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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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선 도마’에 스스로 오르는 속내

대통령선거 경선은 경량급에서 중량급으로 올라설 절호의 기회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입력2017-01-13 17: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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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일 새해 첫 우주쇼가 펼쳐졌다. 3대 유성우 가운데 하나인 사분의자리 유성우가 절정을 이뤄 시간당 최대 120개 별똥별이 쏟아졌다. 올해는 유독 우주쇼가 많을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우리는 대통령선거(대선)를 치른다. 제7공화국으로 넘어가는 또 다른 정치적 변곡점에서 치르는 역사적 대선이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출마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정치권의 분화도 그 어느 때보다 심해 국회에 의석을 가진 정당만 벌써 5개다. 5개 정당이 모두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정당별로 최소 3인 이상이 경선에 도전한다고 전제하면 후보자만 15명이다. 실제로는 5배수 정도는 잡아야 할 것이다. 25명이다. 이들이 펼칠 불꽃 튀는 경선은 우주쇼 못지않을 테다. 경선은 정당과 후보자에게 어떤 정치적 의미를 지닐까.



    흥행   

    경선과 관련해 각 당이 가장 신경 쓰는 점은 흥행이다. 당내 경선이 흥행해야 본선 승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밴드왜건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정당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보수성향의 대선주자 가운데 1위이기 때문이다.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내외적으로 무게감을 가진 ‘중량급’ 인사인 것이다.

    경선 흥행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중량급 인사 영입이다. 당내에 이미 중량급 대선주자가 있어도 중량급 외부 인사 영입에 공을 들인다. 결과가 빤한 경선으로는 흥행을 유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량급 대 중량급으로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모은 뒤 극적으로 한 사람이 이기는 상황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부분이 바로 참신한 신인의 영입 또는 투입이다. 중량급 간 경쟁만으로는 흥미 유발에 한계가 있다. 여기에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라는 극적 요소를 더해야 한다. 그 신인이 선전해줄 때 중량급 간 메인 게임도 빛이 난다. 그런 점에서 경선 구도에서는 ‘신구 조화’도 중요하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 신인이 선전하는 수준을 넘어 중량급 인사에게 극적으로 승리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런 의외의 상황이 생기면 관객은 환호한다. 당연히 장터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인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에게 이겼을 때가 그랬다. 경선 초기 노 후보의 지지율은 7% 전후였다. 이 후보는 35% 전후로 40% 안팎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 중이었다. 그런데 이변이 벌어졌다. 다윗 노무현이 골리앗 이인제를 꺾은 것이다. 그 결과 노 후보의 지지율은 경선 직후 60% 전후까지 치솟았다. 이른바 ‘노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월드컵 바람을 탄 정몽준 후보의 출마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로 다시 하락하고 말았지만, 일단 경선이 흥행에 성공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저력으로 본선에서도 끝내 승리했다고 봐야 한다.



    준비

    경선은 대선주자에게는 예행연습에 해당한다. 경선 뒤 곧바로 본선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각 대선주자 캠프는 경선 단계에서부터 인적·물적 기반 다지기에 돌입하기 마련이다. 물론 경선 승리 전략과 본선 승리 전략이 같을 수는 없다. 경선 캠프를 그대로 본선 캠프로 가져갈 수도 없다. 하지만 완전히 별개로 가져가는 것도 문제다. 전략적 측면에서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정책을 너무 급격하게 바꿀 경우 역풍이 불 공산이 크다. 캠프 역시 초기 구성원의 팀워크를 깨면 관리와 통제가 어려워진다는 난점이 발생한다.

    본선 단계에서는 통상적으로 경선 상대의 인력을 일부 수용해 캠프의 외연 확장을 시도한다. 경선 상대의 조직과 득표 역량을 흡수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때 팀워크가 깨지면 오히려 안 하니만 못한 결과가 빚어지곤 한다. 캠프가 내홍으로 몸살을 앓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 이런 문제도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와 캠프 구성원이 해결해야 하고, 이 역시 정치력의 한 부분이다.

    2012년 문재인 대선후보는 경선 이후 캠프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핵심 참모인 이호철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전해철 기획본부 부본부장, 양정철 메시지팀장 등 이른바 ‘3철’을 비롯해 9명의 친노(친노무현)계 인사를 2선으로 내려앉혔다. 비주류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자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에 대비한 포석이었다. 이후 안 후보와 단일화에는 성공했지만 캠프 통합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2선 후퇴한 친노계가 비공식 캠프로 계속 작동한 것도 캠프 통합에 걸림돌이었다. 차라리 일부 친노 참모를 잔류케 하되 비공식 조직은 운영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했다. 그렇게 외연 확장과 조화를 위한 훈련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경선은 본선 대비 전투력을 보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캠프 외연 확장 과정을 미숙하게 처리하면 종종 전투력 저하를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성장

