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음식들의 전쟁입니다. 시작은 ‘사이다’와 ‘고구마’였습니다. 탄핵정국을 거치며 속을 뻥 뚫어주는 시원시원한 행보를 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는 ‘사이다’라는 별명이, 반면 신중한 태도를 취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답답하다는 뜻의 ‘고구마’라는 별명이 붙은 겁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이야기합니다. “사이다는 금방 목이 마르다. 탄산음료는 밥이 아니지 않나.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 뼈 있는 농담입니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사이다’와 ‘고구마’의 전투에 ‘묵은지’가 끼어듭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이다처럼 톡 쏘진 않지만, 고구마처럼 배부르진 않지만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김장김치처럼 늘 시민의 광장밥상에 자리하겠다”며 푸드배틀에 가세한 겁니다. 여기에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나는 언제나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이라며 숟가락을 얹습니다. 사이다, 고구마, 묵은지, 여기에 쌀밥까지, 든든한 한 상 차림입니다.
야권 대선주자의 이른바 ‘푸드배틀’을 보며 마케팅과 브랜딩을 떠올립니다. 모든 기업의 모든 마케팅 활동은 궁극적으로 자사 브랜드를 ‘파워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겁니다. 파워브랜드의 힘은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이어집니다. 신제품이 나온다 하면 전날부터 매장 앞에 줄을 서서 밤을 지새우는 애플 고객들을 보세요. 파워브랜드란 이런 겁니다.
그래서 브랜딩은 마케팅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개념입니다. 우리 브랜드를 고객의 머릿속과 마음속에 확고히 자리 잡도록 하는 모든 활동이 브랜딩입니다. 그런 브랜딩의 제1 전략, ‘한 단어를 남겨라’입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앞에 있는 사람에게 공 100개를 한꺼번에 던지면 몇 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아마 한 개도 받을 수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에게 공을 던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것 하나만큼은 꼭 받아줬으면 좋겠다 싶은 것을 잘 골라 최대한 받기 좋게 던져야 합니다. 그게 바로 브랜드가 고객의 머릿속에 남길 ‘한 단어’입니다.
‘스파크는 보디가드’라는 광고 문구가 그래서 나옵니다. 다양한 편의 기능과 함께 차선 이탈 및 전방 추돌 경고시스템을 갖췄다는 차별적 강점을 ‘보디가드’라는 한 단어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지요. 최근 싸이킹 청소기를 등에 메고 그 흡입력으로 고층빌딩을 올라가는 퍼포먼스를 광고로 보여준 LG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싸이킹이 고객 머릿속에 남기고 싶은 말은 ‘강력한 흡입력’입니다.
어느 브랜드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을 겁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수많은 정보와 문자메시지가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고객의 눈길을 끌고 발길을 돌리며 마음을 열려면 우리의 메시지는 단순하고 쉬우며 강력해야 합니다. 결론은 ‘응축’입니다. 우리 브랜드를 어떤 키워드로 응축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사이다와 고구마, 묵은지, 쌀밥의 대결이 시작됐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하나 더 있습니다. 며칠 전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아내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가 안철수 전 대표를 ‘생수 같은 사람’이라 했다는군요. 바야흐로 대통령선거 시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