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 코드/ 맹성렬 지음/ 김영사/ 424쪽/ 1만4800원
그렇다면 이집트 기자에 있는 대피라미드는 어떨까. 놀라지 말라. 무게가 650만t인 돌덩어리 건축의 평면 길이 오차는 4.4cm에 불과하다. 현대건축이 요구하는 수준의 허용오차를 5000년 전 대피라미드가 구현한 것이다.
놀라운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밑면 한 변 길이가 230m인 대피라미드는 한가운데에 높이 12m의 암반을 그대로 두고 축조됐다. 그런데도 밑면이 정사각형을 이루고, 교차하는 대각선이 직각이 되도록 매우 정밀하게 지어졌다. 게다가 진북(자석이 가리키는 북쪽이 아닌 진짜 북쪽)과 정확히 일치하는 초정밀 방위 건물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신기한 일이 많이 있지만 생략.
이렇게 엄청난 건물을 정밀하게 지으려면 현대과학의 수준에 버금가는 측정기구와 건축 기술, 기하학, 미적분학, 천문학 지식이 필요하고 행정력, 경제력, 교육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인 저자의 이력은 피라미드와는 인연이 없어 보인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KAIST(한국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 석사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학 박사 출신이다. 그는 1996년 영국 유학 시절 이집트에 여행 갔다 대피라미드 등을 보고 흠뻑 빠졌들었고, 전공과 무관하게 고대 이집트 문명과 피라미드를 별도로 연구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역사적으로 ‘피라미드 바보(pyramidiot)’가 적잖다. 초창기 바보들은 워낙 뛰어난 건축기술이 적용된 피라미드가 외계인 문명 혹은 아틀란티스처럼 잊힌 문명이 세운 것이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아이작 뉴턴도 야훼가 물려준 ‘신성한 측정 단위’(큐빗)의 비밀이 피라미드에 숨어 있다고 보고 연구에 매진했다. 현대에 들어선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채 대피라미드에 지구 크기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한때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신의 지문’의 저자 그레이엄 핸콕이 여기에 속한다. 저자 역시 핸콕 같은 ‘피라미드 바보’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이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참고했음을 밝힌다. 그가 달아놓은 주(註)가 521개, 깨알 같은 글씨로 인쇄된 참고문헌만 40쪽에 달한다.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고대 이집트 역사를 접목했다. 저자는 피라미드를 파라오 무덤이 아니라 종교적 의식을 행하고자 고도의 천문학 지식을 이용해 지은 건물로 보고 있다.
물론 저자 역시 이게 100% 진실이라고 주장하진 않는다. 하지만 과학을 바탕으로 피라미드의 거대한 미스터리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메스를 잡다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 제효영 옮김/ 을유문화사/ 488쪽/ 1만9800원
마취도 없이 팔다리를 절단하던 것에서부터 로봇으로 하는 첨단 뇌수술까지 외과수술의 역사를 다룬다. 외과의사가 수술 전 손을 씻기 시작한 것이 150년밖에 안 됐다는 얘기와 함께 저격을 당해 뇌의 일부가 사라진 상태로 수술실에 도착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출산의 고통을 참지 못해 수술에 마취가 도입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든 빅토리아 전 영국 여왕 등 28개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알기 쉬운 설명의 규칙
고구레 다이치 지음/ 황미숙 옮김/ 지상사/ 244쪽/ 1만3500원
설명을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똑똑한 사람?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 아니다. 예를 들어 천재는 평범한 사람들이 왜 이해를 못 하는지 이해 못 하기 때문에 설명하는 사람으론 대부분 부적격하다. 남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연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요령이다. 저자는 44개 규칙을 제시하는데 까다롭거나 복잡하지 않다. 설명의 규칙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