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오히려 자신감 넘치는 웅변으로 병사와 대중의 사기를 높이곤 했다. 이집트 원정 때는 지친 병사들에게 피라미드를 가리키면서 “보라! 40세기의 역사가 그대들을 굽어보고 있도다”라며 역사적 자부심을 일깨웠다. ‘삼국지’의 조조도 목마른 병사들에게 “언덕 너머 매실밭이 있다”고 속여 그들의 침샘과 전투욕구를 자극했다. 이처럼 권력자의 넘치는 자신감은 초조감의 발로인 동시에 자기암시와 지지자 결집용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해하기 힘든 공격적 화법도 역설적으로는 과도한 방어심리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선을 한 달 보름 남짓 앞둔 요즘, 제3의 후보로 떠오른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 정도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배경은 무엇일까.
10월 한 달에만 문 후보와 참모들은 “국민은 이미 문국현으로 단일화했다고 본다”(10월8일) “문국현은 대안이 아닌 정답이다”(10월14일) “여론 주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내가 단일화의 중심이다”라며 금방이라도 문국현 단일화가 성사될 것처럼 기세를 높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문 후보의 지지율은 정계 입문 3~4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11월 현재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주요 언론들도 문 후보를 이인제 민주당 후보나 권영길 민노당 후보보다 더 비중 있게 다룬다. 문 후보의 참모들은 “국민이 조만간 문국현의 진가를 알게 되면 지지도 20%를 어렵지 않게 돌파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권력자의 이중심리처럼 문 후보의 자신감 속에는 초조함이 엿보인다.
문 후보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 몸이 움직인다’는 지론대로 단시일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국민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진 못하고 있다. 초조하면 무리수를 두게 마련이다. 따라서 문 후보는 정치지도자들이 초조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실제 상황과 걸맞지 않게 억지로 활기 넘치게 보이려는 ‘경조증(hypomania)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소아마비 여동생·백내장 어머니 지켜보며 약자에 대한 배려 생겨
근거 없는 자신감은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문 후보는 내용 없는 강조화법보다 국민의 가슴에 와닿는 구체적 콘텐츠, 즉 정책 비전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다수의 국민이 문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이유도 그의 ‘진짜 경제론’의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참모의 표현처럼, 문 후보는 지금 마주 보고 차를 몰다 먼저 피하는 사람이 지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 후보 측은 “후보 등록시점인 11월25일까지 지지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후보로 단일화될 것이라며, 최종 승자는 문국현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문 후보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사람’을 중시 여기는 ‘인간중심의 경제’ ‘윤리 경영’의 신봉자다. 심리학자 메이어(Meyer)와 켈리(Kelly)에 따르면, 이런 지도자는 조직의 효율성보다 조직 구성원의 만족도를 우선시하는 인간중심형 리더십의 소유자다. 인간중심형 지도자는 ‘차가운 일의 성과’보다 ‘따뜻한 사람의 온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문 후보의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람은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작고한 유일한 유한킴벌리 회장이다. 문 후보는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로 고통받던 여동생과 백내장으로 눈이 잘 보이지 않던 어머니의 힘겨운 삶을 지켜보면서 약자(弱者)에 대한 배려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아울러 부잣집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문 후보가 대형 운수업자인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는 안전한 길을 마다하고 굳이 유한킴벌리 입사를 선택한 이유는 유 전 회장이 전 재산을 사회에 기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술, 담배, 골프를 하지 않을 정도로 절제된 생활을 한다. 골프를 한 번 치면 6~8시간 걸리는데 그 시간에 책을 읽으면 반 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러한 인간중심적 경영철학 덕분에 그는 1997년 혹독한 외환위기 때도 직원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으며, 유한킴벌리를 2003년 아시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6위, 2007년 한국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어놨다. 그는 77년 입사해 18년 만인 95년 사장이 됐으며, 12년간의 최고경영자(CEO) 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2007년 대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런 문국현식 인간중심형 경영철학이 국가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게다가 올해 대선을 앞둔 여론은 ‘흠결이 있어도 좋으니 경제만 살려다오!’라는 경제성장 만능주의가 팽배해 있어, 문 후보가 이런 대중심리에 얼마나 부응해나갈지 의문이다.
