부터 입국한 불법체류 북한 노동자를 7월 28일까지 전원 귀국시키라”고 주문했다. 이를 어기면 인당 월 5000위안(약 82만 원) 벌금을 물리겠다는 엄포도 내렸다. 또 7월 27일에는 “북한산 물품의 중국 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불법체류 北 인력, 내년 1월 7일까지 귀국”

    국 단둥에서 북한으로 가기 위해 국경 검문소에서 대기 중인 화물 트럭들. [AP=뉴시스]

    국 단둥에서 북한으로 가기 위해 국경 검문소에서 대기 중인 화물 트럭들. [AP=뉴시스]

    ‘불법체류 북한 노동자 귀국’ 지시 이후 현장에서는 공안당국에 뒷돈을 찔러주며 인력을 그대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았다. 뒷돈은 인력당 월평균 200~400위안. 공안당국 관계자들도 주머니가 두둑해져 내심 즐거웠다. 그런데 8월 초순 새로운 지시가 상부로부터 내려왔다. 단속 대상과 기한을 더욱 확대한 내용이었다. 당초 ‘지난해 8월 1일 이후 입국한 불법체류자’에서 ‘불법체류자 전원’으로 귀국 조치 대상을 넓혔고, 송환 시점도 내년 1월 7일까지로 연장했다. 

    단둥 일대에는 북한 인력 10만 명 정도가 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대부분 관광이나 친척 방문을 위한 단기비자, 또는 도강증(북·중 접경지역에서 최대 한 달간 머물 수 있는 임시 통행증)으로 중국에 들어와 일자리를 찾은 뒤 그대로 눌러앉은 경우다. 합법적인 취업비자를 받은 노동자는 2000∼300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불법체류자 가운데 지난해 8월 1일 이후 입국한 사람은 5만 명가량. 첫 지시 후 8월 초순까지 이들 5만 명 가운데 1만8000여 명이 북한으로 돌아갔고 3만여 명이 남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번 후속 조치로 8월 20일 현재 2만여 명이 귀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현지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평소 단둥지역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단둥에서 신의주로 각종 소문이 흘러들어와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단둥에 다녀온 북한인은 중국에서 접한 다양한 소문을 자연스럽게 가족 등 지인에게 전달하게 된다. 단둥에는 북한에서는 들을 수 없는 온갖 사실과 소문이 풍성하다. 



    대표적 사례로 김 위원장의 이복형 고(故) 김정남과 관련된 정보를 들 수 있다. 2014년 여름 중국 지린성의 한 중국인 대북사업가는 평양 출신인 북한 노동자 총책임자를 불렀다. 그리고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김정남 사진을 보여주며 누구인지를 설명했다. 그랬더니 북측 인사는 “말도 안 된다. 남측이 조작해낸 거짓 인물”이라고 펄쩍 뛰었다. 다른 북한 노동자에게 보여줬더니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에서 계속 생활하면 이런 반응은 없어진다. 지난해 2월 김정남이 암살된 사건은 중국에서도 가장 뜨거운 뉴스였다. 중국에 있는 북한인들 역시 이 뉴스를 접했다. TV를 틀거나, 인터넷을 보거나, 찾아오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모두 ‘김정남 암살’에 대한 것이니 이를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소식은 단둥을 오가는 북한인의 입을 통해 순식간에 북한 내부로 퍼졌다. 김정일 시대에는 가능했을 정보 통제가 지금은 불가능하다. 김 위원장 처지에선 감추고 싶은 사실과 과장된 정보가 북한으로 들어와 주민을 현혹하니 단둥이 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단둥에 있는 북한인은 북한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가 많다. 중국 정부로서도 골치 아프지만 북한 당국으로서도 쉽게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북한은 해외 파견 인력에 대해 일정 금액을 국가에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봉제업종의 경우 노동자 인당 매월 65달러 정도, 식당은 120~150달러를 북한 정부에 내야 한다. 이런 원칙은 합법적으로 취업비자를 받아 일하는 지린성 투먼과 훈춘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불법취업인 단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취업비자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에 돈을 낼 이유가 없다. 그 대신 불법취업을 하는 것이니 북·중 양쪽 공무원들에게 일정 금액의 뇌물을 바쳐야 한다. 이것이 일상화되다 보니 아예 신의주 등 접경지역 근처에 사는 주민을 단기비자나 도강증으로 단둥으로 불러들인 뒤 일을 시키고 있다. 북한 사업가는 국가에 바쳐야 하는 돈이 없어 좋고, 중국 사업가는 제조업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 좋다. 또 단둥 주재 북한영사는 불법취업 인력들을 협박해 뒷돈을 뽑아낼 수 있어 좋고, 중국 공안당국의 단속 요원도 부족한 월급을 두둑하게 보충할 수 있어 좋다. 물론 정부 곳간을 채워야 하는 평양과 합법적으로 접경지역을 관리해야 하는 베이징으로선 이런 현실이 결코 반갑지 않다. 즉 불법취업 인력을 중앙정부는 없애려 하고 지방 정부는 환영하는, 이중성이 존재한다. 

    단둥의 소식통은 단둥 주재 북한영사는 어느 지역 영사보다 ‘끗발’이 있다고 전했다. 불법체류자 몇 명이 어디서 일하는지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기니 감춰둔 재산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북한 사업가와 공무원 등은 중국으로 파견 나가 일할 경우 투먼이나 훈춘을 기피하고 너나없이 단둥을 선호하고 있다.

