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에도 중독되더라고요. 집게손에 인형이 실려 나올 때마다 굉장히 짜릿해요. 내 실력이 인정받는 기분이랄까요.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혼자서 하면 말리는 사람이 없으니 매번 2만~3만 원은 금방 쓰죠. 한 달에 인형뽑기 비용으로 40만~50만 원을 쓴 이후부터는 자제하고 있지만요.”
회사원 김모(37) 씨는 퇴근 이후 ‘인형뽑기방’에 들른다. 다섯 달째 인형뽑기를 하고 있는 김씨는 “인형들을 안고 귀가할 때마다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해도 성과가 별로 없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많은데, 인형을 뽑을 때만큼은 온전히 나만의 성취감을 맛보고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오락실처럼 인형뽑기 기계만 모아놓고 영업하는 ‘인형뽑기방’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전국 21곳에 불과하던 인형뽑기방은 지난해 11월 말 500여 곳으로 늘었다. 도로변 또는 오락실에 1~2대씩 설치돼 있던 인형뽑기가 게임의 주류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문제는 상당수 인형뽑기방이 불법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8일 “전국 인형뽑기방 144곳을 무작위로 골라 조사한 결과 총 101곳이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불법 판정 이유는 ‘기계 개·변조’(12곳), ‘경품 위반’(8곳), ‘무등록’(11곳), ‘사업자준수사항 위반’(47곳) 등이었다.
‘인형열풍’을 몰고 온 인형뽑기방은 어떤 풍경일까. 서울 강남역 부근 인형뽑기방에 들러봤다. 82㎡(약 25평) 남짓한 공간에 캐릭터 인형이 담긴 기계 30여 대가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손님들은 젊은 연인, 고등학생, 엄마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까지 다양했고, 한결같이 들뜬 표정으로 기계 속 인형을 구경했다. 1000원을 넣고 30cm가량 길이의 인형뽑기를 시도해봤다. 조작 방향을 몰라 망설이는 1초 사이, 인형을 집었던 크레인이 풀리면서 인형이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마음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조금만 잘했으면 뽑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잠시 뒤 ‘꼭 가지고야 말겠다’는 승부욕으로 변했다.
인형뽑기방이 불법영업으로 적발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비현실적으로 책정된 경품(인형) 가격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주인공 등 인기 있는 인형의 소매가는 1만 원 이상인 반면, 현행 게임산업법은 ‘게임을 통해 지급하는 경품’의 상한선을 5000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 가격대로 맞추려는 일부 업자가 ‘짝퉁인형’을 진열하는 일도 생긴다. 다음은 인형뽑기방 창업 관계자인 이모(49) 씨의 말이다.
“캐릭터 인형은 10~15cm 소형 상품을 제외하면 1만 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소비자는 큰 사이즈의 캐릭터 인형을 선호하기 때문에 업자로선 작고 저렴한 상품만 구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라이선스가 없는 짝퉁인형을 구비해놓고 기계 전면에는 ‘정품’이라고 써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형뽑기 기계의 집게손인 크레인을 조작해 경품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기능 조작을 통해 크레인의 힘을 줄이거나 손님이 의도한 방향과 다르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인형뽑기방 업자로 가장하고 한 창업중개업체에 문의한 결과 “크레인 조절(조작)은 매우 쉽다. 점포 개설 전은 물론, 운영 도중에도 창업자가 크레인 조절을 원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 인형뽑기 확률을 조정하려는 업자들이 늘 문의하는 부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크레인 힘 조절이 다 불법은 아니다. 인형뽑기방 개설 전 크레인을 일부 조절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심의를 통과하면 합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애초에 경품 취득 확률이 0%이거나, 첫 등급 심의 통과 후 경품 취득이 불가능할 정도로 조정하고 이를 관공서에 알리지 않으면 불법 개·변조에 해당한다.
이 경우 게임산업법 제45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렇듯 인형뽑기방의 불법영업이 늘고 있지만 일부 창업중개인은 “떼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예비 창업자를 유혹한다. 창업중개인 정모(52) 씨는 “인형뽑기방은 현금 장사라 세금신고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유흥가인 ◯◯시 ◯◯동에 차리면 하루에도 400만~500만 원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요즘 인형뽑기 기계 문의가 쇄도해 구매하는 데 2주 이상 걸리니 빨리 계약할수록 좋다”고 귀띔했다.
인형뽑기 창업 열풍 속에서 “악덕업자를 가려내고, 창업자들을 교육시키면서 게임 관련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인환 법무법인 유스트 변호사는 “속칭 ‘브로커’라고 하는 창업중개인 일부는 기계 공급과 운영 방법만 전수할 뿐, 운영에 필요한 법규정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크레인 게임물 관련법을 따로 정비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현 게임산업법은 2006년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을 방지하고자 만든 것이라, 인형뽑기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인형(경품)을 쉽게 환전해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재산상 득실을 야기할 만큼 도박성이 크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속이는 불법행위는 막되, (경품의) 가격 상한선은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
회사원 김모(37) 씨는 퇴근 이후 ‘인형뽑기방’에 들른다. 다섯 달째 인형뽑기를 하고 있는 김씨는 “인형들을 안고 귀가할 때마다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서는 열심히 일해도 성과가 별로 없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많은데, 인형을 뽑을 때만큼은 온전히 나만의 성취감을 맛보고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오락실처럼 인형뽑기 기계만 모아놓고 영업하는 ‘인형뽑기방’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전국 21곳에 불과하던 인형뽑기방은 지난해 11월 말 500여 곳으로 늘었다. 도로변 또는 오락실에 1~2대씩 설치돼 있던 인형뽑기가 게임의 주류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문제는 상당수 인형뽑기방이 불법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8일 “전국 인형뽑기방 144곳을 무작위로 골라 조사한 결과 총 101곳이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불법 판정 이유는 ‘기계 개·변조’(12곳), ‘경품 위반’(8곳), ‘무등록’(11곳), ‘사업자준수사항 위반’(47곳) 등이었다.
