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군 병사들. 9월6일 이스라엘은 시리아 영토에 4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된 10월2일에야 자국 언론의 보도관제 조치를 해제할 정도로 침묵으로 일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사건에 대한 온갖 추측과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9월6일 새벽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3자 공식답변 회피 … 온갖 추측과 설(說) 난무
이스라엘 시리아 미국 3자가 공식적인 답변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이 퍼즐을 풀기 위해서는 그간의 언론보도를 종합해볼 수밖에 없다. 사실 ‘폭격’이 있었다는 것도 공식적으로는 10월2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확인해주었기에 분명해졌다. 이 인터뷰가 있은 후에야 이스라엘 측도 시리아에 공격을 가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사건에 관한 첫 번째 보도는 사건 당일인 9월6일 나온 시리아 아랍 통신(SANA)의 보도다. 이스라엘 전투기가 시리아 영공을 침범했고, 시리아의 대공시스템에 의해 추적당하자 영공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탄약통과 보조 연료통을 투하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보도만으로는 이스라엘의 작전이 단순 영공침해였는지, 아니면 폭격이 수반됐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좀더 자세한 소식은 터키에서 나왔다. 9월10일 터키를 방문한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이 “3대의 이스라엘 전투기가 시리아 북부의 다이르 아즈 즈와르에 자리한 지상거점을 향해 4기의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비교적 자세하게 이스라엘의 공격 내용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이 시점까지 외신들의 이스라엘 공격 목표나 의도에 대한 분석기사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시리아가, 혹은 시리아를 거쳐 이란이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공급하는 무기탑재 차량을 공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리아와의 전쟁을 앞두고 시리아의 방공망을 이스라엘이 시험해보려는 의도라는 것이었다. 전자는 주로 서방언론에서 나온 주장이고, 후자는 아랍 언론에서 나왔다. 즉 서방세계는 시리아와 이란 테러단체의 연계에 중점을 둔 반면, 아랍세계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전쟁도발 의지에 중점을 둔 보도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논란을 잠재울 만한 보도는 사건 발생 10일이 지난 9월15일에 나왔다. ‘워싱턴포스트’가 이스라엘의 공격 목표는 시리아 북동부에 북한의 기술로 건설된 핵시설이었다고 보도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미국 중동문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사건 발생 3일 전인 9월3일, 시멘트로 등록된 화물을 선적한 북한 선박이 시리아 북동부에 자리한 타르투스 항구에 들어왔는데, 이 화물이 바로 핵기술과 관련된 장비와 원료라고 보도했다. 이후 모든 언론은 시리아의 핵시설과 시리아-북한 간의 커넥션을 밝히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것 하나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 확인될 가능성도 별로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흥미로운 사실은 이스라엘 언론의 보도 태도다. 앞서 언급했듯 이스라엘 언론은 정부의 강력한 보도관제 조치로 이번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 측 소스는 전혀 언급하지 못하고 외신을 인용해 보도하는 것만 허용됐다.
그런데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의 9월9일자 기사를 보면 전 미국 유엔대사 존 볼턴이 사건 발생 10일 전에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을 인용한 대목이 나온다. “미국이 북한 정권을 인정하는 대가로 북한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 특히 시리아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 자세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상한 점은 이런 인용 내용이 “시리아는 여전히 영공 침해에 대한 대응을 고려 중”이라는 기사 제목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점이다. 9월10일 기사에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타르투스 항구에서 관광산업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하는 장면이 TV에 나왔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역시 이번 사건과는 관련 없는 내용이었다.
9월12일에는 북한이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공 침해에 대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는 내용을 아예 한 건의 기사로 다뤘다. 이스라엘에서 북한이 기사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또 같은 날 ‘하아레츠’의 다른 기사는 CNN이 제기한 “이스라엘의 공격 목표는 헤즈볼라에 전달되는 시리아나 이란의 무기탑재 차량일 가능성”을 언급하며 서방 언론들에 의해 사건 전모가 곧 드러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예언’까지 곁들였다. 그리고 3일 후 ‘워싱턴포스트’의 시리아-북한 간 핵 커넥션 기사가 터져나온 것이다. 북한이 핵 관련 화물을 싣고 온 선박이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가 있다는 타르투스 항구에 정박해 있다는 내용과 함께였다.
결국 이스라엘 기자들은 보도는 할 수 없었지만 사건 전모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서방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이스라엘 시리아 미국의 공식 발표가 없이는, 그리고 각자 발표한 내용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한 사건 전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란과 전쟁도 불사, 미국과 이스라엘 의도 천명
그렇다면 역으로 이번 사건 결과가 가져온 효과를 분석함으로써 사건 발생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미국의 의도를 짐작해보자. 이스라엘과 미국 처지에서 시리아는 테러단체인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이라크의 무장단체를 지원해 이 지역의 평화를 해치는 불량국가다. 레바논 전 총리인 라피크 하리리 암살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상태이고, 골란고원을 두고 이스라엘과 첨예하게 대립 중인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체제보장과 테러지원 국가 명단에서의 삭제, 나아가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까지도 약속받았지만 존 볼턴을 비롯한 미국 내 강경파, 특히 국방부 내 네오콘들이 이 같은 미 행정부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해보면 의도했든 아니든 이번 사건은 시리아와 북한 양국에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결과가 됐다. 즉 시리아에는 테러단체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북한에는 6자회담의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라는 경고인 셈이다. 시리아와 북한은 전통적으로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북한은 중동전쟁 기간 군사고문단을 파견해 시리아를 지원한 전력이 있고, 시리아는 북한산 무기의 최대 구매국가 중 하나다.
아울러 시리아 북한에 대한 핵을 매개로 한 압박은 궁극적으로 이란에도 경고 의미가 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궁극적 목표는 이란의 핵개발 저지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최악의 경우 전쟁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의도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리아를 먼저 손볼 필요가 있다. 거기에 핵을 매개로 북한까지 끌어들임으로써 이란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들의 의도가 이런 것이라면 현재까지는 잘 맞아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