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오래전 한 카드회사의 광고 카피다. ‘집 떠나서 여행비용을 카드로 열심히 긁으라’는 업체의 속뜻이 담겨 있었겠지만 직장인들은 ‘떠나라’는 그 말 한 마디에 설렜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려면 항공권 예약이 그 시작이다. 해외여행 때 항공료 부담만 크게 낮출 수 있다면 옵션이 여럿 생긴다. 아낀 항공료만큼 별 하나 더 붙은 호텔에서 잘 수 있고, 미쉐린 가이드에 오른 멋진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식사를 할 수도 있다. 결국 한정된 예산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이들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여행 경비 중 가장 비중이 큰 항공료 부담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다. 가까운 곳은 국내외 저가항공사가 많아져 운임이 꽤 싸졌지만 성수기에 멀리 떠나려면 100만 원이 훌쩍 넘어가기 일쑤다.
반값에 유럽 다녀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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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 서울(인천)을 출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흘 가까이 머문 뒤 10월 8일 귀국하는 항공 스케줄을 짜보자. 국내외 온라인 항공예약 사이트에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독일 루프트한자 등 직항을 검색하면 150만 원 안팎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와 제2 도시 알마티를 덤으로 여행하는 일정을 짠다면 항공료 부담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다. 카자흐스탄 국적기 에어아스타나를 타고 서울(인천)을 출발해 경유지인 아스타나에서 1박을 한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고, 귀국 때는 아스타나를 경유해 알마티에서 1박을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출국과 귀국 시 아스타나와 알마티에서 스톱오버를 할 때는 에어아스타나에서 제공하는 ‘스톱오버 홀리데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스톱오버 홀리데이는 단돈 1달러로 조식이 포함된 호텔 1박은 물론, 공항까지 교통편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다.
김도균 플라이트그래프 대표는 “추석 연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획기적으로 싼 항공권을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팔로 온 서비스를 잘 활용하면 꽤 괜찮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휴가 때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값비싼 항공료를 절감했을 터다. 이코노미클래스 기준으로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도시를 왕복하는 항공권 가격이 대부분 50만 원을 상회했다. 7월 말, 8월 초 유명 휴양지로 향하는 항공권의 경우 10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비수기였다면 반값 또는 반의 반값에 갈 수 있었는데 말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비수기 때 100만 원대 초반이면 살 수 있는 직항 항공편이 성수기 때는 200만 원대 중반까지 치솟는다. 40대 초반인 직장인 김모 씨는 “아이들 방학 때 맞춰 휴가를 가다 보니 늘 비싼 항공료를 내고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성수기와 비수기 등 출국 시점 외에도 구매 시점에 따라 항공권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항공사들은 일찌감치 항공권을 구매하려는 얼리버드 고객에게 ‘특가’ 항공권을 판매한다. 보통 출발일 기준으로 8개월 전부터 판매를 시작하고 2~3개월 전까지 이어진다. 즉 일찌감치 휴가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비결인 셈이다.
내년 설 연휴를 기약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도균 대표는 “5개월 이상 남은 내년 설 연휴를 겨냥해 항공권을 알아본다면 저렴한 가격대의 항공권을 여러 개 구할 수 있다”며 “지금 예약한다면 7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남미 여행 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발일, 구매일 따라 다른 항공료
8월 22일 12시 48분 기준으로 검색된 60만 원대 남미 항공권 일정은 다음과 같다. 2019년 2월 4일 서울을 출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스페인 마드리드를 경유해 칠레 산티아고에 2월 5일 도착한다. 여드레 뒤 칠레 인접국가인 페루 수도 리마에서 출발해 마드리드를 거쳐 서울로 돌아와 2월 16일 일본 도쿄로 가는 일정이다. 지구 반대편을 다녀오는 이 같은 일정의 항공권을 69만2000원에 구할 수 있다. 출국 때 서울-프랑크푸르트 구간과 귀국 때 마드리드-서울 구간은 대한항공을, 서울-도쿄 구간은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다. 프랑크푸르트-마드리드, 마드리드-산티아고 구간과 리마-마드리드 구간은 중남미 항공그룹인 란항공을 이용한다. 김 대표는 “남미의 여러 항공사가 통합, 운영하는 란항공을 예약하면 남미까지 파격적인 가격에 다녀올 수 있다”며 “항공사들이 항공료를 정할 때 원가보다 다른 항공사와 경쟁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틈새를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베트남항공과 아에로멕시코 항공권을 잘 조합하면 10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세계일주를 할 수 있는 항공권 구매도 가능하다. 11월 24일 서울을 출발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12일간 체류한 뒤 12월 5일 하노이에서 영국 런던으로 향한다. 이후 145일 뒤 쿠바 하바나에서 아에로멕시코를 타고 칸쿤으로 이동해 일주일 머물고 멕시코시티를 경유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런던에서 하바나까지 이동수단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이 같은 항공권을 플라이트그래프 팔로 온 서비스를 통해 99만4800원에 구할 수 있다.