‘인형열풍’을 몰고 온 인형뽑기방은 어떤 풍경일까. 서울 강남역 부근 인형뽑기방에 들러봤다. 82㎡(약 25평) 남짓한 공간에 캐릭터 인형이 담긴 기계 30여 대가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손님들은 젊은 연인, 고등학생, 엄마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까지 다양했고, 한결같이 들뜬 표정으로 기계 속 인형을 구경했다. 1000원을 넣고 30cm가량 길이의 인형뽑기를 시도해봤다. 조작 방향을 몰라 망설이는 1초 사이, 인형을 집었던 크레인이 풀리면서 인형이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마음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조금만 잘했으면 뽑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잠시 뒤 ‘꼭 가지고야 말겠다’는 승부욕으로 변했다.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까닭
적잖은 인형뽑기방이 불법영업으로 적발되는 가장 큰 이유는 관리 부실 때문이다. 먼저 무인으로 운영되는 인형뽑기방이 늘면서 이용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경우가 드물다. 인형뽑기방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에 따라 청소년게임제공업에 속하는 까닭에 오후 10시 이후에는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다. 다만 부모 등 보호자를 동반한 청소년은 오후 10시 이후에도 출입 가능하다. 기자가 찾아간 인형뽑기방은 출입문에 ‘밤 10시 이후 미성년자 출입 불가’라는 문구를 붙이고 무인으로 운영 중이었다. 관리자가 폐쇄회로(CC)TV로 인형뽑기방 상황을 실시간 파악한다 해도 밤 10시 이후 출입하는 청소년을 일일이 걸러내기는 어렵다. 이처럼 무인운영 가게가 크게 증가하는 이유도 게임산업법이 ‘관리자 상주’를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게 주인은 일부러 돈을 들여 상주 관리인을 고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셈.인형뽑기방이 불법영업으로 적발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비현실적으로 책정된 경품(인형) 가격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주인공 등 인기 있는 인형의 소매가는 1만 원 이상인 반면, 현행 게임산업법은 ‘게임을 통해 지급하는 경품’의 상한선을 5000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 가격대로 맞추려는 일부 업자가 ‘짝퉁인형’을 진열하는 일도 생긴다. 다음은 인형뽑기방 창업 관계자인 이모(49) 씨의 말이다.
“캐릭터 인형은 10~15cm 소형 상품을 제외하면 1만 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소비자는 큰 사이즈의 캐릭터 인형을 선호하기 때문에 업자로선 작고 저렴한 상품만 구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라이선스가 없는 짝퉁인형을 구비해놓고 기계 전면에는 ‘정품’이라고 써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형뽑기 기계의 집게손인 크레인을 조작해 경품 취득을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기능 조작을 통해 크레인의 힘을 줄이거나 손님이 의도한 방향과 다르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인형뽑기방 업자로 가장하고 한 창업중개업체에 문의한 결과 “크레인 조절(조작)은 매우 쉽다. 점포 개설 전은 물론, 운영 도중에도 창업자가 크레인 조절을 원하면 언제든 할 수 있다. 인형뽑기 확률을 조정하려는 업자들이 늘 문의하는 부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크레인 힘 조절이 다 불법은 아니다. 인형뽑기방 개설 전 크레인을 일부 조절하고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심의를 통과하면 합법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애초에 경품 취득 확률이 0%이거나, 첫 등급 심의 통과 후 경품 취득이 불가능할 정도로 조정하고 이를 관공서에 알리지 않으면 불법 개·변조에 해당한다.
이 경우 게임산업법 제45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떼돈 번다’ 유혹하는 불법브로커들
주요 고객이 10대 청소년이다 보니 학교 밖 상대정화구역(초중고교 반경 200m 이내)에 인형뽑기 기계를 설치하거나 인형뽑기방을 불법으로 열었다 낭패를 보는 일도 있다. 현행법상 게임제공업은 상대정화구역에서 영업할 수 없다. 불법영업을 하다 적발된 업자 중에는 이런 규정을 전혀 몰랐던 이도 적잖다. 또한 현행법은 인형뽑기 기계 전면에 게임 방법에 대한 설명을 붙이도록 규정해놓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업자도 꽤 있다. 기자가 들른 한 무인 인형뽑기방에도 게임 방법을 설명해놓은 문구가 부착돼 있지 않았다.이렇듯 인형뽑기방의 불법영업이 늘고 있지만 일부 창업중개인은 “떼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예비 창업자를 유혹한다. 창업중개인 정모(52) 씨는 “인형뽑기방은 현금 장사라 세금신고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유흥가인 ◯◯시 ◯◯동에 차리면 하루에도 400만~500만 원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요즘 인형뽑기 기계 문의가 쇄도해 구매하는 데 2주 이상 걸리니 빨리 계약할수록 좋다”고 귀띔했다.
인형뽑기 창업 열풍 속에서 “악덕업자를 가려내고, 창업자들을 교육시키면서 게임 관련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인환 법무법인 유스트 변호사는 “속칭 ‘브로커’라고 하는 창업중개인 일부는 기계 공급과 운영 방법만 전수할 뿐, 운영에 필요한 법규정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크레인 게임물 관련법을 따로 정비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현 게임산업법은 2006년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을 방지하고자 만든 것이라, 인형뽑기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인형(경품)을 쉽게 환전해 사행성을 조장하거나 재산상 득실을 야기할 만큼 도박성이 크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속이는 불법행위는 막되, (경품의) 가격 상한선은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