대체로 문 후보처럼 사람을 중시하는 인간중심형은 이명박 후보처럼 일을 중시하는 과업지향형에 비해 ‘따뜻한 인간미’는 넘칠지 몰라도, 그럴듯한 말만 앞세우고 ‘뚜렷한 결과물’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자질을 언급할 때마다 제기되는 정치력의 경우, 정치 초년생답지 않게 정치감각을 꽤 갖추고 있는 듯하다. 그의 과거 발언록을 보면, 정치를 모르는 CEO답지 않은 감각이 엿보인다. 예를 들어 “근로자를 씹다버리는 껌처럼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땅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땅값보다 사람값이 올라야 합니다” “부패한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라며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는 화법은 매우 정치적이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후보와 자신을 ‘20세기 경영자 대 21세기 경영자’ ‘가짜경제 대 진짜경제’ ‘일 중심 대 사람 중심’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이분법적 전략도 웬만한 정치인을 능가한다. 가장 강한 자와 싸워야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슈 파이팅 전략을 익힌 듯하다.
술·담배·골프 하지 않는 절제된 생활
정무감각 못지않게 도드라진 것은 그의 홍보감각이다. 문 후보는 2006년 정부 주관 행사에서 잭 웰치와 구조조정론에 대한 토론을 벌여 결국 자신의 지론인 인간중심 경영철학이 승리를 거뒀고, 잭 웰치가 나중에 “당신 같은 경영자가 한국에 1000명만 있어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는 e메일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 후보의 정치감각 이면에는 그의 권력의지도 적잖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 그가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즐겨 읽고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며 세상을 바꾸는 영웅을 동경했다고 술회한 것을 보면, 어려서부터 입신양명의 꿈을 키워온 듯하다.
이제 문국현의 정치실험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자신감과 초조함, 위기와 기회, 화려한 성공과 비참한 좌절, 그는 지금 2007년 대선의 한복판에서 양극단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렇다면 대선을 한 달 보름 남짓 앞둔 요즘, 제3의 후보로 떠오른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후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 정도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배경은 무엇일까.
10월 한 달에만 문 후보와 참모들은 “국민은 이미 문국현으로 단일화했다고 본다”(10월8일) “문국현은 대안이 아닌 정답이다”(10월14일) “여론 주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내가 단일화의 중심이다”라며 금방이라도 문국현 단일화가 성사될 것처럼 기세를 높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문 후보의 지지율은 정계 입문 3~4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11월 현재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주요 언론들도 문 후보를 이인제 민주당 후보나 권영길 민노당 후보보다 더 비중 있게 다룬다. 문 후보의 참모들은 “국민이 조만간 문국현의 진가를 알게 되면 지지도 20%를 어렵지 않게 돌파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러나 권력자의 이중심리처럼 문 후보의 자신감 속에는 초조함이 엿보인다.
문 후보는 ‘사람의 마음을 먼저 움직여야 몸이 움직인다’는 지론대로 단시일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국민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진 못하고 있다. 초조하면 무리수를 두게 마련이다. 따라서 문 후보는 정치지도자들이 초조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 실제 상황과 걸맞지 않게 억지로 활기 넘치게 보이려는 ‘경조증(hypomania)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소아마비 여동생·백내장 어머니 지켜보며 약자에 대한 배려 생겨
근거 없는 자신감은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문 후보는 내용 없는 강조화법보다 국민의 가슴에 와닿는 구체적 콘텐츠, 즉 정책 비전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다수의 국민이 문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이유도 그의 ‘진짜 경제론’의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참모의 표현처럼, 문 후보는 지금 마주 보고 차를 몰다 먼저 피하는 사람이 지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 후보 측은 “후보 등록시점인 11월25일까지 지지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후보로 단일화될 것이라며, 최종 승자는 문국현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다.
