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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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1조 원 시대… 고수익 뒤 가려진 고위험

[김성일의 롤링머니] 지난해 수익률 1위 상품, 2022년 12.69% 손실 나기도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장

    입력2024-02-2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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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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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투자협회는 2월 14일 기준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가입 펀드의 설정원본(수탁고)이 1조 원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디폴트옵션 펀드가 출시된 지 14개월 만이다. 디폴트옵션을 지정한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479만 명으로 전분기 대비 88만 명 증가했다. 확정기여(DC)형은 281만 명,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198만 명 규모다. 위험도로 보면 초저위험 422만 명, 저위험 24만 명, 중위험 20만 명, 고위험 13만 명 순이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너무 낮아 물가도 못 따라간다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도입된 제도다. 디폴트옵션에 가입하면 개인이 퇴직연금 계좌를 관리하지 않을 경우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로 하여금 대신 알아서 운용하게 하려는 취지다. 실제로 미국, 영국, 호주 등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은 나라의 제도를 참고해 도입했다.

    위험지표 없는 수익률 공개

    많은 이가 디폴트옵션을 지정한 데는 최근 높아진 수익률도 한몫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1년 수익률은 고위험 디폴트옵션의 경우 7.36~20.01%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중위험은 5.83~14.65%, 저위험은 5.55~11.19% 수익률이다. 전반적으로 성과가 우수한 가운데 어느 상품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전체 디폴트옵션 상품 가운데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20.01%를 기록한 KB국민은행의 ‘KB국민은행디폴트옵션고위험포트폴리오1(고위험1)’이다.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이 상품은 글로벌 증시가 하락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는 점에 착안해 환노출 펀드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이 상품의 적립 금액은 DC형 48억 원, IRP 87억 원 등 135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에 DC형이나 IRP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 상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위험도 내포한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에서 위험은 수익률이 변화하는 정도를 표현하는 변동성(표준편차), 고점 대비 최대 하락폭을 의미하는 최대낙폭(MDD), 손실 발생 후 회복까지 걸리는 가장 긴 기간을 의미하는 최장손실기간 등 지표로 측정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에는 다양한 위험지표에 관한 내용이 없다. 위험지표 사례를 조사하고자 앞서 언급한 국민은행의 고위험1 포트폴리오를 분석했다(표 참조).



    고위험1 포트폴리오는 한국투자TDF알아서2050증권자투자신탁UH[주식혼합-재간접형], 한화LIFEPLUSTDF2045증권투자신탁[혼합-재간접], KB온국민TDF2055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UH) 등 3가지 펀드를 20:20:60 비율로 편입한다. 고위험1은 출시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나 편입된 펀드들의 운용 기간은 그것보다 길다.

    각 펀드가 출시된 시점은 2019년 9월, 2018년 3월, 2020년 4월이다. 즉 가장 늦게 출시된 펀드를 기준으로 2020년 4월부터 고위험1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추정해볼 수 있다. 올해 1월 말까지 3년 10개월간 성과를 추산하면 고위험1의 연환산수익률은 14.04%다. 변동성은 11.10%, 최대낙폭은 -12.69%, 최장손실기간은 17개월이다.

    즉 고위험1을 보유했다면 연 14% 정도 수익을 거두겠지만 운 나쁘게 고점에서 시작했다면 투자금 손실이 12% 넘게 나기도 하고, 원금 회복을 하는 데 17개월이나 걸릴 수 있다. 2023년 수익률은 22.36%(앞서 말한 고위험1 성과는 2023년 초 가입한 경우이고, 이 글에서는 2020년 4월 말을 시작 시점으로 삼았기에 수익률 수치가 다르다)로 우수하지만 2022년에는 -12.69%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안에서 상품 골라야

    수익이 났으니 무조건 좋다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니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손실 우려가 없는 예금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금리 관점에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금금리가 4%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물가상승률이 5%였다면 실제로는 예금으로 1%p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우선은 예금이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높은 수익만 노리는 것도 위험하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이 존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13%가량 손실을 감당할 수 있고, 장기투자할 예정이라 2년 정도 손실 구간이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앞서 말한 고위험1 포트폴리오를 선택해 연 14%라는 높은 수익률을 노려볼 만하다. 하지만 그런 위험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중위험이나 저위험 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이 제공하는 비교공시에서 위험지표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금융 소비자가 신중한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꼭 필요한데 말이다.

    또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느 상품을 선택하느냐”도 중요하다. 국민은행이 내놓은 또 다른 상품인 ‘KB국민은행디폴트옵션고위험포트폴리오2(고위험1)’는 고위험1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포트폴리오가 다르다. 고위험2는 한국투자TDF알아서2055증권자투자신탁UH[주식혼합-재간접형], 미래에셋전략배분TDF2050혼합자산자투자신탁, KB다이나믹TDF2050증권자투자신탁[주식혼합-재간접형]에 40:10:50 비율로 투자한다.

    퇴직연금은 20~30년을 쌓아 모으며 노후를 준비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그리고 어느 상품이 더 나은지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투자자 몫이다.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고, 내 돈이라는 점을 기억하면서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겠지만 금융과 투자에 대해 공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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