    경선을 거치면서 모든 대선주자는 정치적으로 성장한다. 무엇보다 인지도가 확실히 높아진다. 경선을 치르는 동안 언론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전하는 정치 신인도 없지 않다. 경선에서 이기기 어렵더라도 이름을 알리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속셈이다.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극적인 승리를 거둘 기회도 생긴다. 경선 비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안 나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번 민주당 경선에 임하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이 시장은 촛불정국에서 지지율 상승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 사례다. 그 여세를 몰아 경선을 넘어 본선 승리까지 노려보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다. 뜻대로 이뤄지면 제2의 노무현이다.

    안 지사 역시 마찬가지다. 친노세력 내에서는 문 전 대표보다 안 지사에게 친노 정통성을 부여하는 이가 적잖다. 최근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사이에 냉기류가 흐른다는 소문이다. 이유는 캠프 인적 구성 때문이다. 안 지사가 캠프 구성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친노계 핵심 인사 가운데 일부가 합류한 것이다. 문 전 대표가 당연히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안 지사 캠프로 들어가기로 하자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안 지사 캠프로 들어갈 예정이다. 그래서 문 전 대표 캠프는 ‘후기 친노’ 중심이고, 안 지사 캠프는 ‘초기 친노’ 중심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안 지사가 캠프 구성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친노세력의 표심이 안 지사 쪽으로 급속히 쏠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래도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지도는 분명 높아지고, 지지기반도 확대될 테다. 국민의당 경선에서도 장성민 전 의원이 입당해 출마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외 천정배 의원 정도가 경선 도전장을 내민 상태에서 국민의당 지도부는 반기문 전 총장과 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도 경선 참여를 독려 중이다. 이런 중량급 인사가 국민의당 경선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참신한 신인이라도 더 많이 발굴해 안 전 대표와 격전을 치르게 해야 경선 흥행이 가능해진다.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있지만, 지지율이 제법 나오는 대선주자가 없다. 반 전 총장의 입당과 경선 참여를 연일 독려 중이지만, 반 전 총장이 거부하면 바른정당 역시 흥행 변수로서 다른 중량급 인사나 정치 신인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무덤

    경선은 종종 중량급 정치인의 무덤이 되곤 한다. 흥행 불쏘시개로 끝난 경우다. 앞서 살펴본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 당시 이인제 후보가 그랬다. 이 후보의 실패 원인은 대세론에 대한 과신이었다. 경선 초기 이 후보의 패배를 예측한 언론과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경선이 너무 싱겁게 끝나 흥행에 실패할 것을 우려하는 이가 많았다. 결과는 반대였고, 노풍 속에서 이 후보는 대선 직전 탈당했다. 이 후보는 1997년 한나라당 경선 때도 다른 듯 같은 전력을 썼다. 97년 대선 당시 그는 경기도지사를 거친 참신한 정치 신인 이미지로 신한국당 경선에 참여했고, 이회창 후보와 결선투표까지 벌였다. 당시 대세론 주인공이던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경선 중반 하락하면서 승리 문턱까지 간 것이다. 하지만 패배하자 이때도 탈당했고 국민신당을 창당해 독자적인 대선후보로 나섰지만 패하고 말았다. 이 두 번의 경선으로 중량급 정치인 이인제는 더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손학규 전 고문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2007년 경선 당시 손 전 고문은 경선 룰에 불복해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참여했다. 대세론까지는 아니었지만 손 전 고문에게 유리한 정치 환경이었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였던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총리가 경선에 불참하기로 한 가운데 뚜렷한 강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게 의문의 일격을 당했다. 2012년 대선에서도 다시 경선에 나섰지만 문 전 대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친노세력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손 전 대표는 이번에도 다시 도전한다. 그런데 파괴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역시 경선 운이 따르지 않는 모양이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문 전 대표,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 바른정당은 입당하는 것을 전제로 반 전 총장이 대세론의 주인공이다. 이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이번에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대세론만 믿었다 탈락할 후보가 누구일지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개별 대선주자 관점에서 경선은 정치적 기회일 수도, 정치적 무덤일 수도 있다. 결국 얼마나 준비됐는지에 달렸다.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방심과 난관은 절대 금물이다. 이번 대선은 국민적 기대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참여 열기도 뜨거울 것이다. 당연히 경선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유권자가 늘어날 테다. 이 때문에 변동성도 매우 높아졌다. 바람이, 그것도 태풍이 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출마자도 많겠지만 탈락자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태풍을 헤치고 살아남을 단 한 명, 그에게는 짐도 그만큼 많이 지워질 테다. 결코 달가워만 할 자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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