장거리 여행이 부담스럽다면 44만5500원으로 쾌적한 비즈니스석을 타고 중국을 일주하는 방법도 있다. 일부 구간은 기차로 이동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여정은 이렇다. 9월 8일 중국 둥팡항공을 타고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비행기를 갈아타고 쿤밍으로 향한다. 쿤밍에서 나흘 머문 다음 9월 13일 닝보로 향한다. 이때도 둥팡항공 비즈니스석을 이용한다. 엿새 뒤인 9월 19일 난징에서 상하이로 기차를 타고 이동해 이틀간 머문 뒤 서울로 향한다. 서울에서 나흘간 머문 다음 대한항공을 타고 9월 26일 부산으로 향하는 여정이다. 닝보-난징 구간의 경우 스스로 교통편을 찾아 이동하기만 하면 비즈니스석을 타고 보름 동안 중국 여러 도시를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40만 원대로 비즈니스석 타고 중국 일주
플라이트그래프의 대표 서비스인 ‘Follow On’. 더 싸게, 더 멀리 가려는 여행자들에게 유용하다. [플라이트그래프, shutterstock]
김 대표는 팔로 온 서비스는 “항공권의 마법을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물지도를 모아놓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목적지를 지정하고 필터링하는 것은 어떤 보물이 있는지 둘러보는 과정이며, 팔로 온을 통해 검색하는 것은 보물지도의 안내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보물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 여행고수가 저만큼 앞서 나가고, 그 길을 따라 더 싸게, 더 멀리 여행하고픈 예비 여행자의 놀이터가 플라이트그래프인 셈이다.
인터뷰
김도균 플라이트그래프 대표
카이스트(KAIST)에서 수학을 전공한 김도균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이후에는 정보기술(IT)과 벤처기업 등에서 주로 활동했다. 플라이트그래프는 김대표가 2011년 말 크루메이트의 연구소장으로 영입된 후 신규사업으로 서비스를 개발했고, 2015년 말 별도법인으로 출범했다. 지난해 티몬이 크루메이트 보유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현재는 티몬이 대주주다.
팔로 온(Follow On) 서비스에는 기발한 항공권이 참 많던데, 누가 찾은 것인가.
“우리 직원들이 찾은 것도 있고, 고객이 먼저 찾은 것도 있다. 란항공을 이용해 일본으로 돌아오면 남미 여행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고객이 먼저 찾은 일정이다. 고객이 찾아낸 항공권도 플라이트그래프의 여행지도와 시스템에 모두 등록된다.”
플라이트그래프가 지향하는 목표는?
“더 싸게, 더 멀리 갈 수 있는 항공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행고수들이 이미 발견한 보물지도는 팔로 온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제공받을 수 있다.”
나 홀로 여행객에게 추천할 만한 여행지는?
“인도네시아 발리, 태국 치앙마이, 파키스탄 훈자와 이집트 다합 등은 배낭여행자의 블랙홀로 불릴 정도로 나 홀로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한 달 살아보기’가 우리 사회에 한동안 유행했는데, 저렴한 항공권을 구해 물가가 저렴한 곳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가족단위로 여행하려는 이들이 가볼 만한 곳은?
“올해 초 가족과 스페인에 다녀왔다. 비수기라 항공권은 물론, 호텔도 많이 저렴했다. 내년 설 연휴 때 가족여행을 고려한다면 스페인과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에 면한 유럽 남쪽을 추천한다. 가깝게는 일본 소도시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운전석이 우리나라와 반대라는 점이 흠이지만, 작은 차를 빌려 가족과 함께 한적한 일본 도시를 돌아보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
김 대표에게 여행이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좋아한다. 항공권을 찾고,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 모두를 즐긴다. 가성비 높은 일정을 짜 가족이 함께 즐길 것을 기대하는 과정이 최고의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