문 후보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사람’을 중시 여기는 ‘인간중심의 경제’ ‘윤리 경영’의 신봉자다. 심리학자 메이어(Meyer)와 켈리(Kelly)에 따르면, 이런 지도자는 조직의 효율성보다 조직 구성원의 만족도를 우선시하는 인간중심형 리더십의 소유자다. 인간중심형 지도자는 ‘차가운 일의 성과’보다 ‘따뜻한 사람의 온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문 후보의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람은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작고한 유일한 유한킴벌리 회장이다. 문 후보는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로 고통받던 여동생과 백내장으로 눈이 잘 보이지 않던 어머니의 힘겨운 삶을 지켜보면서 약자(弱者)에 대한 배려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아울러 부잣집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문 후보가 대형 운수업자인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는 안전한 길을 마다하고 굳이 유한킴벌리 입사를 선택한 이유는 유 전 회장이 전 재산을 사회에 기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술, 담배, 골프를 하지 않을 정도로 절제된 생활을 한다. 골프를 한 번 치면 6~8시간 걸리는데 그 시간에 책을 읽으면 반 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러한 인간중심적 경영철학 덕분에 그는 1997년 혹독한 외환위기 때도 직원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으며, 유한킴벌리를 2003년 아시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6위, 2007년 한국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어놨다. 그는 77년 입사해 18년 만인 95년 사장이 됐으며, 12년간의 최고경영자(CEO) 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2007년 대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런 문국현식 인간중심형 경영철학이 국가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게다가 올해 대선을 앞둔 여론은 ‘흠결이 있어도 좋으니 경제만 살려다오!’라는 경제성장 만능주의가 팽배해 있어, 문 후보가 이런 대중심리에 얼마나 부응해나갈지 의문이다.
대체로 문 후보처럼 사람을 중시하는 인간중심형은 이명박 후보처럼 일을 중시하는 과업지향형에 비해 ‘따뜻한 인간미’는 넘칠지 몰라도, 그럴듯한 말만 앞세우고 ‘뚜렷한 결과물’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자질을 언급할 때마다 제기되는 정치력의 경우, 정치 초년생답지 않게 정치감각을 꽤 갖추고 있는 듯하다. 그의 과거 발언록을 보면, 정치를 모르는 CEO답지 않은 감각이 엿보인다. 예를 들어 “근로자를 씹다버리는 껌처럼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땅보다 사람이 중요합니다. 땅값보다 사람값이 올라야 합니다” “부패한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라며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는 화법은 매우 정치적이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후보와 자신을 ‘20세기 경영자 대 21세기 경영자’ ‘가짜경제 대 진짜경제’ ‘일 중심 대 사람 중심’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이분법적 전략도 웬만한 정치인을 능가한다. 가장 강한 자와 싸워야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슈 파이팅 전략을 익힌 듯하다.
술·담배·골프 하지 않는 절제된 생활
정무감각 못지않게 도드라진 것은 그의 홍보감각이다. 문 후보는 2006년 정부 주관 행사에서 잭 웰치와 구조조정론에 대한 토론을 벌여 결국 자신의 지론인 인간중심 경영철학이 승리를 거뒀고, 잭 웰치가 나중에 “당신 같은 경영자가 한국에 1000명만 있어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는 e메일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문 후보의 정치감각 이면에는 그의 권력의지도 적잖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 그가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즐겨 읽고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며 세상을 바꾸는 영웅을 동경했다고 술회한 것을 보면, 어려서부터 입신양명의 꿈을 키워온 듯하다.
이제 문국현의 정치실험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자신감과 초조함, 위기와 기회, 화려한 성공과 비참한 좌절, 그는 지금 2007년 대선의 한복판에서 양극단의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