    “中, 20만 위안 이상 밀수하면 구속”

    8월 4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25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악수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AP=뉴시스]

    8월 4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25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악수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AP=뉴시스]

    여러 정황을 보면 단둥 일대의 불법체류 북한 인력을 귀국시키는 것은 북한 정부로서도 환영하는 일임을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의 화려한 외교무대 데뷔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 제조업 기업들의 주문이 폭주하면서 북한 노동력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북한 정부 처지에서는 임의로 움직이는 개별 인력을 정리하고 정부가 승인한 인력들을 내보내는 것으로 양성화하면 정부 수입이 크게 늘어난다. 접경지역의 안정적 관리를 원하는 중국 역시 불법으로 입국한 해외 인력 정리를 환영한다. 

    중국 당국은 밀수에 대해서도 단속 강도를 높이고 있다.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7월 말 조치에 이어 또다시 “8월 9일부터 단둥과 압록강 일대에서 모든 밀수를 전면 금지한다”는 지시를 추가로 하달했다고 전했다. 바로 그다음 날인 8월 10일 중국의 한 대북사업가는 북한에서 만든 의류 완제품을 중국으로 내오려고 공안 단속요원에게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은 뇌물을 제시하며 하소연했지만 실패했다. 보통 1kg에 30센트면 밀수를 허용해주던 것을 이번에는 7배 가까운 2달러를 준다 해도 당국자가 거부해 결국 밀수를 포기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8월 9일 특명 이후 약 열흘간 밀수업자 37명을 검거했다고 전해왔다. 밀수 현장을 급습해 밀수품을 모두 압류했다. 당국은 이번 단속에서 밀수 물량이 20만 위안(약 3270만 원)을 초과하면 구속했다. 그 이하면 구류와 벌금형에 처했다. 중국 당국의 밀수 단속으로 단둥 일대는 초비상이 됐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성수기에 팔아야 할 물건을 받을 수 없게 돼 더 아우성이다. 수출 물품의 출고일 예측이 불가능하고 납품 기일을 맞추지 못하게 되자 야반도주하는 이도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울 동대문 의류도매상의 피해 소식도 전해진다. 도매상 A씨는 북한에서 의류를 만들어 중국산으로 라벨갈이를 한 뒤 동대문에서 팔아왔다. 그는 북한 제품이 나오지 못한다는 소식에 급히 단둥을 찾아 나흘간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결국 포기하고 귀국했다. 그가 포기한 물량은 겨울 패딩 2만 장이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생산해야 할 물건이 모조리 납기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 이 경우 바이어 주문을 지킬 수 없어 신뢰가 깨지고, 결국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다.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이런 식으로 밀수 단속을 계속 펼친다면 평양과 신의주 일대 북한 주민 20만 명의 생계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다급한 물건을 처리하려고 목숨을 건 밀수를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선박으로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밀수하는 한 대북사업가는 사선을 넘나들면서 돈을 벌고 있다. 북한과 중국 이중국적을 활용해 양국에서 사업과 밀수를 함께하는 이 사업가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총을 소지하고 다닌다. 단속 요원들이 들이닥칠 경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다. 

    중국 당국이 초강력 단속을 펼치는 와중에도 그는 북한에서 만든 겨울 패딩 5만 장을 자신의 선박에 실어 단둥으로 운반해줬다. 이 대가로 그는 10만 달러를 벌었다. 밀수 운반비로 장당 2달러씩 받았다. 왜 장당 2달러일까. 중국에서 패딩 의류 1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10달러 정도고, 동일 작업을 북한에서 하면 6달러면 된다. 중국에서 제조하는 것보다 4달러 정도 이익인 것이다. 장당 밀수 운반비 2달러를 계산한다 해도 8달러면 되니 북한에서 들여오는 편이 이득이다. 밀수업자는 이런 계산을 꼼꼼하게 해 가격을 제시하고 상대도 이를 받아들인다. 비상시국에 그 나름 합당한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돈을 더 주고서라도 제발 물건만 빼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사업가는 과거 밀수할 때는 공안 단속요원에게 뇌물을 먹였지만 지금은 뇌물이 먹히지 않으니 단속하면 무조건 도망가는 삼십육계 전략을 쓰고 있다. 공안당국이 총을 쏠 수 있는데도 이를 무릅쓰는 것이다. ‘설마 중국 공안이 총을 쏘겠나’라는 배짱이다. 단둥 일대에는 이런 식으로 밀수하는 큰손이 최소 여러 명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 당국의 밀수 단속으로 북측의 개성공단 내 작업도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전했다. 물건을 만들어봐야 내보낼 수도 없으니 공장 가동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이다.

    北·中 4차 정상회담 앞두고 美 의식한 이벤트

    [shutterstock]

    [shutterstock]

    북한 불법인력과 밀수를 향한 중국의 가차 없는 칼날은 9월 초순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앞두고 진행돼 주목된다. 시 주석은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당일이나 그 전에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의 3차례 방중에 대한 답방 형식이다. 시 주석의 방북에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4번째로 평양을 찾아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에서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북한을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비난이 각종 증거와 더불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2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동안 수차례 강조했던 중국 배후론을 거듭 제기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과거만큼 북한 문제를 돕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시진핑의 4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둥 일대에서 펼쳐지는 대대적인 불법인력 소탕작전은 양측 최고지도부 간 합의에 따른 것일까. 미국을 향해 “무슨 대북제재 위반인가. 이것 좀 보고 말하라”고 시위하듯이 말이다. 혹은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이제 북·중 관계는 정상국가 간 관계로 발전하니 더는 불법거래는 하지 말라는 신호탄인가. 그 배경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의 단속이 그렇게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는 게 단둥 현지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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