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기업활동 성공의 열쇠다.
독일의 크리스틴 리치라는 경영자는 시티은행장으로 재임하면서 직원들이 고객과 보내는 시간을 60%나 올렸다고 한다. 또 교보생명은 성공의 열쇠가 자사의 1만8000여 보험설계사들의 활동량을, 즉 고객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라고 결론지은 바 있다. 그래서 교보생명은 보험설계사들에게 실제 활동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지도하고 있다.
회사가 이렇게 시간이라는 희소 자원을 고객을 위해 더 많이 쓸수록 제품이 많이 팔리는 것은 물론 교차판매(cross-selling), 즉 같은 회사의 다른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도 늘어난다. 또한 고객과의 관계도 깊어진다. 고객과의 지속적이고도 밀접한 관계는 그들에게 시간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는 회사의 귀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영업사원들조차 고객과의 직접 접촉에 쓰는 시간이 적다. 특히 고객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이동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그 비중은 더욱 낮아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업사원의 전체 근무시간에서 실질적인 영업활동 비율이 3분의 1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100%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객을 만나러 가는 시간, 방문을 위한 준비시간, 방문 후 정리시간 등은 어찌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은 많은 기업들에 아직도 관료주의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고객과의 시간을 늘리려면 관료주의를 무너뜨리고 보고서 작성 등 잡무를 줄여야 하며, 방문계획도 치밀하게 짜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고객을 접촉하는 사람들의 일을 줄여줘야 한다. 오늘날 대다수 기업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래서 경영자는 영업사원을 관료주의에서 해방시켜 그들이 고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지금까지 안에서만 근무하던 사람이 훌륭한 영업사원으로 변신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내근 사원들을 영업전선에 배치하는 것은 영업사원들이 짊어져야 하는 관료주의라는 짐을 덜어준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고객과의 시간을 늘리기 위한 또 하나의 방안은 외부인력 투입이다. 예를 들면 해외에서는 콜센터가 영업사원을 위해 스케줄 관리를 해줌으로써 고객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만약 이런 방법으로 고객과 함께 있는 시간이 15%에서 20%로 올라간다면 실질적 영업시간이 3분의 1이나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고객과 접촉 잦을수록 영업·제품개발 등에 도움
고객과의 시간은 영업부서하고만 관계가 있는 건 아니다. 독일의 헤르만 지몬 교수에 따르면 세계시장을 석권한 초일류 중소기업, 이른바 숨은 챔피언들(Hidden Champions)의 직원은 대기업 직원보다 평균 5배나 많이 고객과 접촉한다고 한다. 이런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고객지향 정신이다.
그렇다면 대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석유회사 최고경영자(CEO)는 분기에 한 번씩 주유소 등 현장에서 근무한다. 호텔체인 하얏트는 시카고 본사의 업무를 일주일 동안 중단하고 모든 임직원이 하얏트 체인망에 속한 각 호텔에서 객실담당, 웨이터, 응접계 등으로 일한 적이 있다. 일본의 혼다, 미국의 휼렛패커드, 듀퐁의 엔지니어와 생산직 사원들은 가끔 고객을 방문해 그들의 의견을 듣고 문제점을 파악한다. 도이치텔레콤 사장 카이우베 리케는 2005년 도이치텔레콤의 모든 임원이 1년에 닷새 동안 고객과 만나는 현장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기 위해 임원들의 현장 활동을 보너스에 반영했다. 회사가 취하는 이런 상징적 조치들은 회사 내부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고, 또 줄 것이 틀림없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지극히 간단하고 상식적인 얘기다. 그래서 중요하지 않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회사들이 고객을 끌어들이려고 쓰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지금보다 열심히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